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4 아산촌집호더 구조 후기

[이시은]

현생을 살다보니 조금 늦은 지난 일요일의 구조 후기입니다. 다들 궁금해하시고 기다리셨을것 같아 늦게라도 올려봅니다. 그럼 최근 이름 공모를 받은 6둥이들의 이야기 고고!

구조의 배경)

2020년 5월 1일, 포해피니스는 쉼터 인수 1년만에 드디어 공식적인 구조를 시작하였는데요. 구조 문의가 없을 시, 시 보호소의 안락사 대상 아이들을 구조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아산촌집호더 사건을 접하게 되었어요. 아산 신정호 근처 민가에 60여 마리의 강아지가 방치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한 달 전 처음 현장에 갔던 아산시보호소와 아산동물보호연대에서 그 중 20여마리를 구조했고, 아직도 30여마리가 남아있다고 했어요. 아이들은 필요한 관리를 거의 못 받고, 중성화도 되지 않아서 더 늘기 전에 포피도 작은 힘이나마 구조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현장에 가기 전까지는 포피의 여건(소형견 수용가능수: 5마리)에 맞게 3마리 구조를 계획했었어요.

구조의 과정)

세보지는 못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30마리보다는 더 많은 강아지가 있어 보였어요. 그 중 1/4 정도는 막힌 공간에 분리돼 있거나 야외에 줄로 묶여 있었고, 다수는 위 영상처럼 집 안과 밖을 돌아다니며 지내더라구요. 그래서 현관 문을 열면 우르르 나오거나 또 우르르 들어오곤 했어요. 그렇게 바깥에서 더러운 걸 묻힌 채 실내에 들어오고, 실내에서도 여기저기 배변 활동을 하다 보니 냄새가 정말 심했어요. 아마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이렇게 지낸지가 하루 이틀은 아니었을 테니까..  아이들은 그렇게 똥오줌과 밥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집 안의 모든 곳은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거실, 방, 주방 등등.. 구조를 위해 간식을 챙겨갔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더라구요. 던져주는 간식은 먹어도 가까이 오는 강아지는 한 마리도 없었어요. 처음 포피 아이들처럼 오히려 손만 뻗어도 홍해 갈라지듯 무서워서 뒷걸음 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시루를 닮은 블랙탄 친구들은 저 주방 안쪽에 꽤 여러마리 있었는데 문턱 넘기를 무서워했어요. 간식을 던져 주며 한참 꼬셨는데 일정 거리 이상은 절대 가까이 오지 않더라구요. 다들 아가처럼 보였는데.. 정말 시루랑 똑같이 생긴 아이도 있어서 더 마음이 쓰였어요.

실내 공간 뿐 아니라 집 밖에도 꽤 공간이 컸는데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정말 많아서 빈 틈은 거의 없었어요. 야외에도 응가와 오염된 듯 보이는 물, 그리고 밥이 놓여져 있었어요. 아마 밥은 잘 챙겨주시는지 그래도 심하게 마른 아이는 없었어요. 다행이라면 다행! 저희가 처음에 집에 발을 들일때는 치료가 시급한 아이를 최우선순위로 구조하고자 했는데 다행히 외관상 외상이 있어보이는 아이도 없었어요. 정말 다행 ㅠㅠ

왼쪽 아이는 쉼터에 온 무무랑 좀 닮았네요. 이 집에는 이렇게 생긴 아이들이 여러마리 있었어요. 다들 피가 섞였을수도.. 정말 중성화가 시급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나무판자로 막힌 공간 안에 격리되어 있었어요. 마당 뒤쪽에 비닐 하우스가 한 채 있었는데 그 안에 이렇게 격리실(?)을 두 개 만들어 두셨더라고요. 겨울에는 따뜻했을지 모르겠는데 이젠 사람도 들어가니 공기가 답답하고 더웠어요. 더운 여름을 이 아이들이 과연 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ㅠㅠ

