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억새숲에서 / 김 난 석
바라보면 지난날은
가시덤불로 밀려버릴 뿐이니
이게 무슨 연고란 말이냐
한나절이 다 가도록 입을 열지 못하고
이렇듯 막막한 건
또 무엇 때문이더란 말이냐
기어이 하얀 가슴에 머리를 묻어버릴 뿐
이 거뭇한 이는
어찌할 줄을 모르겠으니..
굳어버린 가슴에 스치는 깃
달빛 쓸어 모으는
하얀 손길인 듯 야릿하고
구름에 가린 햇살조차
실눈 뜨고도 시려
도리질하는데
연신 떨어 내리는 고행(苦行)
몸도 마음도 모두
빈 대공뿐이려니
다치지 않으련다
다치지 않으련다
눈빛만 가만가만 얹어보네
쥐뿔도 잘난 것 하나 없이
오만하게 거드럭거리던 지난 날들
할퀴고 상처 내는 일뿐이었으니
고개 숙여
두 손 비벼대는 겸양
칼날 같은 회초리로 파고드는데
이젠 몸에 지닌 온갖 쇠붙이들
저 들판에 내던져버리고
마침내는 백기(白旗)를 들어야겠다.
(졸 시 '11월 억새 숲에서' 전문)
이제 11월이다.
곧 12월이라 할 테지.
그러면 1월에 떠난 지구가
황도(黃道)를 한 바퀴 도는 셈이 된다.
이제 산수(傘壽)를 넘어 한 해가 다 되어가느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 가을~
가을의 내리막길에 서본다.
두리번거리지 말자.
두리번거리더라도 따라나서지는 말자.
날름거리지 말자.
날름거리더라도 쥐어보려는 말자.
11월을 맞으며
허공을 헤젓는 억새 숲을 바라보며 적는다.
* 이제 11월의 시작이네요
모두 건안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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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11월을 맞으며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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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2
24.11.01 06:55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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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는 붉은 단풍잎에서
미리, 떨어질 낙엽을 생각했고,
11월의 시작에서,
새로이 다짐해 보는 새 날이 있음에
마음을 가쁜히 갖습니다.
계절따라 자신의 마음도 왔다갔다 하지요.ㅎ
혼자서,
一切唯心造 라고도 하면서...ㅎ
11월과 12월은 맺음도
잘 해보고 싶습니다.
매사 서둘것 없이 차분 차분 살아가야겠어요.
11월, 서서히 맺음을 준비해야할 시간이네요.
해질 무렵 햇빛을 반사하며 흔들리는 억새의 그 빛나는 움직임을 좋아합니다.
석촌님의 시를 읽으며 모처럼 억새를 마주해 봅니다.
동양은 무채색이 연상되고 서양은 유채색이 연상되는데
그곳에도 억새가 있겠지요?
안전운행을 빕니다.
저는 아직도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억새도 갈대처럼 느껴지고
갈대도 억새처럼 느껴집니다.ㅎ
시월의 달력을 떼내고
11월의 달력과 마주합니다.
손주 돌봐주러 다니느라
세월의 흐름에도 둔해졌네요.
11월도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라면서
글 잘 읽었습니다.
손주 돌봄
애쓰시네요.
그게 보람이기도 하겠지만
자신도 잘 돌봐야 하겠데요.
저도. 11월의. 나무들처럼 한겹씩. 옷을 벗어야겠습니다
그래야 마음의 월동도 쉽게 되겠지요.
11월이 되면 저는
"국화꽃 저 버린 겨울 뜨락에 문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 "하는 '고향의 노래' 를
즐겨 불러요.
왠지 '고향의 노래'가 11월하고 잘 어울리는
것같아서요.
무서리 내린다는 11월
고향이 유난히 생각나는 때이기도 하지요.
저 위 사진에 나는 새는
북녘을 향하는 기러기는 아니지만요..
10 월 한달도 무사히 보냈구나
11월도 무사히 보내자
나는 이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 나이에는 건강이 제일 중요 하니깐요
충성 우하하하하하
맞아요.
그러니까 대명이 태평성대지요..ㅎ
대학교 교수하다 13년전 76세로 별세한 큰형이 퇴직후 한말이 생각납니다. 하루는 길고 일년은 짧다. 지금와 생각하니 그말이 정답입니다. 세월 참 빠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