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이집트 아스완은 룩소르와 함께 '이집트 여행'의 핵심으로 통한다. 이집트 남동부 누비아 지방, 아스완 주에 자리한 핵심 도시다. 고대에는 '무역'이라는 뜻의 스웨넷(Swenet)로 불리기도 했다. 아스완은 이집트의 젖줄, 나일강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해 세운 아스완 댐과 아스완 하이댐이 있는 도시. 이래저래 이집트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고대 유적은 덤이다.
나일강을 유람하는 방법, 나일강 크루즈
남부 이집트를 멋지게 즐기는 방법은 나일강 크루즈에 오르는 것이다. 이집트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나일강을 유람하면서 룩소르, 에드푸, 콤옴보, 아스완 등을 4박 5일 일정으로 둘러본다. 크루즈에서 숙식하면서 영어 가이드와 함께 기항지 투어가 이루어지는 셈. 아침 일찍 아스완 일정이 시작된다.
나일강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일정 내내 영어 가이드가 동행한다. 크루즈에서 내린 뒤, 전용 차량에 올라 아스완의 주요 명소를 둘러본다. 제일 처음으로 향할 곳은 필레 신전이다. 가이드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소개하고, 필레 신전에 관한 설명을 간단하게 해준다.
크루즈 선착장에서 전용차량에 올라 약 20분을 달렸을까. 필레 신전으로 향하는 입구에 닿는다. 이집트 고대 유적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입구 주변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진을 치고 있다. 또한 조잡한 기념품을 들고 접근하는 잡상인도 많다. 만약 이곳에서 물건을 사고 싶다면, 흥정은 필수다. 그들이 부르는 가격의 절반은 깎자.
조잡한 기념품도 있는 반면, 대충 보더라도 퀄리티 있는 상품도 있다. 제법 공이 들어간 조각 같은 물건은 전리품으로도 그만이다. 바닥에 대충 깔린 조각품 가운데, 코브라나 파라오의 얼굴도 보인다. 일행 가운데 몇몇은 이미 이것을 구매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기념품은 파피루스다. 이것은 이집트 문명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통한다. 식물 줄기의 껍질을 벗겨 내고 찢은 뒤, 다시 매끄럽게 해서 만든 일종의 종이. 이집트 문명의 제지기술은 종이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파는 것은 대부분 가짜다. 제대로 된 파피루스는 전문 상점을 찾아야 하며, 가격대도 비싼 편. 이런 곳의 파피루스는 가짜지만, 가볍게 선물로 돌리기엔 제격이다. 선택은 여행자들의 몫이다.
2019년 기준, 아스완 필레 신전 입장료는 100 이집트 파운드다. 보트 왕복 탑승료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여행자에게 사기를 빈번하게 치는 그들은 다시 보트 왕복비를 내라고 할 것이다. 보트 승선료를 두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질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주변에 공무원이 있다면, 보트 기사들이 이런 장난을 치지 않는다. 그렇게 보트에 올라 필레 신전으로 향한다. 입구에서 신전까지는 보트로 약 1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아침부터 무료한지 보트 기사는 한 손으로 거뜬히 조종하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이집트에서의 관광은 대부분 이른 아침에 이루어진다. 어마어마한 무더위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 이집트를 찾는다면, 무더위에 대비해야 한다. 낮 최고기온이 45~50도 수준까지 오르기도 한다. 따라서 아침을 일찍 먹은 뒤, 이른 아침에 투어가 진행되고 낮에는 크루즈나 호텔에서 쉰다.
나일강의 진주, 필레신전
그렇게 보트에 오른 지 약 5분 정도 지났을까. 좌측으로 필레 신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필레 신전을 가리켜 '나일강의 진주'라고 부른다. 강 옆에 자리한 자태가 매우 웅장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곳은 이집트 고대 신, 이시스와 오시리스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이시스는 '모든 신의 어머니'였고, 오시리스는 '죽음과 부활'을 관장하던 신으로 이시스의 남편이기도 했다.
필레 신전 내부는 아침부터 단체 여행자가 제법 많이 보였다. 우리처럼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서두른 것이다. 필레 신전은 하토르 신전 폐허에 들어서 있다. 로마 시대까지 개보수와 증축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른다.
필레신전은 한때 수몰 위기에 놓였었다. 1971년 아스완 하이댐이 지어지면서 나일강의 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네스코와 이집트, 이탈리아의 고고학자들이 의기투합해 현재의 아길키아 섬으로 이전했다. 그들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천천히 그러면서도 정확하게 10년에 걸쳐 현재의 자리로 복원했다.
필레 신전을 둘러본 뒤, 찾은 곳은 아스완 하이댐이다. 아스완 주에 자리한 높이 111m 규모의 댐이다. 이집트 국토의 90%가 불모의 땅, 이집트 문명이 꽃피운 데는 나일강의 역할이 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일강이 이집트 전체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이곳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최근 나일강을 두고 이집트와 주변국 사이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적도 부근에서 발원하는 나일강은 수많은 나라를 거친 뒤, 이집트를 지나 지중해로 흘러간다. 나일강의 수위를 두고 에티오피아, 수단 등의 인접국이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스완 하이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집트 전통 목선, 펠루카에 오르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마친 뒤, 오후에 해가 기울어질 무렵 다시 나일강을 찾았다. 이집트 전통 목선, 펠루카에 오르기 위해서다. 펠루카 탑승은 나일강을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아스완을 비롯해 룩소르, 카이로 부근에서 이것을 쉽게 체험할 수 있다.
펠루카는 이집트 나일강 유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과거 나일강을 건너던 돛단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지금은 여행자를 태운 멋진 유람선으로 변모한 모습. 우리와 같은 여행자는 하오가 지난 시각에 이것에 올라 나일강을 유람한다. 보통 1시간 내외 강 이곳저곳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누비아인 사공은 환하게 웃으며 능숙하게 돛을 조종한다.
예부터 여행자들은 작은 펠루카에 올라 나일강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지금도 아스완이나 룩소르 일대를 찾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체험으로 통한다. 여유로운 표정의 사공은 바람의 방향만으로 돛을 조종했고, 놀랍게도 배는 꽤 속도를 내기도 했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펠루카에 오른 여행자로 가득하다. 서로 가까이 접근하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오기도 한다.
펠루카에 오른 사이 사공은 중앙 테이블에 각종 기념품을 늘어놓았다. 아까 필레 신전에서 봤던 조잡한 물건보다는 퀄리티가 좋다. 대충 보더라도 전리품으로 손색없다. 역시 물건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사공과 흥정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그렇게 펠루카 탑승까지 마친 뒤, 크루즈에 돌아오니 작은 파티가 펼쳐진다. 이처럼 나일강 크루즈에 승선하면,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된다. 술 한잔하기 어려운 아랍 국가지만, 크루즈 내부에서는 크게 상관없다.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크루즈는 며칠 동안 콤옴보와 에드푸 등을 거쳐 룩소르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