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비지니스 클래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내 건너편에 유명한 여성 탤런트 J씨가 앉았는데
눈인사를 하고 긴 시간 비행을 하고 오면서 보니 참으로 곱고 단아했고 절제미가 있었다.
나보다 열살 쯤 많은 여인인데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그의 됨됨이와 마음씨가 읽혀질
것처럼 그만의 분위기를 느꼈다.
사람만이 그러하랴.
20 대에 우연히 들렀다 한눈에 반한 지리산의 향기를 나는 늘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한다.
그 화려하지 않고 투박한 듯 꾸미지 않은 산세와 그 산이 품은 물많은 계곡들이 늘 그립다.
주능선의 큰 바위와 크고 작은 나무들까지 눈에 익어, 지나면서 말을 건넬 정도이나 이젠
얼마나 더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9월에 가고 싶었는데 동행을 구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다 10 .20일에 다녀왔다.
이젠 무박으로 큰산을 다닐 나이가 아님을 느꼈다. 노년으로 가는 중인 것이다.
2024.10.20 일 천왕봉은 상고대가 필 정도로 날씨가 급변했다. 긴 하산길을 혼자 걸으며
40대에 어느 곳에 써서 올렸던 시를 다시 떠올렸다. 치기도 보이고 어슬프기도 하지만
열정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 글이 어느 유명한 분의 눈에 띄어 책에 실리기도 했었다.
멋적지만 60대인 현재와 40대에 쓴 시, 그리고 20대의 풋풋했던 시절 사진을 올린다.
이 모든 것을 안고 지리산은 그대로 서 있고 시간은 흘러간다.
[지리산행] - 서 ㅇ 호 - (앵커리지)
화엄사에서 화엄의 뜻을 묻는다
불고기 냄새 진동하는 화엄의 계곡
노고단은 저만치 넉넉하게 서있고
천왕봉은 저 멀리 꾸꾸듯 서있을 터
노고단에 별이 뜬다
살아있음이 행복한 시간에 잠시
별이 되고 산이 되고 바람이 되고
우주의 맥박에 나를 싣는다
폭우가 쏟아지는 벽소령
내심은 우쯜대며 올라선 산행에
겸손의 씨를 뿌리면
나는 아둔한 마조였음을 자각하고
----- 중략 -----
사진터로 변해버린 천왕봉
땀 흘리며 올라온 노수녀님의 깊은 눈빛,
다 해진 운동화가 눈을 밝혀주면
또 한 꺼풀 벗어놓고 내려서는 산행
[10.20 천왕봉과 상고대]
[풋풋하던 20대 - 화양연화 !]
요즘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이를 관리하느라 자주 들르지 못합니다.
2024.11.06
앵커리지
첫댓글 저두 4-50대에 직원들하고 집사람하고 지리산 천왕봉엘 네번정도 오른적이 있습니다. 산에 다닌다면 동경의 대상인 지리산.. 그풍경에 반해 지리산자락으로 이사가는분도 많죠... 60대에 좋은 추억남기고 오셨음이 보기좋습니다.
저도 한 때 지리산 자락에 가서 살고 싶었습니다만 현실이 허락치 않아서 한 달 살기를 할까 합니다 ^^ 70대 까지는 거기 오르고 싶은데 허락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화엄사에서 올랐던 모양이군요.
달밤의 벽소령이 좋다지만
비오는 벽소령도 운치가 있었겠지요.
건각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무조건 화엄사에서 올라 코재를 거쳐
노고단에 올랐습니다.
벽소령에서 자면서 달빛 별빛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화엄사에서 시작해 대원사에
이르는 종주길을 끝내고 쓴 글이었습니다.
글에서 나이만큼 연륜이 느껴져요
바라보는 선이 다름일듯 하네요..
20대의 산은 인생처럼 풋풋하고
40대의 산은 내 인생만큼 달려가는 기차처럼 바쁜것같은
60대에 바라본 산은 내 나이의 숫자만큼 벅차오르고
지는 노을에 흥얼거리는 나잇살의 무게만큼 값진 여정이 아닐지
대나무의 꿋꿋함처럼 지켜내고 싶은 그 열정이 점차 사라지므로
내려 놓게 되는 마음한폭 그게 인생을 살아가는 숙제 ..
