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기야는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로 말미암아 죽을 병에서 낫게 되어 15년이나 수명이 연장되었습니다. 그런데 히스기야가 병 들었다는 소식을 들은 바벨론의 왕 브로닥 발라단(Perodach-Baladan)이 히스기야에게 편지와 예물을 보내어 문안하였습니다(12절). 브로닥 발라단은 발라단(Baladan) 아들로 므로닥 발라단(Merodach-Baladan)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바벨론 왕이 보낸 사신들을 맞이한 히스기야는 자기의 보물고를 열어 보물고에 있는 온갖 보물들과 군기고(軍器庫, Armory)의 모든 무기들, 그리고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바벨론이 보낸 사신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13절). 사실 이런 것들은 한 나라의 매우 중요한 정보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혹여라도 적(敵)이 될 수 있는 다른 나라 사신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는 매우 경솔한 것입니다. 어쩌면 히스기야는 앗수르를 대적하기 위해 유다의 국력을 과시하여 바벨론을 동맹국으로 만들기 위하여 이렇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온전히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태도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교만한 태도였습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바벨론에서 온 사신들에 대해, 그리고 그 사신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었느냐고 히스기야 왕에게 물었고, 히스기야 왕은 사실대로 모든 것을 그 사신들에게 보여주었다고 답하였습니다(15절). 그러자 이사야 선지자는 히스기야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였는데, 남왕국 유다의 왕궁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바벨론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고, 히스기야 왕의 후손들 중에서 바벨론 왕궁에 끌려가서 바벨론 왕의 신하가 될 것이라고 예고합니다(16절~18절). 남왕국 유다에 대한 매우 암울한 예언입니다. 이 이사야의 예언은 나중에 고스란히 이뤄져서 결국 남왕국 유다는 바벨론에 의해 멸망하고,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게 됩니다.
이러한 이사야 선지자가 전한 하나님의 말씀에 히스기야는 그대로 수긍하여 받아들입니다(19절). 19절의 말씀은 마치 히스기야가 자신의 시대에는 바벨론에게 멸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다행이라며 경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히스기야의 말은 바벨론 사신들에게 행한 자신의 경솔한 행동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를 받아들이는 태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을 유보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스기야가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후에 자기의 옷을 찢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남왕국 유다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기도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죽을 병이 찾아왔을 때 하나님 앞에 통곡하며 기도했던 것처럼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회개하면서 남왕국 유다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간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절은 히스기야가 행한 업적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히스기야는 예루살렘 성 밖에 있는 기혼(Gihon) 샘에서 예루살렘 성 안까지 지하 수로를 건설하여 예루살렘 성에 있는 백성에게 물을 공급한 업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히스기야가 죽은 후에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Manasseh)가 남왕국 유다의 제14대 왕이 되었습니다(21절).
어떤 일을 할 때 경솔하게 생각하고, 경솔하게 행동하기에 앞서 먼저 하나님께 묻는 태도가 정말 필요합니다. 하나님께 먼저 물으면 경솔한 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물어보고, 하나님의 지시하심에 따라 행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