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반적인 시를 쓰면서도 몇 년 전부터 장시(長詩)를 한 편 쓰고 싶었다. 이전 나의 두 권의 시집이 자연과 삶에 대하여 주로 독백처럼 읊조린 것이었는데 이번엔 자연과 삶 전체로 길게 이어지는 장시, 독자에게 더 직접적인 내 생각을 나타내고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담쟁이덩굴에 감정이입도 하고 정령과 대화하듯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천성이 게으르고 생각에 잠기길 좋아하는 편이라서 실천에 이르기는 매우 부족하지만, 인류와 자연,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름 문제점과 지향점을 나타내고 싶었다.
적어도 전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간 서로와 만물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 가득한 지구의 주인공으로서, 굳이 외치지 않아도 품격 있는 삶의 은총을 모두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
늦은 밤 밖에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모든 영혼이 온전하기를 바라며…
<작가소개>
시인 김덕진
• 1961년 출생. 광주광역시
• 국립 목포해양전문대학(現 국립 목포해양대학교) 항해학과 졸업
• 2021년 서정문학 신인상 수상
• 서정문학 작가회 회원
• 서정문학 운영위원
• 한국문인협회 시 분과 회원
• 공저 「한국대표 서정시선 12, 13, 14」, 「서정 뜨락에 핀 꽃」
• 시집 「바다에 꽃빛 비치고」, 「공명(共鳴)의 길 위에서」
E-mail _ adis7z@naver.com
<본문 詩 ‘대화를 위하여’ 전문>
세상은 진실한 대화가 충분치 않아
대화 연습이 때론
하나가 둘로 나뉘기도 해야 해
분열도 하고 멀리 다다르도록
조용히 자연을 수놓고 있는 담쟁이덩굴과
지금에 이르러 나를 대하는 다가온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해
<추천사>
김덕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담쟁이덩굴』은 장시로 구성되어 마치 독백을 나누듯 인생과 자연,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시집을 통해 독자와 더욱 가깝게 소통하고자 하며, 자연과 사물의 단순한 묘사에서 벗어나 자연과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시인은 삶과 인류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시편을 펼쳐 보이며, ‘인간 서로와 만물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 가득한 지구의 주인공으로서, 굳이 외치지 않아도 품격 있는 삶의 은총을 모두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전달한다.
그의 시 속에서 담쟁이덩굴은 단순한 식물이 아닌, 세월을 넘어 오래된 기억을 간직한 전달자로 등장한다. 담쟁이는 80년이 지난 기억을 품고, 허무를 이겨내며 어린잎을 내고 자라난다. 이 어린잎은 그 자체로 희망의 상징이며, ‘수많은 삶이 모인 자연으로 나가고 싶어’라는 구절에서처럼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인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삶을 담쟁이덩굴에 비유하여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라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깊이와 의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를 바람에 비유하며, ‘바람은 너무 많은 비밀을 발설하고 전해 주었어’라는 구절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기억이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방식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이 바람은 기억과 영감을 전하며, 인간의 감정과 사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표현된다. 바람이 우리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것처럼 그의 시편 속 장면들도 독자들에게 조용히 다가와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세상을 꿈꾼다. 그의 시 속에서 ‘사랑한다는 의미가 비밀이 아니듯’이라는 표현처럼 감정과 사랑은 감춰질 수 없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인간 서로 간의 소통과 공감을 강조한다. 특히 시 ‘전쟁’은 소속과 자유, 그리고 평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그는 인간의 삶 속에서 소속을 가지려는 욕구와 동시에 독립적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본능 사이의 갈등을 담담히 풀어낸다. 시 속에서 개는 소속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인간이 때로는 무리 속에 속하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개는 아니지만 개 같은 신세일 때가 있어’라는 구절은 인간이 종종 자신을 구속하는 환경에 놓이게 되지만, 본질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임을 강조한다.
그는 바람을 통해 소속 없는 자유를 암시하며, 바람이 담쟁이덩굴의 씨앗을 멀리 날려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게 돕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바람도, 인간도 그 자체로 소속을 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존재할 수 있기에, 결국 전쟁이 필요 없는 평화로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자연 속에서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김덕진 시인의 시 여행은 인생을 거대한 여정으로 비유하며, 그 속에서 자유와 연결, 그리고 수용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서로를 소유하거나 속박하지 않고,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도 공기뿌리를 내리듯 과정이 움튼 삶을 착상하고 부여잡고 나갈 삶을 기대하듯 조용히 끊임없이 나갈 일이다’라고 표현하며 그는 각자의 여정 속에서 서로의 삶을 연결하며 깊은 감동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 『담쟁이덩굴』은 따뜻하고 진지하다. 삶의 여정은 끝없이 계속되며, 진실로 큰 영혼으로서 하나에 이를 때까지 자유롭고 넉넉한 삶을 살아가길 소망하는 그의 시에서, 독자들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느껴질 것이다. 우리에게 일상의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아름다움과 자연의 지혜를 일깨우며, 삶의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사랑과 존중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김덕진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88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