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시작도 안했는데…난리난 러시아, 푸틴에 무슨일이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입력 2023. 5. 17. 11:06
러 정규군-바그너 용병 갈등 위험 넘어
‘분열 정치’ 푸틴, 알고도 개의치 않아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자료사진. [사진출처 = 연합뉴스]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군의 사분 오열 양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또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인용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용병들과 러시아 정규군간의 불화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고 인해전술로 인한 병력 낭비로 이번 전쟁에서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바흐무트 전선은 흔들리는 분위기다.
최근 러시아 내 기지에서 출격한 주력 전투기와 수송헬기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도 전에 자국 대공미사일에 격추되는 충격적 사건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알고도 푸틴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갈라놓고 상호 견제시키는 ‘분열 정치’를 해 온 푸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할 대가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NYT에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는 여러 파벌을 두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건 정치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군사작전에서는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NYT는 이번 전쟁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과정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국방부가 보인 갈등은 러시아의 협력 작전이 성공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바흐무트 점령에 인력과 물자를 말 그대로 ‘쏟아부은’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전력 보전에 집중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더욱이 워싱턴포스트(WP)가 추가 입수한 미 정부 기밀문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정규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다.
그는 심지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라고 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또 지난 9일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프리고진은 “한 행복한 할아버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그가 옳다면 신이 모두를 축복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할아버지가 완전히 얼간이라는 게 드러난다면”이라고 독설을 날렸다고 보도했다.
그는 또 이번 전쟁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이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직후 공개됐다.
서방 진영 등은 프리고진이 말한 ‘할아버지’가 푸틴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러시아 정부 비판자들 사이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벙커의 할아버지’로 부르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동유럽·구수련 탈공산주의 변혁을 연구하는 블라드 바흐넨코는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에 “할아버지는 분명 푸틴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NYT는 “충성심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푸틴은 자신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전쟁 지도자들이 상호 저격을 주고받는 걸 참아 넘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 했다. 따라서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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