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중국, 무엇이 달라졌던가요? ”
김 병 호 (수필가)
지난 4월 초에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중국 여행은 이 번으로 네 번째였다.
처음 다녀온 것은 2007년에 큰아들의 주선으로 아들, 손자, 손녀가 함께 자유여행으로 상해를 다녀온 것이고, 그 다음 해인 2008년에는 우리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계림을 다녀왔다.
그리고 4년 후인 2012년에는 친구 두 분과 함께 북경과 만리장성을 여행하였고, 이 번에는 다시 4년 만에 우리 부부만의 여행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유산이라는 장가계를 다녀왔다.
우연히도 중국에는 갈 때마다 동행이 달랐다.
처음은 아들 손자들과의 여행, 다음은 어머니와의 여행, 그다음은 친구들과의 여행, 이 번은 부부만의 여행... 이렇게 각기 동행이 다른 여행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여행은 어머니와의 여행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것은 햇수로는 5년 전인 2011년 9월이었다.
그때 어머니는 향년 89세. 어머니와의 해외여행은 어머니가 84세 되던 2006년에 시작한 일본의 규슈 여행이 처음이었고, 다음 해인 85세, 2007년에는 태국의 후아힌, 그리고 86세 되시던 2008년의 중국 계림 여행이 어머니와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다음 해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셨기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세 번으로 끝이 났다.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일행 중에는 완도에 사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온 세 자매가 있었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여행에 나선 세 따님들의 효심은 가상하였지만,
여행 경험이 부족한 탓에 그들이 선택한 장가계 코스는 83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관광여행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하였다. 장가계 코스는 걷는 거리가 많은데다가 특히 오르내리는 계단이 많아 허리와 다리가 부실한 노인들이 여행하기에는 힘든 곳이었다.
딸들과 일행에게 힘든 내색 들어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어머니의 모습도 안타까웠고, 해외 여행을 모시고 나와서 어머니에게 고생만 시켜드리는 것 같아 부축하고 다니는 딸들의 모습도 딱하였다.
우리 일행들과 가이드는 모두 한마음으로 이들 모녀를 배려하여 천천히 걷고,
기다려주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걱정하고 격려하였다.
역시 우리 민족의 피 속에는 효(孝) DNA가 들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나는 예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했던 휴양지형 여행지를 소개하면서 다음에 다시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참고하라고 일러주었다.
끝으로,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 소감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겨우 네 번의 중국 여행을 하고서 중국에 대하여 아는 체 말하면 소가 웃을 일이겠지만,
본 대로 느낀 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첫째, 중국의 남자들은 대체로 검은 옷을 즐겨 입더라.
둘째, 중국 사람은 남녀노소 누구나 목소리가 엄청 크더라.
(아내는 여행 중, 항상 귀마개를 하고 다녔으며,
나는 중국인이 모인 곳은 피해 다니거나 그도 안 되면 손바닥으로 귀를 막고 다녔다.)
셋째, 중국 사람들은 줄 서기에는 관심이 없더라. (그들은 호텔의 조식(朝食) 뷔페의 줄 서기에서도, 관광지의 셔틀버스 타는 줄 서기에서도, 자기가 서고 싶은 자리에 아무런 거리낌이나 망설임 없이
끼어들었다.)
넷째, 그들은 역시 만만디였지만, 발걸음은 예전보다 많이 빨라졌더라.
다섯째, 지역이 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에 같이 관광객에게 “천원만, 천원만”을 외치며
구걸을 하는 사람은 없더라.
중국은 최근 20년 사이에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고 집을 나섰다.
그들을 깨워서 문밖으로 불러낸 사람은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같은 개혁파 공산당 주석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들은 사심 없고 통 큰 정치를 베풀어 통일된 중화민국의 개방과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였고 인민에게는 개혁의 속도를 훈련시켰다.
만만디의 중국인은 이제 조금씩 발걸음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이번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그들의 검은 옷차림도 경계의 색깔로 보였고, 목소리 큰 것도 도전적으로 들렸고, 줄 안 서는 뱃장도 위협으로 느껴졌다. 이들 13억 인구가 모두 잠에서 깨어나 달리기 시작하면 황토 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지금 중국 발 황사나 미세먼지와는 비교가 안 될 중국 발 쓰나미가 될 것이다.
첫댓글 매달 초에 올리시는 글
항상 감사하게 잘 보고 있어요.
연로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몇차례나 하시고
효도 많이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