<4년 전 훈련을 받으러 가는 도중 '탈영'을 했던 셰퍼드 달관이, 부대 복귀하여 48개월여 만에 이 달관이가 실종 열흘째인 조은누리 양을 구했다. 사람보다 낫다고 어찌 아니 하랴!>
사람보다 개가 낫다/여중생을 구한 셰퍼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아니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기적 자체를 우리는 접했다. 바로 산속에서 실종된 지 열흘 만에 구조된 여중생 조은나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역시 개가 사람보다 가끔은 확실히 낫다는 신념을 굳혔다. 평생을 개와 더불어 산 일흔일곱 살 노인으로서 다시 한 번 개를, 특히 셰퍼드를 예찬하는 기회가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 한가!
조은나래는 지난달 23일 등산에 나섰다가 모습을 감추었다. 가족과 지인은 물론, 이웃까지 나서서 찾았으나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물론 마침내 군 병력까지 동원되었다. 처음 사고가 난 (無心川) 근처에는, 하늘도 무심하게 계속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니 온 국민이 애간장을 태울 수밖에,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으랴. 언론 매체는 날이 갈수록 ‘절망’을 쏟아내더구나. 은나래가 가진 지적 장애가 사람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그런 은나래가 생명을 건져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의 의지 덕분임을 강조해 무엇 하랴! 녀석을 위해 두 손을 모은 모든 이들의 기도 총화(總和) 또한 절대자의 섭리다.
그 울타리 바깥에서 기여한,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한 주인공이 둘 있다. ‘달관이’라는 셰퍼드와 그의 핸들러 박상진 원사(둘 다 32사단 소속)다. 그들은 무심천 발원지 인근 야산까지 올라가 은나래를 발견했던 것이다. 달관이가 앉은 자세로 보고 동작을 취했다는데,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눈시울이 젖게 만든다. 나는 부르짖었다. 역시 셰퍼드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견(軍犬)이야! <장병들과 함께 조은누리 양 수색에 나선 달관이>
그러나 일부 국민은 어쩌면 어이없어하는 웃음을 피식 흘렸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달관이는 수년 전 한 번 ‘탈영(脫營)’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초지종을 한 번 적어 보자꾸나. 올해 일곱 살인 달관이는 2014년 2월 28일, 충남의 모 사단에서 춘천 제1군견 교육대로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오전 열한 시 58분께 충북 중부고속도로-강원영동고속도로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자의에 의해서 병영을 이탈했으니, 영창에 가고도 남을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군견으로서 복무를 못 하고 도태되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하늘의 도우심인지 주민들의 협조로 녀석은 복귀했고, 5년여 세월이 흐른 그끄저께 사람보다 개가 때로는 낫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브라보!
달관이에 버금가는 감동이 주인공이 있었는데, 역시 셰퍼드였다. 애견가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어떤 견종을 기르든 그 이름을 안다. 랏츠….녀석은 독일 셰퍼드견 전람회에저 지거(수놈 챔피언)을 두 번이나 ‘먹은’ 부견과 지거린(암놈 챔피언)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놈이었다. 생후 열한 달 때라던가? 당시 경기도 광주에 살았는데, 주인 아들인 중학생을 따라 사냥을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명규(가명) 군이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오발로 이어지고, 명규 군은 중상을 입는다. 그대로 두면 과다 출혈로 명규 군이 목숨을 잃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그런데 랏츠가 2킬로미터 넘게 떨어진 동네로 달려가서 소년들에게 매달린 것이다. 컹컹 짖고 바짓가랑이를 물고 당기고….소년들은 낌새를 채고 랏츠를 따라가서 명규 군을 부축하여 병원으로 옮김으로써, 아름다운 전설 하나를 창출한다.
그 랏츠의 외손녀를 임치락 대구 고등검찰청 사건계장을 통해 분양받아 내가 길렀으니 이자(Isa)였다. 견사호(犬舍號)가 기억나지 않아 안타깝다. 아무튼 그렇게 맺은 셰퍼드와의 인연이 오늘 나로 하여금 작가 행세를 하게 했다. 지금도 나는 셰퍼드를 잊지 못하고 있다. 해서 입만 열면 셰퍼드….연전에 낸 졸저 수필집 이름도 <죽어서 개가 되어도>였다. 유머 수필집도 따로 있다. <개가 들어도 웃을 일> 1권 ‧ 2권. 모두 세 권이다.
