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오늘 아침.
문득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저에게는 제가 유일하게 가족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와 피를 나눈 그녀는 세상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헤어져야했던 그녀는 단 한번
도 저를 실망 시킨적없이 잘 커 주었습니다. 작고 마른 체격, 그리고 예
쁘장한 얼굴때문에 그녀를 잘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얼마나 많은 일들
을 격으며 세상을 살아 왔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21살 아직 한참 부모의 품안에서 앙탈을 부리며 사랑을 받아야하는 나이
에 그녀는 오빠에게 기대기 싫어 학비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종일 아르 바이트를 합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한국에 다시는 돌아 오지 않겠다던 저를 5년만
에 만났을때에도 참 따스히 맞아 주었습니다. 오랜 시간만에 만난 그녀
는 환하게 웃고는 있었지만 얼굴에는 그늘이 보였습니다. 새어머니의 횡
포가 꾀나 참기 힘들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척 아무일도 없다는듯이 저를 대했습니다. 여
러가지 않좋은 일로 다시 호주로 가지 않겠다는 저에게 지난 5년동안도
저 없이 잘 버티며 살아 왔다고, 졸업하는 3년정도 참고 기다리는것은 아
무것도 아니라고, 그냥 그렇게 다시 돌아가 지금까지 뒤돌아 보지 않고
앞만보고 살았던것처럼 살으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고등학생이였
던 동생입에서 어떻게 그렇말이 나왔는지 대견스럽습니다. 그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였을텐데...
다시 출국을한 저는 미친듯이 공부했습니다. 3주간 있었던 한국에서의 기
억을 다 지우고 앞만보고 달렸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더 흐르고 졸업후
영주권 취득을 눈앞에 둔 저는 영주권 신청을 포기하고 기다려준 동생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귀국후에 많이 힘든일들이 있었습니다. 안좋은일도 많
이 생기고 지치기 시작했던 한때는 후회가 막심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왜 왔나 거기서 혼자 잘 살걸 머가 아쉬워서 이땅에 돌아와
서 이렇게 힘들어 해야하나 하며, 동생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었죠.
곧 동생과 저는 서로 떨어져 각자 살기 시작했고 본의 아니게 거리가 생
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인생 25년 살아오면서 동생과 함께
산 기억은 초등학교 졸업때쯤까지 12년정도가 전부 였군요. 남매도 함께
살아야 정이 드는 법인데, 저흰 그렇게 본의 아니게 거리를 두고 살았네
요. 서로 뜸하게 연락을 하고 지내던 얼마전 제 생일을 챙겨 주지 못했다
며 동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전 친한 동생들 몇명과 제 동생을 만났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걸까요. 자주만나지는 못하지만 늘 보던것 처럼 편안했씁니다.
우리는 식사를 하고 술을 한잔 마시러 갔어요, 그녀는 저에게 작은 쇼핑
백하나를 넘겨주더군요. 생일 선물이라고 말하며 넘겨받은 쇼핑백에는 양
말과 속옷 그리고 흰색 라운드 티가 들어 있었습니다. 전 동생 생일날에
제가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이런걸 왜 준비 해왔냐고 미안한 마음에 머라
그랬습니다.
그녀는 마냥 웃기만 했습니다. 그게 두달전이었어요.
