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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생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그걸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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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고 흔들릴 시간이 없다.
남겨진 사랑들이 너무 많이 쌓여 있다.
그걸 다 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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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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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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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게 사랑의 본질은 감정의 영역에 국한되었던 건지 모른다.
내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온화함, 다정함, 부드러움 등의 조용한 감정들······.
그러나 사랑은 한 단계 더 높아져서 정신이 되어야 한다.
정신으로서의 사랑.
사랑은 정신이고 그럴 때 정신은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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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철을 살면서도 풀들은
이토록 성실하고 완벽하게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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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그건 타자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했다.
병중의 기록들도 마찬가지다.
이 기록들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다.
타자를 지키려고 할 때 나는 나날이 확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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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은 관대함이고 관대함은 당당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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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이토록 무거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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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본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 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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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세속의 땅에서 성스러움의 땅을 바라보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성스러움의 망막 위에 투영되는 세속의 픙경을 보고 있을 때가 되었다.
그 또한 비타 노바Vita Nova의 삶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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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는 관계다.
관계는 모두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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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꼭 안아준다.
괜찮아,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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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끝까지 사랑했음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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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족이 있다면 특정한 족속이 아니라
인간 모두를 포함하는 인간 가족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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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얼굴은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다 똑같다.
삶의 시간들이 흐르면서 그 얼굴들이
저마다 구별되는 얼굴이 되고
개인의 얼굴이 되지만 알고 보면
그 고유하다는 개체의 얼굴마저도
사실은 본래의 얼굴로 되돌아가는
통과와 과정의 형상일 뿐이다.
마치 정해진 도착지를 향해서 달리는 기차가
도중에 지나가는 수많은 작은 역들이
서로 다른 풍경을 지니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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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살아온 일들이 꿈만 같아서 모두가 고맙다.
나는 평생 누군가의 덕분으로 살았지
나 자신의 능력과 수고로 살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안다.
갚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내가 가진 것들이 있다면 그건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다.
이별의 행복, 그건 빈손의 행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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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걸어가야 절이 나오나요?"
라고 물으면 촌부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자뿌리고 그냥 가소. 그라먼 나오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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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 선사는 추사가 죽고 두 해 뒤에 망자의 묘 앞에서 말했다고 한다.
" 꽃이 고우면 비가 내리는 법이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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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
"...... 그러나 우리가 낙담해서 문 찾기를 그만두려 할 때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문이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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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자기를 객관화할 줄 안다. 그래서 늘 자기에게서 머물고 자기를 지킨다.
나는 늘 나를 주관화한다. 그래서 늘 내게 머물지 못하고 나를 지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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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천상병은 노래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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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건 내부에만 거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외부로의 표현이다.
사랑의 마음, 그건 사랑의 행동과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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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점은 어리석음이 아니다, 라고 발레리는 말한다.
나는 지금 어리석음을 장점인 줄 알고 있다.
돌아보면 사랑들이 지천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랑들에 응답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 나의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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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그래서 사랑받을 자격이 충만함을 알게 하고
경험케 한 부모님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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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뒤적인다. 부끄럽고 괴롭다.
그의 고통들은 모두가 마망 때문이다. 마망의 상실 때문이다.
그의 고통들은 타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러면 나의 고통은 무엇 때문인가. 그건 오로지 나 때문이다.
나는 나만을 근심하고 걱정한다.
그 어리석은 이기심이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잊어버리게 만든다.
사실 나는 바르트보다 지극히 행복한 처지다.
그는 사랑의 대상을 이미 상실했다. 그러나 내게 사랑의 대상들은 생생하게 현존한다.
나는 그들을 그것들을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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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차를 세우고 음악을 듣는다.
끊어지고 이어지는 음들,
가라앉고 떠오르는 음들.
누군가는 말했었다.
“음 하나를 더하면 기쁨이 되고
음 하나를 빼면 슬픔이 되는 것,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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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라고 주영이 말한다.
그래 걱정하지 않을께, 라고 대답한다.
걱정하지 않으면 무엇이 대신 남을까.
명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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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가기,
넘어가기,
부드럽게 여유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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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고 또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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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살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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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요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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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편안하다.
철학자 김진영님은
암 선고를 받고 남은 13개월 동안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 아침의 피아노 >의 글들을 쓰셨다고 합니다.
첫댓글 우리는 '모두 특별한 것들이다
그래서 빛난다
그래서 가엾다
그래서 귀하고 귀하다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 중에서
......
오늘
다시
새롭게
김진영님의 글을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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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들이 지천으로 피는 이즘
'한 철을 살면서도
풀들은...
성실하고
완벽하게
삶을 산다'는
글이 눈에 잔상을 남깁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번역자가 김진영님 이군요
바르트의 책도 읽고 싶은데......
@여정 < 아침의 피아노> 를 소개한 이가
아침에 몇 구절을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였는데
저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곤 합니다.
요즘 쉽게 잠이 들지 않아
다시 일어나 이 책을 마주 하면
마음이 가라앉아 그제서야 잠들기도 한답니다.
.
.
저도 롤랑 바르트에 관심이 가서 저서를 찾아보았는데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 지 판단이 잘 서지 않더군요 ....()....
아침의 피아노..
이양반 죽었습니까?
죽었다면 아깝다...
그치만 멋지다.
그 책 다 읽으셨으면 쫌 보내주이소.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반갑습니다.
< 아침의 피아노 >는 한 번 후딱 읽고 잊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아침에 한 편
밤에 한 편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두고 읽을 만한 책입니다.
보내드리겠습니다.
책 주문하는 시간이 걸리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요 ....()....
@musicok 넵~~
기둘리고 있겠씸더..
@청풍명월(武泉)
여기에 무천님 흔적을 남기셧군요
잘 지내시는지요.....
< 아침의 피아노 >는 책이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 할 수 있어도 좋겠다 싶고
이젠 기술도 생겼으니 ^^
이미지도 있고
음악까지 있으면 왔다(^^)일 것 같아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으로 배치해봤습니다.
RENE AUBRY,
언젠가 샘이 올려주신 게시물 속에서 만났는데
아주 매력적인 뮤지션이더군요.
다양한 그의 작품들 만나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댓글에 제 닉이 너무 많아 읽으시기 산만한 것 같아
정리하여 본문으로 옮겼습니다.
얼마 전에, 작품 쓸 때 신으라며 포근하고 따뜻한 덧버선을 손수 짜 주시던
제겐 어머니 같은 어르신께서 돌아가시어, 문득문득 가슴이 먹먹합니다.
병원에 계시는 동안 신으시라고
발목에 귀여운 인형이 달린 수면 양말과
이 책 < 아침의 피아노 >를 보내드렸는데
눈이 흐려지셨는데도 책을 손에 쥐고 끝까지 다 읽으시며 편안해 하셨다고
며느님께서 전하시더군요.
빈소에서 마지막으로 제 목소리 들으시라고, 편안히 잘 가시라고, < 가야지 >를 불러 드렸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니 또 목이 막히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