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뉴욕시 [8]
엄마기 돌아가신 지얼마 되지 않던 어느 날 밤,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갈 능력이 내게 있는지 의심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데서 오는 고통이 너무 강렬해서 차라리 죽었으면 싶었다.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고,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수면 아래서 떠올랐다.
나는 유아용 식탁에 앉아 엄마를 지켜본다, 엄마는 민소매에 다리 기장이 짧은 헐렁한 라벤더색 면 점프슈트를 입고,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채 매발로 부엌 싱크대 앞에 서 있다.
엄마는 고운 손을 수도꼭지 밑에 대고 잘 익은 김치 한 조각을 흐르는 물에 고춧가루 하나 남지 않게 헹구어낸다.손으로 김치를 길게 찢고 엄지손톱과 집게손톱으로 콕 집어서 가로로 조각을 낸다.엄마의 가녀린 옅은 갈색 손이 세세히 보인다.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긴 손가락과 손톱눈까지, 엄마 손은 바삐 움직이며 김치에서 매운맛을 가신다. 엄마는 작은 조각을 손으로 집어 내게 먹인다 "안 매워, 그레이스야?" 엄마가 묻는다.나는 김치를 먹는다. "오,김치 잘 먹네! 착한 내 딸!" 엄마는 내가 김치 먹는 법을 익히는 모습에 기뻐하며 미소 짓는다.
정신이 또렸해져서도 이 장면은 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내가 음식을 먹는 최초의 기억이자, 엄마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억이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있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았다. "자, 김치 더 무라. 그레이스야, 우린 생존자야. 너는 무엇이든 견딜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