중성화 된 강아지가 아무도 없다보니.. 퍼피들도 여기 저기 있었어요. 이 친구들은 2개월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 정말 어렸어요ㅠㅠㅠㅠ. 정말 상꼬맹이.. 이 영상엔 안나오는데 사실 그 옆에 이 친구들 엄마도 있었거든요. 근데 눈빛이.. 너무 공허하고 지쳐보였어요. 꼭 데려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입소한 여섯둥이들이 얼른 좋은 가족을 찾아 가고 그럼 다시 가서 꼭 그 아이를 데려오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포피로 오게 된 여섯둥이들)

당초 계획했던 세마리를 과연 누구를 데려갈 것이냐 하는 고민은 정말 어려웠어요. 제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무거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다 데려갈 이유가 충분해보이는데.. 그래서 조금 무리라면 무리임을 알면서도 현장 스텝들의 판단으로 6마리 구조를 감행했습니다. 이해해 주세요ㅠ_ㅠ.

단감/대추/알밤/홍시라는 귀여운 이름을 얻게 된 사둥이들은 아까 성견 두마리와 같은 비닐하우스 안 또다른 막힌 공간에서 살았어요. 똥밭에, 무엇보다 내부 온도가 높고 환기도 잘 안돼서ㅠㅠ 사람도 힘든 이 환경을 아이 강아지들이 도저히 더운 여름까지 지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도 짖으면서 할 건 하는 사둥이들 너무 귀엽죠ㅠ_ㅠ

글 초반부의 실내 영상 캡처에요. 노란 아이가 현 배추(추정), 보라색 아이가 현 무무(확실)입니다. 무무의 경우 실내 아이들 중 가장 말랐었어요. 혹시 내부 서열에서 밀려 밥을 잘 못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구조하게 되었어요. 배추의 경우 현장에서 저희 스텝이 간식을 던져 줄 때 호의적으로 다가와 받아 먹은 노란 아이가 하나 있었대요. 너무 순하고 안쓰러워 구조를 마음 먹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보니 그 아이는 배추가 아니라 다른 아이더라구요.(반전) 구조 직후 병원 검진에서 이 아이를 데려온 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는데..(반전의 반전). 배추는 구조 아이들 중 유일하게 사상충 양성과 애를리키아 양성(진드기 매개 질병)이 떴어요. 치료해 줄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 완전 다행ㅠㅠ

그 날 구조 이후)

아이들은 이렇게 켄넬에 실려 두 차에 나눠 타고 연계 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제 차에는 무무가 탔었는데 돌아보니 울더라구요ㅠ_ㅠ 눈물이 그렁그렁. 무무도 울고 저도 울고.. 차가 무서워 헥헥거리기도 해서 엄청 밟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덜 불안해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병원에 와서 필요한 예방 접종과 외부/내부 구충을 했어요. 배추와 무무는 성견이라 사상충 검사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무무는 사상충 음성이에요!

아이들은 입소 전에 모두 반신욕을 했어요. (병원에서 목 뒤에 외부구충제를 발랐기 때문에 등쪽에 물이 닿지 않도록ㅠㅠ) 집 내외부를 쏘다니며 살았던 배추와 무무는 둘 다 진드기가 여기 저기 붙어있더라구요. 다행히 구충제 때문에 요번주에 진드기들이 죽으면서 떨어질거에요! 현재 강아지방에 있는 이불들은 그래서 모두 이후 소각할 예정입니다! 단감/대추/알밤/홍시는 갇혀 살아서 진드기는 없었는데 대신 발 패드 사이사이에 딱딱하게 굳은 응가 덩어리들이 가득했어요ㅠㅠ 이건 강제로 떼면 아파할까봐 사실 다 못 떼줬어요ㅠㅠ. 아이들이 좀 더 적응하면 물에 잘 불려서 다시 시도해볼게요!

끝마치며)

이후의 이야기들은 이제 아시는 대로 입니다! 아이들은 빠른 속도로 적응하며 예쁜 이름도 하나씩 얻었고요. 애교도 부리고 배변도 패드에 하며 잘 지내고 있어요! 2주 격리가 끝나면 많이 보러와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보시면서 이 아이가 내 아이다! 싶으시면 입양 문의도 환영입니다!

