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허물 지적이 아니다 어디에도 자녀로서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는다거나 의롭지 못하다거나 은혜를 저버린다거나 덕德을 등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자식을 낳기까지 어머니의 걱정과 아기를 낳으실 때 고생하신 이야기이며 아기가 태어난 뒤 젖떼기까지 애쓰신 은혜와 음덕에 대한 항목이다 하여 이는 이미 노랫말 10수首에 낱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얘기가 중복이 되는 꼴인데 구태여 더 해설할 가치가 있을까 중복重複되면 중복되는 대로 거기에는 변주變奏의 아름다움이 있다 변주란 주제에 변화를 주는 음악 장르다 variation on a theme, 주제에 다양한 변화를 줌으로써 지루할 것 같은 음악에 변화를 일으키듯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느낌을 가져온다면 좋지 않은가
변주곡의 대표적인 경전이 조계종 소의경전인《금강경》이다 반복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한두 번만 불러도 충분히 알아들을 텐데 지루할 틈 없이 계속 불러대는 수보리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란 주제 어디 그뿐인가 수미산과 항하사를 내세워가며 금강경 사구게를 지니는 공덕과의 비교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우고 수미산을 칭칭 감을 정도로 두른 칠보 공덕과 금강경 독송 공덕이 펼쳐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변화의 맛은 동일한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선율과 리듬과 화성에 변화를 줌으로써 음악에서 싱그러운 맛을 느끼듯이 삶에 있어서도 변화는 더없이 필요하다 가령 같은 책상 하나를 두고 봄이면 동쪽 창문 쪽으로 놓고 아름다운 봄꽃과 아름다움을 교류하다가 가을이 되어 서쪽 창으로 바꾸어 붉고 노란 단풍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좀 신선한 느낌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콩나물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여 같은 요리를 평생 먹기란 고역苦役이다 그러나 콩나물을 주재료로 하여 어떤 양념을 얼마만큼 넣을 것이며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라면요리 하나를 놓고도 자그마치 몇백 가지나 되기에 평생 라면만 먹더라도 즐겨 먹을 수 있다 부모은중경 노랫말 10수를 중심으로 어머니의 '임산수고은'이 펼쳐진다
노랫말 10수 바로 앞에서도 엄마가 아기를 배고 당신 태내에서 그 아기를 키우고 그러면서 달이 차가며 점차 산고를 걱정하게 되고 아기 낳을 때 흘린 피는 얼마나 되고 아기 낳는 고통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거의 토씨 하나 바뀌지 않은 상태로 노랫말 10수에 그대로 나온다 그리고 여기 '허물 지적' 절에서는 산고의 이야기를 다시 말씀하고 있다
남자들 몇 명만 모였다 하면 군대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듯 여자들은 만나면 애기 낳고 애 키우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유치원과 학교에 보내고 성적은 어떻고 하는 얘기뿐이다 만나서 실컷 얘기하다가 못다한 얘기는 나중에 전화로 얘기하기로 하고 아쉬움을 지닌 채 자리를 뜬다 집에 돌아와 전화로 늦게까지 얘기하다가 그래도 아직 못다 한 얘기가 있다며 다시 직접 만나 얘기하기로 한다
여기에 과연 지루함이란 게 있을까 비록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야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고 분위기가 어떠냐에 따라 다르다 변주의 신선함도 이와 같다 노랫말 10수에서 나름대로 상세하게 표현되었는데 이제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 얘기냐 할지 모른다 그러나 다시 읽어도 싫지 않은 경전이다
..... 어머니가 아이가져 열달동안 지나면서 일어서고 앉는것이 너무나도 불편하여 무거운짐 진것같고 음식소화 되지않아 어찌보면 이는마치 장병에든 사람같고
경전 말씀이 얼마나 시실적인가 실제 부모은중경에는 어려운 용어가 없다 장삼이사張三李四,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다 '아이 가져 열 달 동안 지나면서'라든가 '일어서고 앉는 것이' 어려운 말일까 '너무나도 불편하여'가 까다로울까 글 모르는 이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무거운 짐 진 것 같고'라든가 '음식 소화되지 않아'도 쉬운 말이다
'장병長病'이란 말이 좀 어렵지만 '장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듯 알고 보면 그다지 생소生疏한 말도 아니다 속담에 들어있다면 쉬운 말이다 그냥 읽으면 되는 글이다 부모은중경은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다 아기 낳는 고통, 산고産苦가 두려울까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뜸 한 방 뜨는 데도 공포가 있고 주사 한 대 맞는 데도 두려움이 있는데 어찌 아기를 낳는 일에 두려움이 없겠는가
침 맞다 죽었다는 말이나 주사 맞다 죽었다는 말이 있기는 하나 그러한 의료사고는 그리 흔한 게 아니다 그러나 아기 낳다 죽었다는 이야기는 어른들로부터 들어온 바가 많다 똑같은 말을 들었더라도 남자들과 달리 임신한 여성들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받아들인다 병적 공포恐怖phobia가 아니라 한낱 막연한 두려움fear일 수도 있다
요즘은 출산 의학이 매우 발달하여 제왕절개Caesarean section라고 하는 이른바 자연분만이 아니더라도 아기를 낳는 일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혹 특수한 반응을 보이는 체질이 아니라면 반드시 마취 상태에서 수술하는 까닭에 그다지 통증을 느끼지 않고도 편안히 아이를 낳을 수가 있다고 한다 혹 '제왕절개술'은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는 것이라며 항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 태내에서 함께였던 어미의 몸과 분리되어 독립된 하나의 개체를 이룬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역시 신비롭다 그게 사람이라면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엄마와 아기의 개체 분리와 함께 하나의 탯줄로 이어져 있던 생명계가 각기 독립된 상태에서 호흡한다는 것이 지극히 신비롭게 느껴지지 않는가 출산은 우주 역사 못지않게 멋지고 태양계 역사보다도 훨씬 더 장엄스럽다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공경스런敬 마음拜을 바칠 일이다 남들 다 낳는 아기라며 쉽게 말하지 말라 남들 다 낳는다는 게 맞는 말이지만 생명 하나하나는 그 자체가 소중하다 사람의 생명은 더더욱 고귀하여 이 세상 어떤 보석과도 맞바꿀 수 없다 그동안 생명을 놓고 남과 견주었다면 이제부터 그 생각을 거둘 일이다 앞으로 누구도 다른 누구와도 생명을 놓고 견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