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였던 분이에요.
예전에 인터뷰를 보고
달곰에 추천한 적 있는데
책도 사서 읽었던 걸
이제야 생각나서 추천글 올려요.
인터뷰 때도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책 읽어보니 더욱 좋았어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냉철한 분석력
믿음직한 행동력
다 갖추셨더라구요.
이 분의 독특한 아우라는
모든 인간에 대한 관심과 연민에서
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범죄자에 대한 태도에서도
이런 점이 느껴져서
일벌백계 사이다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좀 안 맞으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우선하면서
(특히 여성 피해자의 경우)
그 바탕에 깔린 인류애가 드러나는 거라서
공정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 출판사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는데
여성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책으로 많이 펴내는 것 같더라고요
응원하고 싶어서 책 사서 읽었어요 ^^)
책에서 인상적이고 공감되었던 에피소드 하나 옮겨봅니다.
===
선임기자 한 명이 내 방을 찾아왔다. 평소 사람을 째려봐서 발생한 폭력사건에 관심이 많아서 기획기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한번 써보고 싶은데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도리어 기자에게 물었다.
"째려본 것 맞아요?"
"예?"
"째려본 것 맞냐고요?"
‘째려봐서 그 불쾌감에 폭력이 발생한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데 동의할 수 없어서, 자료 제공은 곤란할 것 같다고 답했다. 기자는 그럼 내 생각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왜 날 째려봐, 라고 말한 사람이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닐까요?
그 말을 먼저 한 사람의 기분이나 상태가 더 문제였을 수도 있다는 가정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중략)
난 형사들에게 간간이 말한다. 제발 피의자가 상대방이 째려보길래 기분 나빠 때렸다는 말만 듣고 폭행 동기를 작성하지 말고, 피해자의 주장도 깊이 살피고 다시 확인하라고, 더 깊이 질문해보라고 한다. 째려봐서 시비가 붙어 폭행이 일어났다고 해도 진정 째려본 것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왜 그 눈빛이 째려보는 눈빛으로 보였는지, 갑자기 시비 대상자가 된 사람은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주장하는지. 상대방 진술이 다르다면 서로의 진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시키고, 째려본 눈빛이 자기만의 느낌이나 기분은 아니었는지, 그 날 유난히 불편한 일이나 기분 나쁜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까지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 그냥 기분이 나빠서 범죄가 일어났다는 단순화는 가해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꼼꼼히 조사해나가는 과정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진짜 이유가 드러나야만 피해자의 억울함이 덜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가슴에 분노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단순 폭행사건으로 벌금 얼마 내고 다시 세상에 던져지고 나면, 해소되지 못한 화는 언젠가 다른 형태와 핑계로 터져나올 것이다. 사건을 빨리 해치워버리듯 처리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사람이 해법이 되게 일해야 한다. 그것이 형사,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의 사명이다.
여기까지 기자와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 선임기자의 특집기사 내용은 '왜 사람을 째려볼까?'에서 '우리는 왜 타인이 째려본다고 느낄까? 로 완전히 바뀌어서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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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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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재밌을거 같아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강추합니다 ^^
저도 이 분 너무 팬입니다! 너무 멋지신 분👏👏
짧은 인터뷰 봤을 때부터 바로 팬 됐어요 ㅎㅎ
아, 소설이 아닌 실제인물 여자형사님이셨네요. 째려보는 관점얘기 재밌어요. 읽어보겠습니다.
가해자 말만 듣고 조서 쓰지 말라는 말씀 너무나 맞는 말씀이에요~ 기자들도 헤드라인 뽑기 전에 이 말씀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가해자 말이 자극적인 경우가 많으니 클릭 수 유도하려고 그러는 거 같아요. 피해자 말을 들을 수 없는 사건은 가해자 말도 아예 보도를 하지 말아야된다고 생각해요.
앗~~이분 라디오스타라는
예능에 나온 형사님 아니실까싶은
외양도 정말 멋졌거든요
유리천장인 곳을
깨부수고 유리를 자근자근
밟고서있는 모든분들
존경스러워요!
은퇴하시고 나서 방송 출연 여러 군데 하셨다고 하니까 맞을 것 같아요~ 키도 크시고 포스 뿜뿜 ^^ 유리천장 깨부수고 유리를 자근자근 밟고 있다는 표현이 참 좋네요 그리 밟아주셔서 후배들은 유리조각길이 아닌 자갈길 걷게 되겠지요 ^^
@숲속의별 맞아요~~~^^
이쁜 거제몽돌해변
지압자갈길일듯
@남극곰은사람을꿰매 찾아봤어요 정말 예쁘네요 ^^
전 인터뷰들었는데 대단한 분이셨어요. 기록도 그렇고 범죄자들이 예의차리는...
조카에게 해 준말이.. 살아가며 나쁜 일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거를 딛고 일어서는 것은 네가 해야한다는 내용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카리스마 대단하신 거 같아요. 신창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했다고.. 조카에게 해주신 말씀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에피소드
진짜 인상적이네요.
도서관가서 찾아볼게요.
추천 고마워요
^^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그 중 하나였어요.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는 챕터가 하나 있는데 그 부분도 참 좋았고요. 재밌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
지금 다읽었어요~~~^^
추천해주실만 한 책이네요
저는 사실 사람이내는 책(?)
은 그리 즐겨보지 않는편이거든요
너무 작가 주관적이고
또 그책을 읽으면
그인물에대해 흠뻑빠지는데
(대표적으로 7막7장....)
그이후에 대실망한 경우를
여러번겪었더니ㅜㅜ
다신 상처받고 싶지않달까
책만보면 전여옥저서도 위인전 저리가라~~
근데 형사라는 제가가졌딘 직업적 편견도 깨주고
여성의 입장에서 보이는 저자의 본인직업을 대하는 태도나 그런 우리가 모르는세계,분야에 대해 엿보니
그것만으로 참 즐거웠어요~~
추천 감사해요
맞아요 맞아~~ 사람에 대한 책 읽고 여러 번 데어서 경계하는 거 완전 공감해요! 저는 반기문 유엔총장 시절 책 읽고 우리나라에 이런 훌륭한 분이 계시다니 하고 감동했던 흑역사가 ㅠㅠ 하정우가 쓴 걷는사람 책 읽으며 이렇게 건실한 사람이 있구나 감탄했구요 ㅎㅎ ㅠㅠ 그 책 아직도 안 버린 듯;; 쉽게 반하고 감정이입 잘 해서 이젠 조심하려해요~ 그래도 배울 게 많은 사람 이야기는 일단 공유하고 싶기도 하구요. 지나간 글에 정성스레 후기 댓글 남겨주셔서 반갑고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