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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 온 전화 |
문상호 | 서울시 영등포구 |
1973년 어느 날, 전화 고장 신고 연락이 왔다. 당시 유선 전화 고장 신고 번호는 '1166'이었는데, 다이얼 전화기의 '1'자를 한 번 더 돌린 탓에 내 직장 번호인 '1116'으로 걸려 온 것이었다. 마침 전화기를 고쳐 본 경험이 있어 상태를 물었다. 간단히 조치하면 될 것 같아서 수리 방법을 일러 줬다. 잠시 후 전화가 잘 된다며 고맙다기에 내가 말했다. "사실 여기는 전화국이 아니고, 제 직장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부분인 것 같아 방법을 알려 드렸습니다." 발신인은 깜짝 놀라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다. 다음 날, 비슷한 시간대에 전화가 왔다. 전날 그 사람이었다. "잘못 건 전화도 친절하게 받아 주시고 고치는 법도 자세히 가르쳐 주셔서 고마웠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데, 이게 우연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화를 나눠 보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좋다고 답했다. 우리는 그렇게 세 달 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다. 내가 먼저 전화를 걸 수는 없었다. 당시는 상대방이 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연락할 방도가 없는 시대였다. 나는 늘 그녀가 전화할 때까지 애타게 기다려야 했지만, 고맙게도 그녀는 번호를 말해 주지 않는 대신 매번 전화를 걸어 주었다. 시간이 흘러도 그녀에 대해 아는 건 목소리뿐이었다. 먼저 만나자고 말해주길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그녀가 번호를 가르쳐 줬다. 그리고 회사로 찾아오면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뛸 듯이 기뻐 그날 바로 그녀의 직장으로 향했다. 잠시 외출중이라는 그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잠시 후, 한 아가씨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저 찾아오셨죠? 많이 뵙고 싶었어요."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은 학생처럼 어려 보였다. 그간 그녀를 또래로만 상상했는데, 이렇게 앳될 줄이야..., 실제로 스물일곱인 나보다 여덟 살이나 어려 거절의 말을 전했다. "그동안 전화해 줘서 고맙지만, 계속 연을 이어 가는 건 좀 부담스럽네요." "아버지가 저를 늦둥이로 낳으셨어요. 벌써 올해 예순셋이신데,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혹시라도 나이 차가 문제라면 신경쓰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날 이후 우리는 만남을 이어 갔고, 1년여의 연애 끝에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었다. 50년이 흘러 우리는 1남 2녀에 다섯 손주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됐다. 넉넉지 않은 형편과 맏며느리라는 역할에 힘들었을 텐데도 아내는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알뜰살뜰 살림하며 곁을 지켜 줬다. 잘못 걸린 전화가 하늘에서 내려 준 듯 땅에서 솟아오른 듯 인연으로 맺어졌으니, 날마다 최고의 복으로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다. 모든 게 아내 덕이다. 살아가면서 덮어 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대와의 추억만은 지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내가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_ 이해인 우리가 몰랐던 주소 '주소'라고 하면 건물이나 도로의 위치를 나타내는 데 국한될 것 같지만, 그것이 쓰이는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다. 산과 바다에도 주소가 있다. 국가 지점 번호가 그것으로, 전 국토를 가로 세로 10미터 간격으로 구획한 지점마다 부여한 위치 번호를 일컫는다. 등산 중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노란색 표지판, 여기에 국가 지점 번호가 적혀 있다. 산 한가운데서 조난을 당하더라도 구조대원에게 이 번호만 알려 주면 신속, 정확하게 도착 가능하니 가히 생명을 지키는 주소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충남 당진시는 바닷가에, 제주 서귀포시는 오름에 국가 지점 번호 표지판을 세워 긴급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만에 하나 길을 걷다 지진이 발생하면 인터넷이나 지도 앱에 지진 옥외 대피 장소를 검색하자. 주소와 함께 가장 가까운 대피소가 안내될 것이다. 이처럼 국민의 안전을 위해 마련됐거나 이용 빈도가 잦은 사물 혹은 시설물에 부여된 주소를 사물 주소라고 한다. 비상 급수 시설과 인명 구조함, 버스 정류장, 육교 승강기, 우체통 등에도 주소가 존재해 언제 어디서든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추후 자동 심장 충격기뿐 아니라 반려동물 공원, 무인 물품 보관함 등에도 등록될 전망이다. 심지어 주소는 지하에서도 쓰인다. 잠실역의 경우 총 면적이 축구장 아홉 개에 달해 자주 가는 사람조차 길을 잃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역 안에는 650개가 넘는 주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각 주소를 지도 앱에 입력하면 현재 위치는 물론 주변 상점에 대한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더 안전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것, 우리가 알지 못했던 주소의 일이자 힘이다. (참고: <다큐 On), KBS) 남도연 기자 ☆ 나무 주소 2013년 호주 멜버른시는 나무 7만 그루에 식별 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부여했다. 시민들이 고장 난 가로등을 보면 신고하듯, 병충해를 입거나 가지가 부러진 나무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 효과에 더해 나무를 향한 애정과 잘 자라라는 시민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
[Ghost] Riders in the Sky [Instru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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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소중한 멘트 감사드리며
오늘도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좋은 하루지내세요
~^^
그 시절에는 그런 로멘스도
있었지요.
둘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만들고 역경을 견디며 그 사랑을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전화와 주소
숫자의 효용성이 점차 진화하고
있어서 편리하기는 한데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겠군요.
감성과 실용이 함께한 글이네요.
늘 감사 합니다 !
안녕하세요
소산 님 !
고운 멘트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새봄과 함께하는
새로운 한 주, 복된
일들로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
60년대 평균수명이 60세닌까
아버지가 63세면은 극노인입니다
그 시대에는
의지할 곳이 없고,
가난하면 결혼을 서둘렀던 시대라
이해가 갑니다.
질곡의 시절,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고견 올려주신
정읍 ↑ 신사 님 !
감사합니다 ~
평안하고 여유로운
오후시간보내세요
~^^
오늘도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주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바다고동 님 !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도
여유와 웃음있는
좋은 하루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