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높이구두를 노래함
권혁웅
키높이구두는 구두의 까치발
구두가 종종걸음으로 전하는 복음
이미 점프한 상태라
덩크슛을 할 수는 없지만
키높이구두는 자력갱생이거나 셀프서비스
아무도 못 보게 발바닥에 새겨 넣은 문신
그대가 방석 놓인 식당에만 가지 않으면
누가 냉수를 떠다줄 일은 없지
하이힐이 노출증이라면
키높이구두는 절시증
그녀의 다리선은 하이힐까지 이어지지만
그대의 다리선은 구두에 미치지 못하지
하지만 남몰래 그대는
옆자리 남자의 정수리를 볼 수도 있지
키높이구두는 저렴한 전신성형
그대가 인조인간이라도 된다는 듯
하이마트 앞에서는 풍선인간과 구두맨이
교대로 그대를 부르지
뼈 없는 거인과
계단을 올라선 거인 중에서 누굴 고르겠냐고
이미 한 계단 올라섰으니 하이파이브 할 때까지
더 높이 도전해보라고
- 2014년 <시와 표현> 여름호
** 권혁웅 시인
1997년 <문예중앙> 등단
시집<황금나무 아래서>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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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높이구두를 노래함/ 권혁웅
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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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1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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