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싶은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잘 아는 대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왜 바꾸고 싶은 것일까요? 우선은 과거 일어난 그 사건 때문에 오늘 내가 불행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또는 다르게 나타났다면 오늘의 불행은 당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경우가 있습니다. 전에 발생한 그 일로 인하여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소위 트라우마로 인하여 수시로 당하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대부분 트라우마를 안고 삽니다.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특히 갑작스럽고 큰 불행을 당했다면 그 후유증은 평생 갑니다.
우리가 당하고 있는 현실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이태원 참사를 비롯하여 어느덧 십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고 있는 ‘세월호’ 사건과 더불어 크고 작은 많은 사건사고들 속에서 많은 사람이 당하고 있는 트라우마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 때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음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그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넘나들고 싶은 사람의 욕구를 영화로 많이 표현합니다. 잘 아는 ‘백 투 더 퓨처’가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과거로 가서 아버지를 괴롭히던 학우를 혼내주고 돌아옵니다. 현재로 와보니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그 녀석이 하인 처지가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만으로도 신나지요. 하지만 그냥 이야기입니다.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상사가 있었습니다. 그를 떠나고 시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아마 십년도 더 지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그 사람과 아주 비슷한 용모의 사람을 만난 것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그 사람을 피하게 되고 미워하게 됩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입니다. 단지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감정이 그렇게 생깁니다. 그러지 말아야지, 아무리 스스로 달래고 정신 차리자고 다짐하여도 감정은 쉽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생각해봐도 너무 터무니없는 일입니다. 당사자가 안다면 얼마나 기막힌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줄 알면서도 감정을 다루기가 쉽지 않더라는 말입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아주 흡사한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연인이 사고를 당하여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아주 비슷한 사람이 등장하였습니다. 다시 사랑하고 싶지 않을까요? 물론 당사자가 안다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는 나고 그는 그다, 그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을 대신해주고 싶겠습니까? 그래도 이 편에서는 잃었던 그 사랑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일부러 헤어진 것이 아니라 사고로 잃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픕니까? 그 때의 사랑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쉽지는 않겠지요. 그 때의 사랑을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리쯔웨이’와 ‘황위쉬안’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흔히 젊은이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첫눈에 반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옛날의 연인이 금방 떠올랐는지도 모릅니다. 밀크티 가게에서 처음 만났지만 왠지 처음 같지 않은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튼 두 사람은 가까워집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사랑의 달콤함 속에서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인생길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수년 뒤 황위쉬안에게 닥친 해외발령, 그로 인하여 삶이 뒤엉킵니다. 새로 나타난 인물들, ‘모쥔제’와 ‘천윈루’ 등등.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시간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가 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제 개인의 경우 그렇습니다. 이유 단 하나,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그 낡은 건물에는 왜 들어가야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곳에서 어설픈 사고로 추락합니다. 그리고 생명을 잃습니다. 돌이키고 싶지요. 다시 돌아와 만난 사람이 이 사람인지 저 사람인지 헷갈립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모두가 한 자리에 나타납니다.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습니다. 물론 환상일 뿐입니다. 두 여인의 차이는 그저 점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오락가락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서로가 옥신각신합니다.
그래서 생각해봅니다. 이야기가 목적하는 바가 무엇일까? 단순히 시간여행일 리는 없는 듯한데. 그저 연애 이야기도 아닐 테고.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저 단순히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다지도 복잡한 구성을 하였을까요? 아니면 시간을 지배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판타지로 꾸민 것일까요? 보고 나오면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확실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영화 ‘상견니’(Someday or One Day)를 보았습니다. 대만 영화입니다. 뜻은 ‘너를 보고 싶어’라고 하는데 영어 제목이 더 그럴듯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