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것, 사랑에 대하여.
내가 보는 사람들은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그렇게 사랑을 한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사랑이란 것을 한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친구들과의 사랑, 본가에 있는 강아지에 대한 사랑, 깨끗한 제주 공기에 대한 사랑, 어두워지는 하늘에 대한 사랑, 우산에 부딪혀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 대한 사랑 등등 나열하다 보면 끝이 없을 내가 여태 해온 사랑은 이제 제법 익숙하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사랑들은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진정한 사랑이란 것은 무엇일까? 익숙했던 사랑이 이따금 낯설게 느껴질 때면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사랑에 대한 낯선 생각들로 머릿속을 가득 어지럽힌다.
나는 항상 어떤 상황에 있어서 ‘이게 바로 사랑이란 거구나.’하고 깨달았을 때 동시에 떠오르는 ‘사랑이란 게 뭘까?’하는 질문에 대해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내가 하고 있는 이 사랑들은 사랑일지, 아니라면 이 감정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비로소 익숙했던 사랑조차도 낯설게 다가와서 나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 혼자만의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도 감히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평생을 다양하게 사랑하며 살아온 나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사랑에는 능숙했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은 늘 낯설게 다가왔다.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미 익숙해진 사랑도 처음에는 낯설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낯선 사랑이 익숙해진 것일 테고, 지금 새롭게 다가오는 사랑도 언젠가는 익숙해질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성 간의 사랑이 지금 내가 낯설게 생각하는 사랑의 한 형태일 수도 있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새로운 사랑의 형태에 눈을 뜨면서 약간은 더 무섭고 조금은 더 설레는 이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랑에 대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찾아왔기에 낯선 철학 하기 과제물 주제로 사랑에 대한 낯섦을 정하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랑이라는 존재는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 이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동식물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에 대한 사랑까지도, 그리고 이 밖에도 수많은 모습을 하고 우리를 마주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기에 적어도 내게는 익숙하지만 매번 새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새로운 낯선 생각으로부터 잠식당해 있다 보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는 내가 낯선 건지, 이 사랑이란 감정이 처음이라 낯선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익숙하고도 낯선 사랑에 대하여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생각하다 보면 익숙하든 낯설든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얻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첫댓글 고대 그리스인은 사랑에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에 대한 사랑인 아가페, 자신이 부족한 것에 대한 사랑인 에로스, 가족간의 사랑인 스톨게, 친밀감을 내용으로 하는 사랑인 필리아예요. 그 밖에도 많은 사랑의 형태가 있겠지만, 스톨게라고 해서 모든 가족이 동일한 방식으로 동일한 양으로 사랑하는 건 아니지요. 엄격한 부모님도, 그렇지 않은 부모님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엄격한 부모님과 그렇지 않은 부모님의 중간쯤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일까요? 그렇지는 않지요. 때에 따라서, 상대에 따라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이라고 하면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수준에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최소한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미움과는 분명히 다를테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려면 지금까지 알아왔던 사랑에 대해서 낯설게 보기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