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패배했다.
1.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나는 그를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한 노인의 치열한 사투의 결과가 뼈만 남은 청새치뿐이라는 허무한 마음까지 드는 결말이 좋았다.
헤밍웨이의 소설은 간결하고 절제됐다. 마치 신문 기사를 읽는 것처럼 쉽고 이해가 빨랐다. 같은 문장을 곱씹지 않아도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책 속 주인공이 사랑하던 이가 죽은 장면에서조차 그 담담함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런 문체로 허무주의를 표방한다.
2.
어니스트 밀러 헤밍웨이(영어: Ernest Miller Hemingway, 1899년 7월 21일~1961년 7월 2일)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이다. 빙산 이론이라 이름 붙인 헤밍웨이의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 방식은 20세기 소설에 강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모험적인 삶과 대중적인 이미지 역시 후대에 영향을 크게 끼쳤다. 헤밍웨이는 대다수 작품을 192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 사이 발표하였고, 1954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대다수 헤밍웨이 작품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여기고 있다.
3.
나는 사실 만연체와 화려체가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소위 ‘있어 보이는’ 문체를 동경했다.
“한낮은 존재의 절정이다. 그림자가 사라지는 시간. 짙푸른 잔디에 햇볕이 꽉 찬다. 사람들로 떠들썩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햇볕이 텅 비면 보인다.”
“사랑은 정념의 충동으로 치닫기 마련이며, 예술이 재현하는 정서는 순수하게 극단적인 것이므로. 또한 그것은 인간의 격정이고, 인간이 쓰는 비극의 원천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내가 무언가를 쓸 때, 의도를 분명하게 전달하려 하기보다 더 그럴듯한 단어를 찾는 데 집중한다. 아마 이 짧은 글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그런 내 생각을 바꿨다. 간결한 문장으로도 풍부함을 보여주었다. 아마 이게 내가 학술적 글쓰기와 발표를 듣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와 같은 문체가 되기를 바라진 않지만 경험해보고 싶다. 헤밍웨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