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요란스러웠던 2024년 4월 10일 총선이 끝난지도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판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읽힙니다. 이제 여소야대도 일반적인 현상이라 치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3번에 걸쳐 여소야대이니 이런 여소야대정국에 익숙해진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예전에는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정말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여소야대에서 정국이 안정을 찾기가 어려우니 여당은 물론 야당도 이런 저런 방안을 내놓고 정상적인 국회 운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수습책을 논의하기도 하고 대통령은 승리한 야당에게 난을 보내 뭔가 축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야당 대표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지만 도울 것은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힘든 나라 상황이었지만 해결책도 마련하고 돌파구도 찾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어떻습니까. 총선후에 뭔가 변화가 보입니까. 제 눈에는 결코 그렇지않은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마지못해 국무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고 해도 실제로 국민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대국민 담화라고 결코 여겨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당 지도부의 우왕좌왕 모습도 수습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실의 움직임도 상식밖입니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총리와 비서실장에 임명하겠다는 애드벌룬만 여기저기 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언론과 여론에서 거론되고 논란을 빚자 그런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자세입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야당의 중진 의원을 지낸 인물과 전 정권에서 핵심 참모역할을 한 인물을 총리와 비서실장으로 검토한다는 특종보도가 나옵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무슨 말이냐고 펄쩍 뛰자 그런 상황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라는 생각에서 인지 다시 대통령 측근들이 총리와 비서실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이번 총선의 결과를 보고 대통령이 싫어도 야당 대표와 만나 정국을 풀 대화를 시도하지 않겠느냐 생각했습니다. 총리 인준도 시급하고 앞으로 장관급 교체도 그러합니다. 나라 안팎에 산적해 있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의 도움도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일 아닙니까. 하지만 저는 총선 며칠후 제가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한국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고 느낍니다. 가능성이 없는 사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야당 대표와 만날 생각도 그럴 의지도 없는 대통령에게 바랄 것을 바라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렇습니다. 대통령이 총선 직후 야당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낸 뒤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고 두 사람이 진지하게 만나 한국이 처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이다라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는 아예 사라진 미풍양속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여당이 진용을 갖추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합니다. 야당도 대표 자리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여야가 새 국회진용을 놓고 벌써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쌍심지를 켜고 있는 모습입니다. 뭔가 협치나 어려운 국내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모습은 정말 1도 없습니다. 그동안 매일 싸움만 했으니 무슨 대화요 만남입니까. 이렇게 여야 대표들이 만나기가 어려운 것은 제가 태어나 처음 보는 일입니다. 저는 이승만때 태어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그런 시절도 다 겪어 봤지만 요즘 한국정치처럼 이렇게 꽉 막히고 융통성이 없는 상황 정말 처음 경험합니다.
하긴 이해도 됩니다. 무한 경쟁 시대에 상대를 꺾고 이기는 데만 익숙한 인물들이 정치판에서 활동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판단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평생 한번도 안해본 인물들이 어떻게 협치나 만남을 통해 문제 해결을 구사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한국은 어떻습니까. 의정갈등으로 환자들은 아야 소리 못하고 죽어나가고 의대 정원을 놓고 일선 대학들의 신경전은 가관입니다. 2천명 증원을 기대하고 대학교 공대에서 학원가로 나간 반수생들과 직장에 사표를 내고 의대 지원에 나선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도 가련합니다.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실 도움주자고 이공계 망가뜨리는 행위는 빈대잡자 초가삼간 태우는 것에 비유되고 있습니다. 총선후 갈라진 민심 그리고 더욱 심화되는 갈등을 메울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 현실입니다.
물가고로 대표되는 경제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번엔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격돌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은 그야말로 안개속에서 표류중입니다. 건설사들의 부도사태도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중견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위태위태하다는 경고음이 울린지 오래되었습니다. 금리 인하도 당분간 힘들어 보입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그리고 재정적자는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그 어떤 것 하나 편안한고 쉬운 게 없는데 한국의 정치는 지금 이전투구에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싸운다는 와각지쟁만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치를 잘 못하는 아니 정치를 아예 모르는 정치인들을 둔 한국 국민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4월 1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