힘내세요 ..어디를 가든 내가 그곳의 주인입니다..
20 대에서 부터 지리산을 혼자 휘젓고 다니다가
길을 잃어 접어든 곳이 달궁 쪽이었습니다.
지금은 큰 도로가 놓였지만 1970년대 말 경에는
그야말로 무릉도원이었답니다.
산을 다닌 만큼 마음공부가 되었다면 좋겠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해도 길을 다시 나서곤 합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 고맙습니다 ^^
우주의 맥박에 나를 싣는다 ㆍ
그 팔팔할 때
우주의 맥박을 진맥하여 잡아 내나니
문득
윤동주가 청년에 썼다는
잎 새 이는 바람에도 나도 괴로워했다ㆍ가
생각이 납니다
저는 불혹의 나이에서야 서시를
겨우 이해를 했는데
우주의 흐름을 올해야 느끼던 차
그 걸
맥박이라 던지시니 얼마나 감사한지요
81년도 저 소년은 어디서
늙어갈 꼬!
진짜
세월 무상이지요ㆍ
@윤슬하여 그때나 지금이나 하늘과 우주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마음공부는 멀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꿈을 꾸고 정진해야지요.
들판에 우뚝 솟은 그 산이 정말 아름다웠다오.
20대에 찾던 그 느낌이었어요.
건강 잘 지키시구려 친구.
드뎌 지리산 천왕봉을 가셨군요.
넘나 부러워요.
20대 리즈 시절이나 60대 지금이나
풋풋함은 시들었어도 최강 동안이세요.👍
아이쿠 과찬이지만 행복합니다 ^^
가을을 바삐 보내면서 여러 산을 다녀왔어요.
그중에 관악산도 있었구요.
큰산에 서면 속도는 느려졌어도 그 느낌만은
20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열정인지 철이 덜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지리산의 향기를 늘 그리워하고
지리산을 보고싶어 하는 앵커리지 님의
글을 읽으니 오늘 단톡에 올라 온 한 친구의
글이 생각나네요.
수안보 온천을 너무도 그리워한다는 그녀.
그런데 전 생각해보니
앵커리지 님처럼, 제 친구처럼
그렇게 그리운 곳이 없다는 게
너무도 메마른 가슴처럼 느껴지네요.
60대인 현재의 모습.
40대에 쓴 시.
20대의 풋풋한 사진.
다 멋지십니다.
늘 정성스런 댓글 고맙습니다 이베리아님.
제가 그리워 하는 또 한 곳이 알래스카인데
언제든 그곳에 대해 글을 쓸 생각입니다.
짧은 가을에 미친 듯 돌아다녔더니 어느새
가을이 저물고 있네요.
겨울엔 설경을 보러 또 길을 떠나야지요 ^^
60대 후반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집니다.
혹시라도 계획하신 지리산을 못 다녀 올까 봐,
조바심이 났겠습니다.
잘 다녀오셨고 여한은 남지 않겠지요.^^
1981년도 뱀사골 산장의 저 청년의 모습이
꽃미남이시네요.
이 참에 수필방 남성회원들, 20대 콘테스트를
열어 봄 직도 합니다.^^
마음이 함께 젊어 집니다.
맞습니다.
60 중반을 넘어서니 신체적으로도 노화가 아주
빨라지고 제력이 떨어지면서 마음이 급해집니다.
가까운 둘레길 자주 걷다가 삶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다녀오려 합니다. 못 가면 말구요 ^^
사진들만 봐도 가슴이 튑니다
노고단 고갯길에서 바라본
장쾌한 S자 태극능선 !
반야봉 지나 화개재 에서 홀로 낙오하여
뱀사골 계곡으로 내려오던
그 비나리는 가을날의 새 아침.
나무도 붉고
길바닥도 붉고
계곡에도 단풍 둥둥
어즈버 그시절이 꿈이련가~
아하 그런 적이 있었군요.
저는 오래전 종주하다가 후배 하나가 벽소령에서
낙오되기에 내려가라 해놓고 혼자 종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엔 혼자 성삼재에서 출발해 반야봉 찍고서
뱀사골로 하산하는데 지루해서 혼이 났습니다.
