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선이 터졌습니다”
내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하자
“와아”
1천여 전교생의 웃음이 쏟아졌다.
1950년 6월 26일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 송산초등학교 운동장 교단에 오른
홍명선 교장선생은
“어제 우리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
하고 물었을 때 일제히 손을 든 학생 가운데
5학년 반장 줄에 서 있었던
나를 교장선생은 가리키셨고
나는 그렇게 대답했었다.
일요일 집안 어른들의 말씀 그대로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는데
어째서 웃음거리가 되었을까?
꼬박 예순 해가 된 지금에 와서도
내 머리 속의 “그 해 그 날”은
“삼팔선이 터진 날”로만 새겨져 있는데
그러나 철없이 뜻 모르고 내질렀던
그 한마디가 내가 열 살이 되어서야
처음 한 집에서 살게 된
아버지를 자취도 모르게 앗아가고
어머니와 남겨진 삼남매를
모진 비바람의 거친 들판으로 내몰게 할 줄을
어림짐작이나 했었던가.
아니 이 땅을 이 땅의 사람들을
산과 들을 목숨을 송두리째
찢고 할퀴어간 그 해 그날은
아직도 시퍼렇게 눈을 뜨고 달려드는
바로 오늘이기도 한데
나는 돌아갈 수가 없다
교장선생이 내 이름을 불러주던
어머니 차린 아침 밥상을
아버지와 겸상으로 먹고 등교했던
“삼팔선이 터졌습니다”
무슨 좋은 일인 양 목청껏 대답했던
송산초등학교 조회시간
예순 해전 그날의 운동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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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리아뉴스
<시로 소개글쓰기> 그해 그날/ 이근배
오양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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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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