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들,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목도리 선사 (무등일보)

[이국언]

유치원생들,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목도리 선사

입력시간 : 2012. 01.18. 00:00

"할머니, 겨울 따뜻하게 나세요"

광주지역 유치원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직접 뜨게질한 목도리를 근로정신대 할머니에게 전달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17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 시민모임 사무실에 전원어린이집(북구 수곡동) 원생 11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1주일여동안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한땀한땀 짠 목도리를 양금덕(84) 할머니에게 전달했다.

하석헌(7)군은 "선생님께 뜨게질을 배워서 만든 목도리로 할머니가 겨울을 따뜻하게 나셨으면 좋겠다"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편지에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의 건강을 염려하고 응원하는 글이 담겨있었다.

교사 신빛나(24여)씨는 "지난해 연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아이들이 직접 목도리를 짜게 됐는데 학부모를 통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대해 듣게 되면서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비록 아이들의 솜씨가 서툴러 코가 빠지고 모양이 빼어나지는 않지만 정성이 듬뿍 담겨 어떤 목도리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원어린이집 원생들은 신 교사를 통해 꾸준히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해 역사 공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민모임 사무실을 방문한 원생들이 직접 짠 목도리를 양금덕 할머니에게 매주자 양 할머니도 감동의 눈시울을 붉혔다.

양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기쁜 일이 없었던 것 같았다"며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하니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희용 시민모임 대표는 "시민모임 활동을 하면서 어린이집 아이들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 정성이 고맙기만 하고, 양금덕 할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내가 받은 것처럼 흐뭇하다"고 기뻐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이날 기증받은 목도리 8개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김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