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옥외공간 주차장 대신 공원화 추세 뚜렷 … 쾌적한 단지 조성으로도 수익성 증대 기대
아파트가 공원화 되고 있다. 최근 준공된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들려 보면 기존 아파트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외관상의 변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변화는 기존 저층아파트에서 빌딩같이 높다랗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의 모습. 그리고 두 번째 변화는 옛날에는 주차장으로 주로 사용되었던 단지내 옥외 공간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관계 법령 및 건설기술의 발달로 건물은 고층화되어 건폐면적을 줄이고 있는 한편, 주차장은 지하화 되고 있어 그만큼 옥외공간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이 넓어진 옥외공간을 나무와 숲이 차지하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재건축은 사업승인이라는 인허가 절차를 밟고 이주를 마친 후 터파기 공사부터 다시 시작되는 사업이다. 때문에 주차장의 지하화뿐만 아니라 기존의 아파트 건물동의 배치도 자유스럽게 배치할 수 있어 입주자에 대한 옥외공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최근의 조경설계 옥외공간 극대화에 초점 :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춰 최근의 조경설계 또한 옥외공간의 서비스 역할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주차장은 최소 주차분을 제외하고는 지하화하고 있다. 소방차, 이사차량 및 장애인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만을 주차장으로 할애할 뿐, 나머지 지상면적은 공원으로 조성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옥외공간에는 각종 놀이터, 테마 공원, 생태연못, 자전거 및 조깅 코스 등을 배치해 운동 및 산책을 위해 별도로 다른 곳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주민들의 주거생활 향상을 꾀하고 있다.
단지내에 물을 이용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최근 조경설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분수대를 배치하는 것과 별도로 생태연못을 조성해 실제로 자연적 생태계를 옮겨다 놓는 것도 최근의 추세. 이 곳에는 수생 동식물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조경 및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단지 주변에 보행로 및 산책로를 배치하고 산책로를 따라 단지를 휘돌아 나가는 실개천을 배치해 자연의 풍광을 쉽게 접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실개천 주위에는 수심이 얕은 도섭지(徒涉池)를 배치해 어린이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물을 이용한 놀이시설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외국의 조경시설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산책로에는 여러 가지 교목과 관목류를 식재해 산책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보도블럭의 재질 또한 너무 딱딱하지 않은 부드러운 소재로 투수성도 포함한 최신 소재로 설치, 노약자들의 보행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 자전거 도로 및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 전용로 등을 배치해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레저활동을 단지 내에서 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느티나무와 소나무 많이 심어 : 단지 주변에 갖가지 나무를 식재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계절마다 각기 다른 단지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최근에는 단지내에 유실수를 심는 경우도 많다. 유실수가 열매를 맺을 무렵 주민모임의 장소로 사용되어 축제를 개최해 단지내 주민간 화합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용인 동백지구에 조성된 동일 하이빌 아파트에는 단지내에 과수원을 조성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 전문가들이 조경설계에서 아파트단지 내 식재하는 수종은 주로 느티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주목, 감나무, 꽃사과, 산수유, 은행나무 등이다. 이들 나무를 아파트단지에 주로 식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 적응성이 우수해 새로운 토양에 잘 적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줄기가 곧고 높이 자라는 교목류 나무는 이미 일정부분 성장한 나무를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토양 환경 변화를 이기지 못해 자칫 고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조경 담당자는 많은 비용을 들여 식재한 나무들이 새로운 토양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사할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토양에 잘 적응해야 하는 것을 나무 고르는 첫 번째 기준으로 꼽는다.
나무는 교목(喬木)과 관목(灌木)으로 나눌 수 있다. 교목은 줄기가 굵고 곧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로 대개 정자목(亭子木)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자목이라는 뜻은 말 그대로 옛날 정자(亭子)의 역할을 하는 나무로 한 여름,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웃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아파트단지에서 이 같은 정자목의 식재는 주민간 교류의 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단지내 식재 계획에 자주 포함되고 있다.
정자목 및 조경의 효과가 높은 나무로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손꼽히고 있다. 때문에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아파트단지에 식재하는 교목 중 가장 많이 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나무들이 애용되는 이유는 환경 적응성과 조경 효과 면에서 다른 나무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다.
관목은 개나리, 진달래 등 키가 작고 중심 줄기가 분명하지 않은 나무로 주로 보행로를 따라 많이 식재하는 나무다. 이들 나무는 키가 작아 관리가 쉬우며 풍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이 식재되고 있다.
