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검은 머리칼에 포도송이처럼 총명하고도 큰 눈동자를 가진 실리에 비게가 유럽의 음악계에 처음으로 명함을 내민 것은 지난 1993년 17세의 나이로 유러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Alle Mine Tankar(내 모든 상념)으로 5위 입상을 한 때부터이다.
비록 골든 트라이앵글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매니저이자 작곡가인 아버지 비외른 비게(Bjorn Vige)의 작품인 이 노래는 매우 서정적인 곡과 가사로 인해 당시 유럽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노르웨이의 인터넷 사이트 '팬 뮤직가이드'는 자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이 노래를 '93년의 싱글'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실 실리에 비게의 노래는 무엇보다도 가늘고도 애절하게 들리는 보이스 톤과 깊은 겨울나라의 신비감 속에 감추어진 듯한 청명함에 그 매력이 있다. 그녀의 노래 16트랙이 든 데뷔앨범 [Alle Mine Tankar]는 아마도 노르웨이 음반으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공식 수입된 것이겠지만, 이 앨범의 수록된 전곡은 그녀의 아버지 비외른 비게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고풍스러운 실내악적 배경음악과 카롤리네 크뤼거(Karoline Kruger) - 그는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주제곡 'You Call It Love'의 작곡자로 더 유명하다- 가 연주하는 맑고 아련한 피아노 음색과 애잔한 코러스는 구슬프고도 청명한 북구의 신비감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그의 앨범 [Alle Mine Tanker(내 모든 상념)]에는 '북구의 청명한 대기를 가르는 신비한 목소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표현대로 정말 목소리가 요정처럼 맑고 아름답다. 한마디 한마디 애절함으로 청취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 앨범의 백미는 현악 5중주가 빛나는 'Adle e aleina (모든 사람은 혼자라네)'로 '사랑하는 이를 남겨두고 하늘로 떠나가는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내용의 悲歌(비가)이다. 이 곡은 그야말로 '슬픔의 미학'이며 동시에 요즘의 음악정서가 지나치게 기쁨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에 경종을 울린다.
kjeraste gutten min - kan du tegje meg?
at eg ikkje alltid e den eg sko
ha vaert mod deg..
kjeraste gutten min - kan du tegje meg?
..adle tunge tankar sa
eg ikkje klare dela med deg..
sa eg ikkje klare dela med deg..
for adle..e aleina! -
aleina ombord
Mens me soge kverandre..
..seile me bort..
내 사랑하는 그대여, 내 슬픈 생각 모두를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없음을
부디 용서해 주기를,
모두가 외로운 존재, 외로운 항해자인걸요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있다 해도
나는 저 멀리 항해를 떠나며
또한 그대는 내 침실에서 떡을 나누고 또한 종국에는 나의 무덤 앞에서 흐느끼게 되리니.
나의 정원 같던 그대, 저 태양이 지기 전에
내 입술에 입맞춰 주오.
하늘로 떠나가는 나를 용서해 주고
매일의 양식으로
부디 나의 슬픔을 달래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