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낯섦
낯선철학하기 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익숙한 낯섦이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작년에 기숙학원에서 또 한번의 수능을 준비했다. 졸업식도 못가고 기숙학원에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제대로 된 인사를 못하고 육지학원에 들어갔다. 거기에서는 한달에 3박4일 정도로 휴가를 나올 수 있었는데 휴가 나올 때마다 자주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들이랑 어울렸다. 휴가를 나오면 꼭 친구들이랑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 나는 이때 익숙한 낯섦을 느꼈다. 휴가 때 만났던 친구들은 다 친한 친구들이어서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았는데 친구들이랑 대화를 할 수록 친구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친구들은 다 대학에 들어가서 하나둘씩 대학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나만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항상 같이 추억을 만들어갈 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친구들의 낯선 경험을 들으니 신기하기도 하면서 섭섭하고 낯설었다. 대학교 과제 이야기, 대학교에서 새롭게 사귄 친구 이야기, 대학교 축제 이야기 등등. 나는 대학에 들어가 보지도 않았는데 많은이야기들을 들었다. 하지만 거듭해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점점 익숙해져 갔고 친구들도 학교생활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해줘서 유익했다.
낯섦이란 신기한 단어인 것 같다.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느낄 수 있고 낯섦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낯섦과 익숙함은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없고 항상 공존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첫댓글 육지에 가 있는 동안 내 생각도 많이 변했을 테고, 친구들도 형편이 조금씩 달라졌겠지요. 그러다보니 익숙하게 느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나만 겉도는 느낌"은 내가 없는 동안 친구들은 자주 자주 만나면서 작은 변화들에 대해서 익숙해졌지만, 오랜만에 만나니 그것들을 한꺼번에 겪어야 해서 그랬을 듯해요. 이렇게 우리는 늘 변화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익숙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는 중요한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질문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흔히 고정관념이라고 해요. 내가 이미 여러가지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렇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보면 그것이 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또는 아예 그것의 존재 자체를 질문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철학은 모든 것의 의미, 곧 가치를 묻는 거랍니다.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