아파트단지 내 식재계획에서 교목과 관목 중 관목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목의 가격이 관목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나무는 나무의 규모와 모양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영설계 김경일 전무는 “지름이 5센티미터인 나무와 10센티미터인 나무는 크기에 있어 약 2배 차이가 날 뿐이지만 가격에 있어서는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며 “조경은 그 수준에 따라 비용도 천차만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처음부터 비용이 높은 큰 나무를 심을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단지내 옥외공간에 조성되는 토양의 성질 및 두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히 교목류의 경우 조경상 주요 포인트가 되는 곳에 식재함으로서 그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경의 법적 최저수준은? :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조경면적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러나, 그동안 개발에서는 사업성 측면을 중시한 나머지 단지 내 녹지조성에 게을렀던 점도 없지 않았다. 또한 개별 세대에 따른 마감재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 외부공간인 조경면적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실정이다.
재건축조합이 개최하는 총회에 여러번 참석해 봤지만 조합원들의 주요 관심은 시공사가 내놓는 분담금 및 마감재에 집중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뿐 조경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조합원은 찾기 힘들었다.
이처럼 갈수록 녹지비율이 적어지는 도시 내에서 녹지를 보존하기 위해 아파트단지 조경에 있어서도 법적인 최소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건축법 제32조에서는 면적 200제곱미터 이상의 대지에서 건축행위를 할 경우에는 조경을 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또한 건교부에서는 동법의 위임을 받아 ‘조경 기준’ 고시를 통해 전체 대지면적에 대한 조경 면적 비율과 해당 조경 면적에 대한 식재기준 및 수종 등 상세한 부분까지를 다루고 있다.
건교부의 조경기준은 조경면적에 따른 식재면적, 식재수량 및 규격, 수목의 종류, 식재 토심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조경시설면적과 식재면적 전체가 포함된 조경면적 중 50% 이상에 대해 반드시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교목의 경우는 보행로를 따라 6미터마다 심도록 규정하고 있어 가로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용도지역에 따라 조경면적 1제곱미터마다 심어야 하는 교목 및 관목의 수량도 법적 최저치가 정해져 있다. 주거지역의 경우 조경면적 1제곱미터마다 교목은 0.2그루 이상, 관목은 1그루 이상 심어야 한다. 이 경우 작은 나무들로만 식재해 단순히 ‘숫자만 채우는’ 경우를 대비해 교목에 대해서는 일정 크기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일정 크기 이상 자란 수목을 식재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1그루로 보지 않고 규모에 따라 2∼8그루를 심은 것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건축심의 기준 내용 중 ‘조경 등 도시환경성과의 적정성’ 여부를 채택하고 있어 연면적의 합계가 2000제곱미터 이상인 건축물의 경우 대지면적의 15% 이상, 1000제곱미터 이상, 2000제곱미터 미만일 경우 10% 이상, 1000제곱미터 미만일 경우 5% 이상의 면적을 조경면적으로 확보토록 하고 있다.
◇조경, 아직 사업성에 밀려 관심 밖 :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되어 왔으나 조경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주택공급이 최우선 과제였던 당시에 법적 최소 기준만을 충족시킨 채 한 세대의 집이라도 더 짓자는 것이 더 절실했을 것이다.
70∼80년대에 지어졌던 아파트와 비교해 최근 준공된 아파트들은 조경을 통한 외부 공간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아직도 조경에 대한 인식은 사업성 등에 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특히, 조합원들의 토지 현물출자로 이뤄지는 재건축의 경우 각 세대당 배분되는 분담금이 가장 큰 관심거리다.
분담금은 공사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조경공사비 등을 낮춰 수익성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조경면적으로 사용될 옥외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의 지하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일부 조합원들은 지하층 공사비에 많은 비용을 소요될 것을 우려해 지상 주차장을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은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장 싼 가격에 구입하려는 소비자 심리에 기인한다. 그러나, 조경 전문가들은 조경의 효과에 대해 조합원들이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을 털어놓고 있다. 마감재의 경우만 보더라도 하나의 품목을 포함시킬 경우 전세대에 대해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조경은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창출해 결국 향후 상승된 아파트 프리미엄으로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최근 대형건설업체 위주로 외부 조경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조경설계 강연주 소장은 “조경은 적은 비용의 투입으로 그에 따른 아파트 가치 상승 효과가 높다”며 “조합원들의 요구가 있다면 단순히 법적 최소 기준만을 충족시킬 수도 있지만 자연환경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요즘 조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밝혔다.
첫댓글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