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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하늘
 
 
 
카페 게시글
^^---산행 사진---^^ 스크랩 인근 산들의 유명세에 밀려 버려진, 명필봉-수연산-취경산(‘15.9.17)
가을하늘 추천 0 조회 35 15.09.23 04:2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명필봉(明筆峰, 543m)-수연산(水煙山, 603.8m)-취경산(醉景山, 573m)

 

산행일 : ‘15. 9. 17()

소재지 : 경남 밀양시 단장면

산행코스 : 동화마을308.9명필봉삼거리수연산(603.8m)삼거리취경산남산(南山, 170m)동화마을(산행시간 : 4시간10)

 

함께한 산악회 : 강송산악회

 

특징 : 옛말에 발을 뻗을 자리를 보고 누워라고 했다. 수연산과 취경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비록 나지막한 산이지만 짜릿한 스릴(thrill)을 느낄 수 있는 바윗길에다 뛰어난 조망(眺望)까지 갖춘 산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듯이 방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리를 잘 못 잡았다는 얘기이다. 인근에 가지산과 천황산, 재약산 등 영남알프스의 산군(山群)들은 물론이고, 정각산이나 억산, 구만산 등 유명산의 계보(系譜)에 이름을 올린바 있는 산들이 하도 많은 탓에 이곳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산은 전형적인 육산(肉山), 흙산의 특징대로 울창한 숲 아래로 난 산길은 폭신폭신할 정도로 곱다. 거기다 비록 짧기는 할망정 앞에서 말한 대로 시야(視野)가 탁 트이는 바윗길까지도 끼고 있다. 아직 세상에 명함을 내밀지 않아 찾는 사람들까지 별로 없으니 한적한 산행을 원하는 산꾼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산행들머리는 동화마을(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I.C에서 내려와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언양 방면으로 달리다가 금곡 I.C(산외면 금곡리)’에서 오른편 표충사방향의 1077번 지방도로 옮겨 금곡교()를 건넌다. 단장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이어서 단장면 소재지인 태룡리를 지나면 잠시 후 산행들머리인 사연리 동화마을에 이르게 된다. 길가에 자기들이 '재약산 미나리‘ 1호점이라고 주장하는 표충농원의 대형 입간판이 세워져 있으니 참조할 일이다.

 

 

 

 

동화교()를 건넌 후 왼편으로 열린 동네 안길로 들어서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시멘트로 포장된 원래의 길 말고도 개울가에 나무데크로 길을 하나 더 만들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이 더 낫겠다.

 

 

첫 번째로 만나는 다리를 건넌다. 건너편에도 개울을 따라 길이 나있지만 개의치 말고 맞은편 골목길로 곧장 진행한다. 그리고 갈림길을 만날 경우 무조건 동화사의 이정표를 따른다. 길을 걷다보면 집집마다 마치 정원수(庭園樹)라도 되는 양 감나무들을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밭에는 대추나무가 천지이다. 대추와 감이 이곳 밀양의 대표적인 특산물(特産物) 중의 하나라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8~9분쯤 지나면 하얀 펜스(fence)에 둘러싸인 미색(米色)의 민가(民家)가 나타난다. 주택 옆에 묘()가 하나 있으니 참조할 일이다. 산길은 이 묘지에서 왼편으로 꺾인다. 물론 비포장 오솔길이다. 맞은편 저만큼에 동화사의 이정표가 보이나 이때는 무시해야 한다.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싶으면 이번에는 길 찾기에 신경을 써야한다. 오른편 산자락으로 올라야하는데 길의 흔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산자락에 이르자마자 오른편을 유심히 살피는 수밖에 없으니 참조할 일이다. 하나 더, 산자락으로 들어서면 밤나무 군락이 나타난다는 것은 팁(tip)이라고 해도 좋다.

 

 

산자락에 들어서자마자 거친 산길이 길손을 맞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드물었던지 길은 온통 잡목(雜木)들로 가득 차있고, 때문에 산길은 그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다. 그저 산봉우리의 꼭짓점을 향해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참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다. 명필봉으로 오를 때에는 새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산길을 온통 명감나무 넝쿨들이 점령하고 있는 탓에 보푸라기가 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새 옷이라도 입었다면 얼마나 아깝겠는가.

