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너무 쓸개빠진 놈처럼 웃어주고 농담을 한 걸까? -
권다품(영철)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전화를 끊으면서 "몸이 성한 데가 없답니다." 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나나까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조금 있다가 전화를 해봤다.
한참 신호가 가는데도 받지 않는다.
'혹시 진동으로 해놨나?'
다시 한 번 더 해 봤다.
역시 받지 않는다.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의 전화는 받지 않았는가? 이 사람은 사람 가려가면서 전화를 받나?'
전화기를 들고 누구 전환지를 확인하고 그냥 던져버리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을 때 전화를 제 때 받는 경우는 더물었다.
일일이 말을 하자면 수도 없다.
진짜 전화를 못 받을 정도로 술에 엉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라 그때마다 '술이 많이 되어서 그런가 보다. 확인하고 나면 전화가 오겠지.'하고 기다린다.
대부분 이튿날 전화도 없다.
하긴 어쩌다 한두 번 있긴 했다.
내가 너무 쉽게 보였나?
술집이나 당구장에서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을 때, 전화기를 들고 확인하며 "이거는 받으면 골치아프다."며 전화기를 던지던 모습이 생각났다.
전화와 카톡은 또 다르다.
카톡이야 일일이 답을 못해주는 경우도 많겠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누군지 확인하고는 받질 않는다면 내 전화도 충분히 그렇게 할 확률이 많지 않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다. 그냥 지워 버리자'
다른 사람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더라도, 전화를 했는데도 받질 않고, 나중에라도 전화를 해주지 않는 매너라면, 그런사람의 전화번호는 필요없겠다.
그동안 내가 '참 가슴아픈 사람이다' 싶어서, 너무 쓸개빠진 놈처럼 웃어주고 농담을 한 걸까?
2023년 6월 17일 오전 10시 2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