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대 중소형 빌딩 뜬다
4~5% 안정적 임대수익에 매각 차익까지
용인 죽전 중소형 상가 빌딩
여윳돈을 투자할 곳이 없어 고민하던 박 모씨(54)는 최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연면적 764㎡인 지하 1층~지상 3층 빌딩을 사들였다. 총 매매가격은 42억원이지만 매매가 절반가량을 은행 대출을 받아서 20억원 초반대로 매수할 수 있었다. 공실이 없으면 월세 1000만원가량 나오는 건물로 연간 4%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고 2016년 지하철 9호선 삼전역이 개통되면 빌딩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중개업소 측은 설명했다. 박씨는“지하철 9호선 연장 노선 주변은 가격이 오르고 매물이 부족해서 망설임 없이 계약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중소형 빌딩이 유망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소형 빌딩이란 300억원 미만인 건물을 말한다. 대개 5층짜리 건물로 1층은 근린상가, 2~4층은 사무실, 5층은 주거시설이거나 주인이 사용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시세는 입지와 용도별로 천차만별이다. 100억원 넘는 빌딩은 슈퍼리치급이 아니면 선뜻 손대기 힘들지만 도심 인근에 위치한 30억~50억원 규모인 빌딩은 한마디로 매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다.
중소형 빌딩은 임대수익과 매각차익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다. 사무실과 소매용 점포가 결합돼 있는 데다 값이 비싼 만큼 매물이 적어 희소가치가 높다. 오피스텔과 상가, 분양형 호텔 등은 임대수익이 안정적으로 나오지만 되팔 때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빌딩이 좀 더 매력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알코리아에셋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형 빌딩 거래는 강남구가 6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마포구 25건, 동대문구 23건, 서초·송파구 2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강남구에 포진한 중소형 빌딩이 블루칩으로 불리며 거래를 독식하는 구조였지만 올해 들어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송파구와 마포구 빌딩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송파구에서 올해 상반기 매달 평균 4건에 그쳤던 중소형 빌딩 매매는 9월부터 최근까지 8건으로 2배 늘었고 거래 규모도 덩달아 커져 8월에는 190억원, 9월에는 185억원어치 빌딩이 팔려나갔다. 마포구에선 올해 지난달 말까지 37건이 거래됐다. 작년(28건)보다 32.1% 늘어난 수치다.
두 지역이 중소형 빌딩 유망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각종 호재 덕택이다.
송파구는 굵직한 개발사업이 많다. 2016년 개통 예정인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잠실본동부터 오륜동까지 5.9㎞에 이르는 지하철 구간이 송파구를 가로지르게 된다. 또 제2롯데월드 저층부가 문을 열면서 싱크홀 등 그간 잠실 지역 개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인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임대 수익 외에도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마포구는 홍대 상권이 팽창하면서 서교·상수동을 중심으로 카페거리가 생기고 연남·동교동을 거점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중국인 관광객 쇼핑센터가 들어선 데다, 합정·망원·성산동에는 한류를 이끄는 연예기획사가 모이고 있는 등 젊고 개성 있는 지역으로 변신하면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동대문도 눈여겨볼 만하다. 뉴타운에서 도시 재생으로 정책이 변화한 것과 관계가 있다. 박원순 시장이 뉴타운에서 도시 재생으로 정책을 선회하면서 중소형 빌딩 시장이 활기를 띤 측면이 있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통상 뉴타운 사업을 하면 그 일대를 다 허물어 버리기에 상권이 죽는데 동대문은 서울시가 도시 재생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상권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아져 중소형 빌딩 기대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소형 빌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투자에 유의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금융 시장 흐름을 챙겨봐야 한다. 중소형 빌딩 임대수익률은 4~5%대로 높지 않다. 다음으로 신축 건물은 겉모습과 달리 사용 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전용면적 등을 늘리기 위한 불법 용도변경이 이뤄진 사례가 있다는 점도 확인해봐야 한다. 노후 건물은 시설 유지·보수 비용을 포함해 수익률을 따져야 한다.
공실률도 변수다. 중소형 빌딩은 입지와 공실 위험도에 따라 지역마다 수익률 기준치가 다르다. 대체로 강남 역세권은 4%대, 가로수길 메인이나 신사동 역세권은 3. 8%대, 도곡동이나 강남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이상인 비역세권은 4~5%대를 기준 수익률로 참고해 볼 수 있다. 강북권은 5%대, 수도권은 6%까지를 기준으로 보면 된다.
강남구를 제외하면 50억원 미만인 거래가 활발한 편이지만 5~10년 정도를 내다보고 100억원 이상인 물건을 골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 상반기 거래된 중소형 빌딩 323건 가운데 67%(218건)가 50억원 미만이었다.
하지만 50억원 미만 빌딩은 대개 이면도로에 있어 입지가 떨어지고 건물이 낡은 게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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