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 - 도망(悼亡)
영원한 인간사랑 ・ 2024. 5. 15.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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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悼亡)
요약 「도망」은 ‘아내를 잃은 것을 애도함’의 뜻으로, 조선 말기의 문신이자 실학자, 서화가인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의 문집 『완당전집(阮堂全集)』 제10권에 실린 7언 절구의 한시다.
작가가 제주도 유배 중에 충남 예산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한 달여 만에 듣고 비통한 슬픔을 쓴 것으로, 저승의 월하노인에게 하소연하여 산 자와 죽은 자의 처지를 서로 바꾸어 슬퍼하는 마음을 알게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주 내용은 부인의 죽음에 대한 비통한 심정이다.
작가소개
김정희
조선 말기 최고의 학자이자 예술가로서 평가받고 있는 김정희는 100여 가지의 호(號) 중에서도 완당(阮堂)과 추사(秋史)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의 일생은 크게 3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기는 가문이 안팎이 종척(宗戚: 왕의 종친과 외척)이라는 문벌(門閥)로 태어나 문과에 급제하여 고위관직과 중국 청나라를 오고가며 많은 신학문을 접하고, 특히 고증학(考證學: 옛 문헌에서 확실한 증거를 찾아 경서(經書)를 설명하려는 청나라 때 발전한 학풍)과 금석학(金石學: 금석문자를 연구하는 학문)에 몰두하였다.
아울러 경학(經學: 사서오경을 연구하는 학문)으로는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연구하는 학문)’와 ‘경세치용(經世致用: 학문은 세상을 다스리는 유용한 것이어야 한다는 유교의 한 주장)’을 주장하였다.
제2기는 1840년(55세)부터 1848년까지 9년간의 제주도 유배 생활과 1851~52년까지의 2년간의 함경도 북청에서의 유배 생활기이다. 특히 제주도 유배 중에는 시서화(詩書畵)에 몰두하여 독창적인 서체인 졸박청고(拙樸淸高: 질박하면서도 맑고 고상함)한 추사체(秋史體)를 완성하였다.
제3기는 유배에서 풀려나 아버지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과천에서 은거하며 학예(學藝)와 선리(禪理: 불교의 교리)에 몰두하다가 생을 마친 시기까지다. 문학에서는 산문 서한(書翰: 편지 형식의 글)을 들 수 있는데,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편지형식을 빌린 문학으로서 수필과 평론의 기능을 가진 것들이며, 친필 언간(諺簡: 국문으로 쓴 편지)은 국문학적 가치가 높다.
작품전문
那將月老訟冥司(나장월노송명사)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현대어 풀이
어떻게 하면 저승에서 월하노인에게 송사하여
내세에는 그대와 나 부부의 처지를 바꾸어
내가 죽고 그대는 천리 밖에 살아남아
이 마음의 슬픔을 그대가 알게 할 수 있을까?
단어 풀이
月老(월노) : 월하노인(月下老人). 부부 인연을 맺게 해준다는 전설상의 노인. 월하빙인(月下氷人).
冥司(명사) : 명부(冥府). 저승. 또는 저승의 벼슬아치.
易地(역지) : 처지(處地)를 바꿈. 역지사지(易地思之).
千里外(천리외) : 천리 밖. 본문에서는 유배지인 제주도를 말함.
작품해설
조선 말기의 문신·실학자·서화가인 완당 김정희의 문집 『완당전집』 제10권에 실린 부인 예안 이씨(禮安李氏)의 죽음을 애도하는 7언 절구의 한시이다. 제목 ‘도망’은 ‘죽은 사람을 애도함’, 또는 ‘아내를 잃은 것을 애도함’의 뜻이다. 제주도에서 9년 동안의 유배 중(1840~1848년)에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1842년, 작가 58세)을 들은 작가는 이 시를 지어 아내의 죽음에도 함께 할 수 없는 슬프고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또 제문(祭文: 죽은 사람을 조상하는 글)으로 「부인예안이씨애서문(夫人禮安李氏哀逝文)」(『완당전집』 제7권)을 지어 보내 궤전(饋奠: 喪中에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일)할 때 고하게 하였다.