계속 꿈을 꾸셔야지요 ^^
저는 산이 좋다는 걸 사십대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그것도 산행이 아니고 산 주위나 산 속에 그저 돌아다니는 즐거움. 산행은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아 지리산과 설악산은 언저리에서만 돌고 산행을 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설악산과 지리산 산행을 하시는 분들을 늘 부러워했지요.
앵커리지님의 이십대 청년시절의 모습을 보며 아... 그때 우리가 저렇게 옷 입고 저렇게 머리 기르며 살았었었지... 생각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산이 좋은 걸 늦게 알은 것이 좋은 것입니다.
일찍 산에 다닌 사람들이 대개가 무릎이 아파
고생하더라구요 ^^
저의 20대는 신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산으로 산으로 도피했었지요.
꽃같은 청춘 화양연화 사진 바로 아래에
요즘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서...라고 하시는 글이 있으니
급격한 대비에
뭔가 한 순간 시간이 확 지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폰과 컴퓨터 보는 시간을 조절하시고 관리 잘 하셔서
빨리 시력이 회복되셔야 할 텐데요.
우리 모두 지금이 바로 화양연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
아직 안경을 쓰지 않고 책도 읽으며 살아왔는데
요즘 스마트폰 탓인지 시력이 많이 떨어졌기에
폰으로 글 읽기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려보다 잘 다녀오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 달 간 생각없이 지리산 설악산을 휘돌다가
조용히 운동도 않고 살찌우는 중입니다. ㅎ
겁을 내면서도 또 내년 봄 지리산 설악산을 꿈꾸고 있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좋은 일이지요.
그리고 내년에도 가셔야지요 ^^
저도 내년쯤엔 설악산 신령님께도 인사를
드려야 할 듯합니다
지리산은 3차례정도 가 봤는데,
뱀사골-노고단-화엄사로 해서 버스로
거제 해금강을 여름휴가에 한번,
진주로 해서 천왕봉을 겨울에 한번,
그리고 혼자 뱀사골로해서 달궁마을에
비가 오는데 가서 뱀탕을 먹고 1박을
했는데, 그날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냈던날로 기억합니다.
종주 이런건 엄두도 못냈고 그저 엄청난
산이다~ 라고만 늘 생각해 오고 있지요.
81년 뱀사골 사진이 풋풋하고 참 좋아
보이는군요!!
그런 경험을 하셨었군요.
저는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소식을 들었습니다.
1970년대 달궁쪽은, 사람은 없고 물이 맑고
수량이 많아서 마치 무릉도원 같았답니다 ^^
지리산에 다녀가셨군요.
남원에서 통행세 바치고 가셨어야 하는데 ㅋㅋ
저는 10월 30일에 차로 지리산 한바퀴
돌았는데 뱀사골에서 성삼재 그리고
구례 화엄사쪽으로요.
20대 때는 놀기도 바쁜데
그때도 산을 좋아하셨다니
저는 당췌 이해불가 입니다.
참 멋진 청년인데 산하고 연애하셨나 봅니다.
글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았고요.
건강관리 잘 하시길요.^^
늘 반가운 제라님 ^^
그렇지 않아도 지리산 다녀오면서 제라님을
생각했답니다.
작년에 반야봉 찍고 반선으로 하산하면서도
제라님 사는 곳이 가까운지라 생각했었구요
저의 20대는 좀 신산스러웠습니다 ^^;;;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하고 싶은 걸 못 했거든요.
산으로 도피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모두가 인연이고 업에 따른 일일 테지요.
제라님도 건강 잘 지키세요.
@앵커리지
아~
그러셨군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 하게 되었을때
저도 엄청 방황했었거든요.
앵커리지님은 건전한 산을 좋아하셨고
저는 인생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유흥업소에서 4년을 보내고 뭔가 계기가 되어
정신을 차리고 범생이가 되었지만요.
청춘이니까 아프다라는 책 제목처럼
우리들의 청춘도 참 많이 아팠네요.
@제라 헉!
그런 고백을... 대단하십니다.
맞아요.
제 청춘도 많이 아팠어요.
그래도 돌아보면, 참 잘 했다고 청년시절의
제게 말해주고 싶어요.
제라님 당당하고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