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저항의 깃발 펄럭이는 푸르른 날
부둥켜안으려 했던 것들 앞에
지난 자국은
단지 길 위 낙엽이런가
의지에 反한다 해도 시간은 흐르고
흐른 시간 뒤를 밟고 있는
어둠 속 어린 그림자
까마득하여, 애써 돌아보지 않고는
되짚어 들 수 없는 행보로
잠시 숨죽이고 있었을 뿐.
함께 공유했던 것들, 이미
과거에서 현재로 유영하고 있다
훑어도 찾아낼 수 없는
기억 저 편의 날 이후
행해진 것이 단지
망울지다 피지 못한 꽃이 아니라면
너에게로 가
지층 깊숙이 꺼내든 희열로
수십 년 세월 건너뛰어
무채색으로
다시 서성이고 싶다
(2003/12/17) 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