오늘 전 오후에 E-CEO 세미나에 참석을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어
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노란색 줄무늬 셔츠를 입기로 결정을하
고 안에 겹쳐있을 옷을 찾다가 비닐 포장 조차 뜯어 놓지 않은 동생이 선
물해준 흰색 라운드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을 입기위해 포장을 뜯고, 옷
을 입었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만지러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방으로
돌아온 순간 전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아까 옷을 입었던 그자리에 돈뭉
치가떨어져 있었습니다. 전 돈뭉치를 집어 들었습니다. 반으로 잘 접혀있
는 만원짜리 5섯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전 그자리에 앉아서 그돈이 어디
서 나온걸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아까 흰색 티셔츠를 입기위해 뜯어 냈던 비닐 포장을 다시 살
펴 보고 나서야 제동생이 옷의 포장을 뜯어 미리 돈을 접어 넣어 두고는
표시가안나게 다시 포장을 해서 선물로 준것임을 알았습니다. 상황이 정
리 되자 갑자기 눈물이 나올려고 했슴다. 오랜만에 만난 그날에 제가 일
이 잘 안풀려 많이 힘들다고 했더니 동생은 저 몰래 선물에 자신이 벌어
논 돈에서 일부를 넣어둔 것이였습니다. 전 그 선물을 받은지 2달이 지
난 오늘에서야 뜯어 보고 알게 된거였죠. 감동먹었슴당. ㅜㅜ
그돈 5만원은 로또 복권 당첨금 320억이랑은 비교가 안될정도로 저에게
소중한 돈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늘은 세미나에 경청자로 참가를 했지만, 꼭 3년안에 최고의 CEO가 되
서 제가 세미나에서 강연을하는 입장이되어서 그때는 오늘을 회상하며 말
하고 싶습니다.
"3년전 오늘 저 몰래 생일선물에 5만원을 넣어두었던 제 동생덕분에 여기
까지 왔습니다." 라고요.
전 무슨일을 하는것에 유효기간을 두는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습니다. 하
지만 제인생의 첫번째 유효기간이 생긴다면 그건 아마 제동생이 결혼을
하는 그날일거예요. 그녀가 결혼하는날 부모님이 앉아 계셔야할 그곳에
제가 대신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저 혼자 그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제동생이 맘 아퍼 하지 않게 꼭 능력있
고 좋은 오빠가 되겠습니다. 제동생 이쁘죠? ^^
카페 게시글
차 한잔의 여유
가족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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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15 19:27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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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참 읽는동안 마음이 따스해진다. 글구 현진아~ 앞으로 시간나면 전처럼 시리즈 올려줘^^
사람사는 일이 어쩜 이럴까...문득 제가 호기를 부리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정말 좋은 사람 만나..님의 동생이 이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그땐 정말 눈물 많이 나겠어여..물론..님에게도 행운만이 따르기를...^^;
앙 감동이다
참...예쁘네요 ㅠ.ㅠ 두분모두 행복하세요
왜 일까?아직까지 우리가 인내하면서 살아야 하는게...왜 그런걸까?인내에 끝에 행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동생이 참 이쁘다. 오빠도 이쁘고 난 예전에.. 세상에서 엄마 아빠라는 단어가 제일 슬프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냥 가만히 앉아서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눈물이 막 나왔었거든. 가족은.. 참 뭐라 설명할 수가 없어.
<無女> 현진아.. 이뻐~ ^^ 동생도 이쁘고 우리 현진이도 이쁘고... ^^ / 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열심... 열심히 살자는 것! 열심히... ^^
^^ 꼭 이뤄지길 바래요..
아프지만..흐뭇한 남매애... 정말 보기좋네요... 힘~
응^^ 너~~무 이뿌다 ㅜ..ㅜ
맙소사.... ㅠㅠ 너 왜일케 멋진거야...; 멋진넘!
또 열심히 달려야할 이유가 생겼군 ~ 소중한 사람들, 너에게 힘이되어주는...^^
첨에 현미언니를 봤을떈 오빠랑 혈연관계가 아닌줄 알았다^^;;하도 안 닮았길래.. 근데 몇번 더 만나면서 너무나 닮은 사람인걸 알았다. 이쁜 마음이^^ 같은 83년생이지만 너무나 닮고 싶은 언니^^ 앞으로 정말 잘해야할거야..오빠!!
음 감동의 도가니..댓글을 달기가 무색한 글
ㅠ_ㅠ 예 뻐~!!
동생이 오빠를 생각하는 마음만큼 오빠두 동생에 대한 사랑이 엄청난것 같아요. 그것이 그 무서운 '혈육의 정'이란 건가봐요. 저두 객지생활에 힘들어 하고있을 울오빠가 생각이나는군요. 오늘 울 오빠한테 전화해 봐야겠어요. ^^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였어요~^^ 남매가 서로 아껴주는 모습 보기좋아요~^^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