 

 

거기다 사면(斜面)의 경사까지 가파르다보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거리가 짧다는 것이다. 15분 정도 악전고투를 치르다보면 능선에 올라서고, 이어서 5분 후에는 송전탑(送電塔)이 있는 봉우리 위에 올라서게 된다. 309m봉이 아닐까 싶다. 철탑 옆에 건물이 하나 지어져 있다. 비록 인기척은 느낄 수 없으나 상주(常住)를 위해 지은 건물인 것 같다. 이는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지역주민들과의 다툼을 대비한 결과일 것이고 말이다.

 

 

 

철탑봉을 지나면서 산길은 또렷해진다. 그렇다고 행정청에서 등산로를 정비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저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결과일 것이다. 철탑을 지나면서 또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오르면 갑자기 서슬 시퍼런 바위벼랑이 앞을 가로막는다.

 

 

안전로프에 매달려 첫 번째 난관을 통과하면 또 다른 벼랑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안전로프가 없기 때문에 위로 오르기 위해서는 바위와의 씨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금만 조심하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짜릿한 손맛만 즐기면 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너무 서둘러서 오르지도 말자, 고개라도 돌릴라치면 시원스런 조망이 열리기 때문이다.

 

 

 

 

 

스릴 넘치는 바윗길이 끝나면 암봉 위에 올라서게 된다. 국제신문의 지도에 전망대로 표기된 지점이다. 앞서 올라온 서래야 박건석선생이 나무에다 뭔가를 매달고 있다. 정상표시 코팅(coating)지이다. ‘세천봉이라고 적혀있는데 산행 후에 출처를 찾아봤지만 불가능했다.

 

 

전망대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암봉에서의 조망은 뛰어나다. 우선 지나온 능선을 따라 세워진 송전탑들이 철탑들 사이에 길게 늘어진 전선줄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가끔은 사진작가들이 저런 풍경을 영상에 담는 모양이다. 주변에 늘어선 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나온 능선을 정면에 두고, 왼편에는 가래봉과 만어산이 우뚝하고, 그 오른편에는 단장면 소재지이다.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들은 어쩌면 용암산과 승학산, 중산 낙화산 등일 것이다.

 

 

 

조망을 즐기다가 다시 산행을 이어간다. 커다란 바위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산길을 잠시 오르면 또 다른 송전탑이 나타난다. 이곳 또한 조망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철탑 아래에 쌓아올린 돌탑(石塔)이 더 눈길을 끈다. 저 돌탑은 어떤 염원(念願)을 품고 있기에 저리도 공들여 쌓았을까. 어쩌면 아까 얘기 했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과의 길고 지루한 싸움을 평화롭게 끝내고 싶은 바람이지 않을까 싶다.

 

 

 

 

 

철탑을 지나면서 산길은 고와진다. 보드랍기 짝이 없는 황톳길 위에 솔가리(소나무 落葉)까지 수북하게 쌓여 폭신폭신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행복한 산길이라는 얘기이다. 그렇게 10분을 오르면 명필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명필봉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밋밋한 봉우리이다. 정상표지석은 물론 그 흔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누군가가 리본에다 명필봉이라고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었더라면 정상인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게 분명하다. 저 앞에서 성큼성큼 내닫고 있는 일행분이 그 증거일 것이다. 하긴 국도지리원에서 발행하는 지형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봉우리이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명필봉에서의 조망은 보잘 것이 없다. 오른편으로 잠깐 시야(視野)가 열리는데 이따가 오르게 될 취경산이 얼핏 나타날 따름이다. 그 오른쪽 뒤편에도 산들이 보이지만 구름에 갇혀버려 어떤 산인지는 분간이 안 된다.

 

 

명필봉이 보잘 것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에 대한 보상을 잠시 후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의 바로 아래에서 밧줄에 매달려 잠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작은 전망대가 바로 그곳이다. 오른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리는데 눈앞에 이따가 오르게 될 취경산이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로 보이는 수많은 산들이 나도 있다면 키 자랑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산이 어떤 산인지는 분간할 수가 없다. 내 산행 경력이 아직까지는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게 이유일 것이다.

 

 

 

전망대를 지나면 또 다시 길은 고와진다. 순수한 황톳길에 솔가리가 수북하게 쌓여있는 것 또한 같다. 때론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잡목(雜木)들이 발걸음을 붙잡기도 하지만 하등에 문제 될 것이 없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이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는 산길이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산길은 30분 이상 계속된다.

