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노병, 큰 별이 졌다. 한국 코미디의 명인 배삼룡 선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근데 엄숙해야 할 때이건만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뒷말들이 무성하다. 밀린 병원비 때문이다. 1인실에 있으면서 내지 않은 병원비가 물경 2억원에 육박한단다. 이게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돈도 없으면서 왜 1인실에서 버텼느냐 vs 강호동 유재석은 뭐하느냐’ 다.
1인실 논란 그 분이 일반실에서 어렵게 투병생활을 하다 병원비가 밀린 게 아니라 1인실을 고집하다 병원비가 밀렸다는 거, 처지에 맞게 병실을 쓰면서 최대한 성의를 보인 게 아니라 1인실을 고집하면서도 병원비는 ‘배째라’며 버텼다는 거에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거다.
하지만 고인의 위상과 그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감안했을 때 1인실은 불가피한 것일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것이 배삼룡씨 본인의 고집이었든, 가족들의 고집이었든, 병원측의 고집이었든 그 분께 그 정도의 예우는 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1인실이 아니다. 문제는 그간 단 한번도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바로 그 점이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 단 한푼도 안내고 버텼을 리는 없다. 찌라시 기자들의 과장일 거다. 근데 어쨌든 많이 밀린 건 사실이다.
배삼룡 선생의 자식들 아버지 재산이 병원비로 날아가는 걸 싫어한 자식들이 재산의 처분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건지, 자식들 내팽개쳤었던 나쁜 아버지였는데 가면서까지 병원비로 재산 다 쓰고 가는 아버지가 야속해서 자식들이 일부러 손 놓고 있었던 건지, 그렇게 병원비 밀린 걸 언론에 공개하고 동정심 유발하여 연예계 후배들의 갹출로 병원비 문제를 해결하고 아버지 재산은 자기들이 나눠가지려 했던 건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한심한 놈들임은 분명하다.
배삼룡 선생의 마지막을 못난 자식들이 나서 추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있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이래선 안된다. 자식들은 전부터 고인의 투병모습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이 한장의 사진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던가?
배삼룡 선생은 동네의 할아버지가 아니다. 전 국민들을 웃기고 울렸던 코미디의 전설이다. 위대했던 그는 가는 순간까지 국민들에게 귀하게 남아줘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자식들은 초췌하기 짝이 없는 병상의 배삼룡 선생을 국민들에게 공개했다. 병원비를 한푼도 내지 않고 버티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아마 이때부터 자식들에게 크게 분노했을 것이다. 이들의 불순한 의도가 너무나 명현해서 괘씸하기 짝이 없던 거다.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사연이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철없는 자식들 덕에 배삼룡 선생의 생전 가정생활들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차라리 모르고 지나갔어야 할 내용들이 꽤 많다. 물론 모든 것이 다 주변과 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배삼룡 선생 본인의 죄와 업보이지만, 자식들의 분별없는 행태로 인해 배삼룡의 이미지를 간직하지 못한 국민들의 가슴에는 상처가 남았다.
후배들에게 불똥이 튀다. 강호동 유재석등 잘나가는 후배 코메디언들이 느닷없이 비난을 받는 모양이다. 지들 배때기 채우는데만 신경쓰고 대선배의 병원비는 나 몰라라 한다고.
아무리 위대한 대선배이지만.. 분명히 자식들이 뻔하게 있는데 그들이 안내고 버틴 병원비를 대신 갚아주라는 비난, 이거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용식이 나섰다. 개그맨들의 힘을 보여주겠단다. 돈 잘 버는 후배들을 압박한거다.
바로 배삼룡 선생의 자식들이 노리던 바다. 부도덕과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다. 자식들의 이 추태로 인해 후배들이 고인에게 가졌던 존경마저 앗아가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들이 고인에 대해 가졌던 그리움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돈이 없는 우리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의 기부에 대해 맘대로 얘기한다. 김장훈의 예를 들면서 얘는 이렇게 하는데 넌 뭐냐.. 질책한다. 하지만 김장훈은 목사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종교적인 신념'으로 기부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독특한 사람이다. 극히 희귀한 그의 케이스로 다른 연예인들을 재단하는 건, 김연아와 평범한 자기 딸을 비교하며 닥달하는 것과 똑 같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누구나 곧 종적을 감춘다. 몰려드는 기부요청 등쌀에 일상생활이 안되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돈이 많다. 사람들이 그걸 알고 수도 없이 기부요청이 오고, 마지못해 어디 한군데에 기부를 하면 다른곳에서 밀물처럼 항의가 들어온다. 누군 주네 나는 왜 안주네.. 이걸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연예인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하는 건 겸손해서가 아니다. 도와준 뒤의 이 후폭풍이 무서워 몰래몰래 하는 거다.
배삼룡 선생의 밀린 병원비는 자식들의 뻔뻔하고 부도덕한 농간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팔아먹는 나쁜 자식들, 비난의 화살은 그 철없고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자식들에게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연예인들이 욕을 먹는다는 건 극히 비이성적인 상황이다.
구봉서 선생의 간곡한 당부 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이용식의 압박도 있을 테니 많은 후배들이 갹출을 할 것이다. 강호동 유재석은 얼마, 그 다음 급은 얼마.. 그래서 그 돈으로 밀린 병원비를 해결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다간 배삼룡이라는 불세출의 명 코미디언이 후배들에게 돈을 삥뜯고 간 ‘추한 늙은이’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고인과 평생 ‘삼룡아 봉서야’ 하던 구봉서 선생이 자식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잘 해결해야 돼. 죽고 나서 시끄러우면 안되잖아’
밀린 병원비는 반드시 자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후배들의 도움과 국민들의 성금은 그 다음이다. 그래야 배삼룡 선생이 아름답게 남는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자식들이었다면 애당초 일이 이렇게까지 되도록 내버려뒀을 리가 없을 것 같다.
배삼룡 선생의 마지막 가는 길..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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