「도망」은 작가가 제주도 유배 중이던 임인년(壬寅年: 58세) 11월에 충청남도 예산의 추사(楸舍: 김정희 고택)에 있던 부인이 죽었다는 바다를 건너온 소식을 한 달이 지난 12월이 되어서야 듣게 된다. 그러나 정작 작가 자신은 유배지에 묶여 있어 달려가 볼 수도 없는 부인을 잃은 슬프고도 애타는 마음을 7언 절구의 한시로 쓴 것이다.
작품 전문은 유배지에서 부인이 죽었다는 비보(悲報)를 한 달이 지난 후에야 듣고, 그 슬픔과 충격을 쓰고 있다. 부인의 죽음의 소식을 늦게 듣게 된 일자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부인예안이씨애서문」에서 쓰고 있다. ‘임인년(1842년, 작가 58세) 11월 을사삭(乙巳朔: 그 해 음력 11월의 干支) 13일에 부인이 예산(禮山)의 추사(楸舍: 齋舍를 이름)에서 일생을 마쳤는데, 다음 달 을해삭(乙亥朔: 그 해 음력 12월의 干支) 15일 기축(己丑: 그 달 15일의 干支)의 저녁에야 비로소 부고(訃告: 사람의 죽음을 알림)가 해상(海上: 유배지 제주도를 이름)에 전해 왔다.’라고 쓰고 있다.
먼저 제1구 기(起)에서는, 부부의 인연을 관장한다는 ‘월하노인(月下老人)’과 사람의 생사를 주관한다는 ‘명사(冥司: 저승)’를 언급하면서,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 천 번 만 번 부당함)한 부인의 죽음에 대해 저승까지라도 가서 송사(訟事: 분쟁이 있을 때 관청에 호소하여 판결을 구하던 일)를 하여 잘못되었음을 따지고 싶다고 한다. 제2구 승(承)에서는, 제1구인 기에 이어 내세에 가서는 부부의 인연을 서로 맞바꿔달라고 송사하여, 작가 자신은 부인으로, 부인은 남편으로 다시 태어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제3구 전(轉)에서는, 그리하여 부부관계의 남녀가 서로 바뀌어서, 천리 밖에서 내(작가)가 부인으로 죽고, 그대(부인)를 살게 하여, 제4구 결(結)에서는 이 슬픈 마음을 부인이 알게 하고 싶다고 쓰고 있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로 묶여 있는 몸이기 때문에 부인의 죽음을 지켜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죽었다는 소식마저도 한 달이나 늦게 알게 된 아픈 마음은 수백 자 수천 자가 넘는 글로 쓰더라도 부족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슬픈 마음을 7언 절구 형식의 28자의 짧은 한시로 담아, 시적 상상력이 매우 빼어난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두드러진 표현법으로 대비(對比: 서로 맞대어 비교함)를 들 수 있다. 내세(來世)와 현세(現世)를 대비시키고(제1구), 부부의 남녀관계를 대비시키고(제2구), 삶과 죽음을 대비시키고(제3구), 귀양살이 하는 처지를 대비시키고, 천리로 떨어진 공간적 위치를 대비시켜(제3구) 작가 자신이 당한 슬픔을 먼저 저승에 간 부인에게 알리고 싶다(제4구)는 것이다. 이러한 슬픈 마음을 절묘한 대비를 통해서 짧은 글 속에 함축시키고 있다. 제재는 부인의 죽음이며, 주제는 부인의 죽음에 대한 비통한 심정이다.
작품 속의 명문장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내가 죽고 그대는 천리 밖에 살아남아’
서로의 생사(生死)를 바꾸고 처지를 바꾸어서라도 내 슬픈 마음을 알리고 싶어 함.
[네이버 지식백과] 도망(悼亡)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2013. 11., 양현승, 강명관,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