 

 

명필봉을 내려선지 30분 남짓 되면 가파른 산봉우리 하나가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은 그 기세(氣勢)를 피해 왼편으로 우회로(迂廻路)를 만든다. 그러나 선두대장의 방향표시지는 그 산봉우리를 향하고 있다. 또렷하지 않은 길의 흔적을 따라서 말이다. 그러나 수연산이나 벼락덤이봉으로 가려면 우회로를 따라야 한다. 이 길은 수연산을 들르지 않고 곧장 취경산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7~8분쯤 올라서면 570m봉이다. 이곳에서 수연산과 취경산으로 가는 길이 나뉜다. 산행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1시간 4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수연산으로 가기 위해 왼편으로 내려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4~5분 후에는 아까 헤어졌던 우회로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어서 그다지 가파르지 않는 오르막길을 10분 남짓 치고 오르면 드디어 수연산 정상이다. 들머리에서 이곳까지는 2시간 10, 570m봉으로 길을 잘못 들어선 덕분에 10분도 훨씬 넘게 더 걸은 셈이 됐다.

 

 

서너 평 남짓한 공터로 이루어진 정상은 의외로 볼품이 없다. 흙산의 특징대로 특별하게 내세울만한 볼거리가 없는데다가 조망(眺望)까지도 꽉 막혀있는 것이다. 그리고 삼각점(밀양 306, 1993복구) 하나만이 외로울 뿐 정상석이나 이정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라는 이름으로 만든 최남준씨의 정상표지판만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참 조금 전에 나를 앞질러 갔던 서래야 박건석선생이 방금 매달아 놓은 정상표시 코팅지를 잊을 뻔했다. 참고로 인터넷 지도(internet map)에서 오늘 오른 산들을 검색하다보면 난감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명필봉과 취경산이 오늘 산행코스의 핵심임이 분명한데도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수연산이라는 이름 하나가 떡하니 올라와 있다. 국제신문의 산행기에 벼락덤이(600m)로 표기되어 있는 봉우리이다. 그러나 강송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지도에는 벼락덤이봉을 다른 곳에다 표기해 놓았다. 이곳에서 조금 더 가면 만나게 되는 562m봉이다. 산깨나 탄다는 사람들이 이골이 나도록 자주 접해왔던 .라는 분이 매달아 놓은 정상표지판에도 벼락덤이봉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강송산악회의 표기가 옳을 것이다. ‘.라는 분이 바로 국제신문의 산행대장을 역임했던 최남준씨이기 때문이다. 그는 정상석이 없는 산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조그만 팻말형 안내판들을 걸어오고 있다고 한다. 팻말에 적힌 이름의 다른 한 축인 라는 후배는 이미 고인(故人)이 되었지만, 그의 선행(善行)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벼락덤이봉으로 가는 것을 사양하고 아까 지나왔던 삼거리봉(570m)으로 향한다.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는 벼락덤이봉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16분 만에 삼거리봉을 지나고, 이어서 6분 후에는 안부사거리에 내려서게 된다. 양쪽으로 길의 흔적이 뚜렷하고 들머리에 산악회의 시그널(signal)까지 매달려 있지만 어디로 내려가는 길인지는 모르겠다.

 

 

사거리에서 맞은편 능선을 따라 7~8분쯤 치고 오르면 취경산 정상이다. 취경산(醉景山)이란 경치에 취하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올라보면 실망부터 하게 된다. 이름에 어울릴만한 풍광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육산(肉山)의 전형적인 특징대로 특별히 내세울만한 볼거리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울산의 미봉산악회에서 정상표지석을 세워 놓았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인증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정상은 왼편으로 시야(視野)가 열린다. 비록 광활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니 그냥 지나치지 말 일이다. 발아래에는 무릉리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고, 그 왼편에는 산릉(山陵)을 향해 임도가 구불거린다. 국제신문에서는 금오산에 있는 연수암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며 그 뒤 뾰쪽한 봉우리를 금오산이라고 했다. 그리고 구천산과 만어산도 보인다고 했는데 빗속이라 그 형태만 나타나고 있어 안타깝다.

 

 

