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저 마다 다른 길을 가지만 끝은 한 곳, 즉 모든 길의 목적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죽음이다. 모르는 길을 함께 가는 도반이 있으면 훨씬 편한 법이다. 평생 같이 사는 부부라고 모두 도반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반은 어디서 만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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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든 것이 인연이라는 연기론을 설파하신 부처님도 온라인 인연이라는 것이 생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란 것이 가벼우려면 한 없이 가벼운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많은 내용이 오갔다고 하더라도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가벼울 수 있는 인연을 소중하게 바꿔가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간에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낸 작용일 뿐이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삼라만상이 움직이는 원리의 밖에 있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라도 결코 업을 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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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호주에 살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사는 아프리카 바람과도 온라인에서 맺어져서 같은 길을 가는 도반이 되었다. 바람과 나는 그 후 6 년 동안 거의 매년 한국에 오는 시간을 맞추어 만나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전국의 공동체를 찾아다니고 우리가 함께 가려는 길에 대해서 의논했었다. 그러다가 2014년에는 드디어 공동체의 계획을 가지고 남아공으로 갔다가 “내 나이가 몇인데?” 하고 냉수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그 후 3년 전에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바람 부부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한국을 다 자주 오게되어 올 때마다 만나고 지난 주에는 바람의 딸이 한국에서 전통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혼식 때문에 와서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가서 대화도 하지 못하고 가야했다.
내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페북에서 단순한 친구가 아닌 도반이 몇 사람 있다. 오랜 기간 페북에서 글만 나누고 만나지는 못했지만 상호 간에 존중과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과거의 오늘’ 글을 읽다가 6년 전에 도반 중의 한 분과 주고 받은 댓글 속에서 가슴 저미는 내용이 있어서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왜냐하면 이것이 삶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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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된 외손녀를 키우고 있는데, 태중 8주 때 졸지에 아버지를 잃었지요. 급성심근경색으로요. 혼인을 앞두고 있었고, 사망신고하기 전 혼인신고를 원했으나 법이 안된다해서 못했지만 아기에게는 아버지의 성씨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그토록 원해놓고는 임신하자마자 떠나버렸으니 망자도 하늘 나라에서 미안해하겠지요.
극심한 애도속에 임신중독이 오고. 급히 1.35kg으로 이른둥이로 태어나 겨우 살렸습니다. 갖가지 검사를 했고, 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 약을 그만 63일째부터 늦게 먹었습니다. 4주 이내에 먹어야 되는데요.
대학병원이지만 하필 그 때 소아과내분비의사샘이 없었습니다. 아직 앉고 기는 것을 잘 못하지만 포복으로 기는 것은 군인보다 잘 합니다. 갇혀 사는 것이 갑갑할 때마다 인큐 속의 아기를 보며 '살려만 주시면 무슨 일이든 군말 없이 하겠습니다.'라는 저의 첫 기도를 떠올립니다. 저 세상으로 서둘러 가면서도 아기를 선물로 남겨주고 가서 사위가 한편 고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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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이 지금은 많이 자란 손녀 딸이 여전히 발달장애와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어렵게 어렵게 세상과 소통해 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씩 전해 줄 때마다 희망을 찾기 어려운 우리들의 일상에서도 희망을 키워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을 배운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온라인도 사용하기 마련이다. 도를 닦는데도 쓸 수 있고 사기를 당하는데도 쓰일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