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함께 일했던 음악 감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지인이자 동시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유진의 아버지다. 전화한 이유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에 부를 노래를 한 곡 만들었는데, 주변 이름난 가수들 중 누구도 선뜻 불러주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미 여러 번 함께 했지만 이번에도 같이할 수 있을지 미안해하며 물어왔다.
다들 가을이라 바쁜 걸까. 나도 오늘 창원에 일정이 있었지만 일정을 조정해서 급히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어야 했다. 표가 없어 틈날 때마다 예매 창을 확인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지나가듯 말한다.
“이제 오빠도 그만하지…”
“왜?”
“그냥… 너무 슬퍼서...”
이름에 덧씌워지는 슬픔에 대해 걱정하는 듯했다. 무엇보다 비긴어게인에 출연하던 나를 좋아하던 아내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서는 무대와 주변 사람들이 달라지는 게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대중 가수는 어릴 때는 이름을 알리려고 애쓰다가, 어느 순간이 지나면 기억된 이름을 지키려고 애쓴다. 나는 이름은 지키기보다는, 세상에 녹아 사라지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 종종 생각한다. 이름이라는 게 우리가 원해서 갖게 된 것도 아니고, 죽고나면 모든것은 사라지는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도 동시대 사람들의 감정들에 촉매가 되어 함께 사라지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랑이 잊혀진다’는 그 노래도, 결국은 노래와 함께 잊으라는 이야기니까. 동시에 노래가 기억을 저장하는 힘을 가진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함께 붙들고 가려고.
그 일이 있고 두번째 겨울을 앞두고 있다. 올겨울은 또 얼마나 추울까. 바위 같은 슬픔들이 여러 번 얼고 녹음을 반복하다 언젠가 모래처럼 부서져서 결국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 지면 좋겠다.
이따 시청 앞에서 함께하시는 분들은 따뜻하게 입고 나오세요. 그리고 노래 제목이 ‘별에게’라고 하는데, 간주가 조금 긴 것 같으니 그때 휴대폰 플래시로 별을 만들어 하늘로 들어보면 좋을것 같아요. 그리고 노래가 발표되면 이번 겨울 동안은 노래하는 사람들이 종종 함께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전해요.
첫댓글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