그리고 아산에는 아직도 정말 많은 아이들이 남아있어요. 중성화가 안 돼있기 때문에 아이들 수가 순식간에 늘 거고, 때문에 구조가 시급한 상황이에요ㅠ_ㅠ.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여럿이 모이면 꽤 괜찮은 삶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어요.  포피 가족분들께도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봄맑음]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정말 최악의 환경이네요.
많은 아이들 중에 고심해서 데려온 아이들이 건강하게 포피에서 지내다가 좋은 가족 만나서 행복하길 바라요:)

힘들게 다녀오신 스텝분들 너무 고생하셨어요

[뚜벙맘]

스텝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려요~

[은비]

감사합니다❤

[설이언니]

ㅠㅠ전해지는 현장의 모습. 악취와 육체적인 고통보다 그중에 아이 선택하는 게 너무 잔인한 일이었죠 ㅜㅜ.... 다녀오신 분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길 바라며. 위대한 일을 해주셔서 감사해요 고생 많으셨어요♡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기를. 이런 일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언젠가 좋은날 오겠죠!💪💪💪

[후후밍]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스텝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남은 아이들도 모두 빨리 좋은 가족 만나길 바랍니다💚

[위즈덤]

사진 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실제로 보신 분들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구조해온 아이들을 실제로 보고 오니 더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어요,, 시은님의 개인바람은 모두의 바람일 것 같아요! 포피에 온 아이들이 좋은 가정으로 떠나면 남은 아이들도 꼭 구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닐니리야-]

너무 속상해서 자세하게 읽기가 힘들정도네요ㅠㅠ 이런 글 보면 얼마나 더 노력하고 얼마나 더 지나야 과연 이렇게 아파하는 아이들이 없어질지 너무 까마득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운내게 하는 글이기도 해서 한번 더 마음을 추스르게 되네요.. 부디 이 많은 아이들, 더 많은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조에 힘써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 보내드려요!!👏👏👏👏👏

[누리(구.민들레)임.보자]

포피가 직접 나서서 구조한 첫 강쥐들인셈이죠~^^
아직도 너무 신기하다고 해야하나
암튼 어리둥절 해서 믿겨지지는않지만...
너무나 값진일 소중한일

우리포피에 들어온 복덩이들
야채가게 과일가게 친구들 진짜 진짜 언능 언능 좋은 가정으로 입양가서 나머지 아이들도 더 구해오면 좋겠어요...
아마 그날 그집에 방문하셨던 스텝분들은 처참한환경에서 진짜 나머지 아이들 남겨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으셨을듯요
생명을 구해나오면서 다행이다는~안도의맘
구해서 너무 기쁘다는 맘보단 남겨두고 와야될 그아이들의 눈망울이 너무 맘 아프셨을겁니다

그래서 맘이 더 바쁘셨을거예요
애들아~조금더 버텨줘~곧 데리러 올께라는

[누리(구.민들레)임.보자]

다짐으로 이 꽉!깨물고 떨어지지않는 발걸음 무거운 마음 착찹한마음뒤로 한채 나오셨을거예요
아마 울지않으신 스텝분 아무도 없으셨을듯요
저두 이글 쓰면서 그장면들이 하나하나 상상이되어 눈물이 나네요...
우리 어서어서 좋은곳으로 야채가게 과일가게 친구들 입양보내고 또 데릴러 가야죠...

어서어서 힘내어서
우리손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남은아이들 꼭 구해와요
너무 너무 마음적으로 힘드셨을텐데...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정말 멀리서 응원보내요 정말~🙏🙏🙏간절히 간절히🙏🙏🙏
어려운 순간 직접 함께 하지못해서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맘뿐입니다~😭

[나비]

마음이 더 힘들었을 하루.. 정말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이번에 포피로 온 6둥이들뿐만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아이들도 좋은 가족을 만나는 그 날이 꼭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ㅠㅠ

[토마토마토]

감사합니다 정말 몸도 마음도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애기들 빨리 보러 가야겠어요!!!

[자원봉사자]

ㅠㅠ 세상에있는 호더 다 망했으면......ㅠㅠㅜㅜㅜ
끔찍한 현장을 직접 다녀오시구.. 감사합니다ㅠ_ㅠ 다른 아이들도 꼭 입양/임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