그런데 항상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연 하나가 있으니, ‘랏츠의 죽음’이다. 견계(犬界)의 전언에 의하면, 랏츠는 새싹회에서 표창까지 받았지만, 말년에 가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었더란다. 행려병자처럼 거리를 떠돌아다니다가, 광주의 어느 동물 병원에서, 그야말로 쓸쓸하게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 나 이제 타관에서 여생을 보내는 터, 그나마 그 광주(경기도)가 지척에 있으니 뭔가를 해야 한다. 무덤을 찾아 꽃 한 송이를 놓으면 녀석의 외손녀 우리 이자와의 갖가지 추억에 빠져들 것 같다. 건방진 고백이지만, 비록 인터넷 신문이라도 그 소속 기자이니 만큼 세상에 던질 메시지를 확대 생산 할 수 있으리라.
참, 여담이다. 셰퍼드(German Shepherd)는 세 가지 색깔을 갖고 있다. 제일 흔한 게 블랙 탄(Black & Tan)이다. 그리고 올 블랙(All Black), 울프 그레이(Wolf Gray)….하얀 셰퍼드 운운하던데, 그건 돌연변이일 것이다. 아래와 같은 셰퍼드는 전람회나 종견 선정에서 탈락된다. <달관이의 털색은 Black Tan이다>
첫째, 과중과대(過重過大)/ 키 하나만 따져 보자. 암컷 체고 55-60센티미터, 수컷 60-65센티미터 둘째, 장모(長毛)/ 털이 지나치게 길면 표준이 아니어서 출산 직후 도태시킨다. 셋째, 결치(缺齒)/ 개의 이빨은 42개다. 가끔 거기 못 미치게 태어나는 녀석들도 있다. 넷째, 반대 교합 그리고 절단 교합, 피개 교합 금물/ 교합은 협상(鋏狀)이어야 한다. 위 이빨이 아래 이빨(대문치)보다 약간 나와야 하고, 물었을 때 가위처럼 빈틈이 없어야 한다. 대문치 아래가 위보다 튀어나온 것을 반대 교합이라 한다. 아래 위 완전 일치면 절단 교합. 다섯 째, 공포심이 많은 경우/ 전람회나 종견 선정 심사 시 타인이 신문지 만 것 따위로 위협을 가했을 때 꽁무니를 빼거나 으르렁거리는 소릴 내면 불합격! 당당하게 달려들어야 한다. 총소리를 듣고도 공포심을 안 느껴야 한다.
이자는 종견으로 선정되었었다. 사돈 유창목 회장은 중견 기업 회장이었는데 황반병성 때문에 시력이 안 좋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받질 않는다. <조은나래>를 찾아나선 달관이> <장벽 넘기 훈련을 받고 있는 달관이/ 달관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 중후반. 내년에 달관이는 퇴역한다.계급을 주자는 주장도 있으나, 불가하단다. 군견으로서 일등병과 소위로 추서된 경우는 있다. 헌트 소위(땅굴 찾다가 산화)와 복구 일병(월남전에서 죽음)> <계속 방송에 소개되고 있는 달관이. 퇴역 후 누가 희망하면 입양이 가능하다. 조은나래의 집이 주택일 경우거기로 가은 게 좋겠다.>
아직도 유효한 내 견사호는 Of Poros House다. 남에게 양도되지 않는다. 자식에게는 물려줄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내가 명견의 후예를 사육하여, 암놈 두 마리 수놈 새끼를 낳았다 치자. 작명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고생해야 하리라. 요크셔테리어의 경우 영국식이어야 한다. Froda Of Poros House 이후에 처음이니 G가 들어가는 Gloria 하나는 괜찮으리라.
개 같은 내게 또 일이 하나 생겼다. 32사단에 가야 하는 것이다. 박상진 원사와 달관이를 만나서 취재할 요량으로. <러시아인을 감동에 젖게 한 셰퍼드 동상> 이 견공은 독일 셰퍼드. 어릴 때 한 러시아인 가정에 분양되어 행복하게 자랐단다. 성견이 되었을 때 가족들과 외출을 했다가 교통 사고를 당해 자신만 살아 남는다. 한데 그로부터 7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그 현장에서 그리운 가족들을 찾는다. 주위에서 돌봐 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공간에서 그는 목숨을 거두었다. 글쎄다, 천명을 다했다라고 한다면 러시아인들이 섭섭해 하리라. 그의 이름은 코스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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