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알고 있는 것, 옳다고 믿어온 것, 나의 가치관, 세상의 통념이 과연 옳은 것인가,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희미해져 버렸습니다. 세상이, 많은 사람들이 착각, 착시, 확증편향에 빠져-이 중에 저도 포함되어 버렸네요-보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어학사전에서 ‘착각’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착시’는 ‘주변의 영향으로 어떤 사물을 실제의 그것과 다르게 보게 되는 시각적인 착각 현상 ’으로, ‘확증편향’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정의해 놓았습니다.
현대 뇌과학은 우리가 보고, 믿고, 진실이라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일정의 ‘착각’일 수 있다는 과학적 연구와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착시'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일 겁니다. 착시 현상은 우리의 시각이 실제와 다른 이미지를 인식하게 만드는 현상입니다.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확신은 인지적인 접근, 감정적인 접근, 경험적인 접근을 통해 생겨납니다. 사회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영향을 받아 가지게 되는 확신은 틀릴 개연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 하는 겁니다. 나의 확신이 착각일 수도, 착시일 수도, 확증편향의 소산일 수도 있다는 걸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세뇌(?)를 당해서인지, 잘 생기면, 공부 잘하면 인성도 갑일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음을 수시로 느낍니다. 특히 공부 잘하면 효자고, 인품도 좋을 거라는 믿음은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효자일 수는 있을 것도 같습니다. 시험에서 100점 받아오면 부모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감에 빠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인품은 ‘글쎄올시다’입니다. 희망 사항이 현실에 대한 착시로 이어진 거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그러한 생각을 해 왔지만, 최근 정치판을 봐도 그러합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야당 대표 뽑는 선거에 나온 4명이 모두 서울대 출신입니다. 그중 긍정적으로 본 이도 있었는데, 선거전이 혼탁해지면서 그들의 숨겨두었던 인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어 그들 모두에 실망이 큽니다. 머리 좋은 것과 인성 좋은 건 절대 등치될 수 없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정치판이 원래 그런 거야’라는 사람도 많은데, 그런 이가 하는 정치니 4류도 못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떤 이는, 잘 생긴 사람은 주목을 받기에, 좋은 인성을 가지도록 혹은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므로 인성도 좋아진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잘생겼다는 것과 인성 좋다 또한 절대로 등치될 수 없습니다. 잘 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 인상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80개의 근육이 있는데, 그 80개의 근육으로 7,000가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의 궤적이 사람의 얼굴에 자주 짓는 표정, 마음으로 스며들어 편안한 얼굴, 성나고, 투쟁적이고, 비판적인 얼굴 등 다양한 인상을 갖게 하는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링컨도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라.’고 했던 게지요. 정치판에 끼어들기 전 참으로 호감 가는 얼굴에, 믿음 주는 언행으로 인기를 구가했던 많은 이들이 이후 얼마나 추해진 모습으로 퇴장했는가를 돌아보면 답이 나옵니다. 참고로, 정서심리학자 폴 에크먼은 얼굴에 있는 근육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모두 19가지의 웃음 혹은 미소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중에 한 가지만이 진짜 즐거워서 웃는 것이고 18가지는 가짜로 웃는 것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진짜 즐거워 웃는 것을 뒤센 미소라고 합니다. 저는 정치판 기웃거릴 일 없으니 뒤센 미소 속에 지인들과 교류하며 소박한 삶 살아가는 재미만 느낄 겁니다. 쭉~ 이 또한 소확행이지요.
아래, ‘그때 왜’를 다시 읽으며 저 스스로 반성하듯, 정치꾼들이 한 번 가슴으로 읽어보며 깨우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그때 왜(모셔 온 글)=======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김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