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흥섭의 약초이야기- 14회 - 지치<생약명 : 자초근(紫草根)>
살과 부기를 빼며 온갖 부인병에 좋은 지치 지치는 그 뿌리에서 보라색 물감을 얻는 까닭에 우리 겨레와는 퍽 친숙한 식물이다. 지치는 노란색과 붉은색 물감을 얻는 홓화, 파란색 물감을 얻는 쪽과 함께 우리 선조들이 염료식물로 즐겨 가꾸어 왔다. 지치 뿌리에서 얻은 보라색 물감을 자주빛 또는 지치보라라 하여 특별히 귀하게 여겨 왕실이나 귀족들만 지치로 염색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치가 염료로서보다는 약용으로서의 쓰임새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치는 놀랄 만큼 다양하고 뛰어난 효능을 지닌 약초이다. 아마 단방으로 쓸 수 있는 약초 중에서 지치보다 훌륭한 약효를 지닌 것도 달리 없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약초를 캐며 살아온 채약꾼이나 민간의 노인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오래 묵은 지치를 먹고 고질병이나 난치병을 고치고 건강하게 되었다는 사례를 흔히 들을 수 있다.
산삼 못지않은 약효를 지닌 야생 지치 민간에서 오래 묵은 지치는 산삼에 못지않은 신비로운 약효를 지닌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지치는 뿌리가 선명한 보랏빛을 띤다. 그래서 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굵고 진한 보랏빛 뿌리가 땅속을 파고들면서 자라는데 야생 지치는 나사 모양으로 한두 번 꼬이면서 자라고 재배한 것은 곧게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오래 묵은 것일수록 보랏빛이 더 짙고 약효도 더 강하다. 잎과 줄기 전체에 흰빛의 거친 털이 빽빽하게 나 있으며 잎은 잎자루가 없는 피침꼴로 돌려나기로 난다. 줄기는 연한 녹색이고 잎은 진한 녹색이며 꽃은 5~6월에 피기 시작하여 7~8월까지 계속 핀다. 꽃은 흰빛이며 작아서 거의 볼 수 없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둥글고 하얀 씨앗이 달린다. 지치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풀이다. 겨울철 산에 눈이 쌓이면 지치가 있는 곳 주변에는 눈이 빨갛게 물이 든다. 지치 뿌리에서 뿜어 올리는 강력한 붉은 열기가 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이다. 노련한 약초꾼들은 이른 봄철 눈이 녹기 전에 산에 올라가서 눈이 빨갛게 피처럼 물든 것을 보고 지치를 캐어 낸다. 지치는 하늘과 땅의 음한(陰寒)의 기운을 받아 화생한 약초인 까닭에 여성의 자궁처럼 생긴 장소에 많이 난다고 한다. 지치는 모든 약초 가운데서 인공으로 재배하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 야생 지치는 몇 백 년 묵은 것도 간혹 발견되지만 사람이 재배하는 것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뿌리가 썩어 버린다. 산삼이나 지치는 사람의 땀 기운이나 땀 냄새가 닿으면 뿌리가 썩어 버린다고 한다. 지치는 10년 넘게 자란 야생 지치라야만 약효가 있다. 사람이 인공으로 재배한 것은 물감을 만드는 데나 쓸 수 잇을 뿐 약용으로는 가치가 전혀 없다. 지치는 그 상서로운 보랏빛처럼 신성한 약초이다. 지치야말로 오래 복용하면 사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온갖 질병을 치료해 주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살결곱게 하고 늙지않게 하는 약초 지치는 약성이 차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 준다. 특히 염증을 없애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갖가지 암, 변비, 간장병, 동맥경화증, 여성의 냉증, 대하, 생리불순 등에도 혀과가 있으며 오래 복용하면 얼굴빛이 좋아지고 살결이 고와지며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지치는 약성은 매우 다양하다. 지치로 담근 술을 오래 마시면 정력이 놀랄 만큼 강해지고 비만증을 치료하는 데도 지치를 따를 만한 것이 없다. 지치를 가루내어 한 숟가락씩 복용하면 포만감이 있어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고 기운이 나며, 차츰 살이 빠져 몸무게가 줄어든다. 지치를 오래 복용하면 살이 웬만큼 빠진 다음에는 다시 음식을 마음대로 먹어도 여간해서는 살이 찌지 않는다. [약용식물 관리사 협회 010-8948-09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