하산은 반대편 능선을 따른다. 서북(西北)쪽 사연리(동화마을) 방향이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능선은 곧고 굵은 적송(赤松)들로 가득하다.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는 물론 솔향일 것이다. 그 향기 속에는 그렇게나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phytoncide)가 그득할 것이고 말이다. 이런 걸 보고 힐링(healing)이라 하지 않겠는가.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급할 것 없는 산행인지라 걷는 속도를 최대한으로 줄여본다. 자연이 주는 심신(心身) 치료제를 아무렇게나 내쳐서는 안 될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으면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바윗길은 위험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왼편이 수십m의 낭떠러지로 이루어진 탓에 조망(眺望)이 시원스럽다. 국제신문에서 취경대라는 이름까지 붙여 놓은 이유일 것이다. 드디어 취경(醉景)’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는 곳을 만난 셈이다. 문득 가져 온 막걸리를 취경산 정상에서 마셔버린 것이 못내 아쉬워진다. 경치에 취해 마시는 술이야말로 신선주(神仙酒)가 분명할 텐데도 술이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발아래에 깔려있는 마을은 물론 무릉리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높고 낮은 수많은 산들이 웅크리고 있다. 국제신문에서는 이곳을 일러 금오산과 구천산 만어산이 조망되는 멋진 곳이라고 했다. 그 표현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오늘은 그런 행운까지는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비가 내리는 탓에 그저 무릉리만 내려다보일 뿐,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산들은 그저 희미한 형태만 내보이고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취경대에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르기 짝이 없다. 산길은 그게 못내 부담스러웠던가 보다. 왔다갔다 갈지()자를 그리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능선이 그 가파른 기세(氣勢)를 누그러뜨렸다 싶으면 벌목(伐木)을 마친 개괄지가 나오고, 남겨진 소나무 사이로 나타나는 건너편 풍경을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22분 후에는 경주 최씨 묘에 이른다.

 

 

최씨 묘의 약간 아래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하산지점을 동화마을로 잡았다면 이곳에서 능선을 벗어나 오른편으로 내려서야 한다.

 

 

이제부터는 시쳇말로 널널한 산행이다. 경사(傾斜)가 거의 없는 밋밋한 내리막길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그저 주변의 풍경을 즐기면서 걷기만 하면 된다. 다행히 낙엽송을 연상시킬 정도로 곧고 높게 자란 소나무들이 볼만하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능선을 벗어난 지 10분쯤 지나면 숲속의 행복한 요양병원의 앞마당에 내려서게 된다. 한방(韓方)과 양방(洋方)을 겸하고 있는 데다, 내과와 정형외과 등 일반적인 진료과목은 물론 가정의학과나 재활의학과 등 특수 진료과목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 거의 종합병원 수준이다. 거기다 이런 숲속에 위치하고 있으니 가족과 떨어지는 외로움만 배겨낼 수 있다면 최적의 요양처가 아닐까 싶다.

 

 

요양병원에서부터는 포장임도를 따른다. 병원의 바로 아래에서는 오른편, 그리고 4분 뒤에는 왼편의 비포장 임도를 따른다. 그러나 이곳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남산의 정상을 올라볼 요량이 아니라면 포장임도를 따라 곧장 동화마을로 내려가라는 얘기이다. 자칫 잘못 들어섰다가 낭패를 볼 우려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정보 하나, 봉우리 따먹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구태여 남산을 오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볼거리나 조망 등 아무런 특징도 없는 봉우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왼편 비포장 임도로 들어서면서 오늘의 수난이 시작된다.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무덤무리를 만났는데 선두대장의 방향표시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주변은 온통 감나무과수원, 이리저리 표시지를 찾아 헤매다가 왼편의 임도를 따라 진행해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산 정상을 만난다. 산봉우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언덕에 가까운 느낌인 정상은 아무런 특징이 없다. 정상표지석이나 이정표 또한 있을 리가 없다. 참고로 위에서 얘기한 두 번째 무덤무리에서 무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동화마을에 이를 수 있다. 국제신문의 지도를 보면 그들도 역시 이 길을 따랐던 모양이다. 억지로 길을 개척하면서 말이다.

 

 

 

정상에서 보면 희미하게나마 길의 흔적이 보인다. 거칠지만 조금만 주의한다면 찾을 수는 있다. 조심조심 내려서면 남의 과수원, 울타리를 넘으니 요양병원의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에서 50m 거리에 요양병원이 위치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50m의 거리를 무려 30분 동안이나 걸었다는 얘기이다. 이런 걸 두고 시쳇말로 알바라고 하는가 보다.

 

 

산행날머리는 동화마을(원점회귀)

포장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오면 1077번 지방도이다. 그런데 동화마을로 가는 방향을 모르겠다. 별수 없이 길가에 있는 현대 오일뱅크에 들어가 길을 묻는다. 이곳에서 오른편으로 1Km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단다. 단장천 가로 난 도로를 따라 10분 남짓 걸으면 동화마을에 이르게 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오늘 산행은 총 4시간20분이 걸렸다. 중간에 간식을 먹느라 10분 정도를 쉬었으니 4시간10분을 걸은 셈이다. 거기다 알바시간을 감안한다면 서서히 걸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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