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부산 영도에서 시작합니다.
늙은 어부와 아내는 하숙집을 하고 있었죠. 그들은 분별 있는 부모였고,
언청이에 한쪽 발이 뒤틀린 채 태어난 훈이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멀쩡한 다른 아들들은 홍역으로, 소에 받쳐 허망하게 죽었죠)
훈이는 온전치 않은 몸이었지만, 양진이라는 어린 신부와 결혼했고 '선자'라는 딸을 얻습니다.
예기치 않은 일로 선자는 임신한 몸으로 백이삭이라는 목사님과 오사카로 떠납니다.
처녀가 애를 뱄으니 고향에서는 살 수가 없었고, 아이에게 성을 줄 수도 없는 형편.
이삭은 오사카에 있는 형 요셉에게 가는 도중 양진의 하숙집에 들렸고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그는 원래 약골이어 늘 죽음을 예비하고 있던 청년)
양진과 그녀의 딸 선자의 극진한 간호로 이삭은 몸을 거의 회복하고
선자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하여 오사카로 떠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오사카에 도착한 선자와 이삭, 그리고 이삭의 형 요셉과 부인 경희를 중심으로 이어져 가는데....
재일한국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대충은 알았지만
그렇게 비참하게 살았는지는 몰랐어요.
수많은 사건, 배경, 인물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감명깊에 읽었어요.
드라마로 나온 '파친코'는 보지 못했지만, 이 감흥을 해치고 싶지 않아 끝까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가 이민진은 한국계 재미소설가, 영어로 소설을 썼을 텐데
번역가는 선자와 양진의 영도 사투리를 맛깔지게 번역해 내었더라구요.
작가는 1989년 이야기의 착상을 얻었다고 해요.
이 소설을 30년 정도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작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어요.
1910년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까지 질곡의 역사를 그렇게 자세히 썼다는 게 놀라웠지요.
남편의 재미일본인이어서 일본에서 자료 수집이 다른 사람보다는 쉬웠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이렇게 장대한 소설을 쓸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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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
모자수는 인생이 파친코 게임과 같다고 믿었다. 다이얼을 돌려서 조정할 수 있지만,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생긴 불확실성 또한 기대한 점에서 비슷했다.(파치코 2 80쪽에서)
-> 모자수는 오사카로 간 선자가 이삭 사이에서 낳은 아들. 모세라는 뜻.
"야, 삶은 고달프지만, 그래도 게임을 계속해야지."(파친코2 210쪽에 나온 하루키의 말)
-> 하루키는 고교시절 심한 왕따를 당했는데 모자수가 늘 구출해주었다. 모자수는 학교를 중간에 그만 두었지만 하루키는 나중에 일본 경찰이 되었다. 모자수의 절친(일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