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팔리는 세상에서 점점 더 잘나가는 오프라인 서점이 있다. 사업을 본격화한 1996년부터 18년 연속 매출이 늘어, 작년엔 1조2000억원을 넘었다. 일본 오프라인 서점 1위 '쓰타야(Tsutaya)' 얘기다.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는 31일자 최신호에서 침체 일로의 일본 오프라인 서점 중 쓰타야만 '나 홀로 성장'하는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성공 비결은 '온라인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차별화된 체험의 극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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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체일로인 일본 서점 시장에서 ‘나 홀로 성장’ 중인 ‘쓰타야’. 사진은 오사카의 쓰타야 우메다(梅田)점 내부다. 서가 옆에 아예 편히 쉬면서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널찍하게 마련해 놓았다. /쓰타야 우메다점 페이스북
시작은 2003년 도쿄의 고급 주상 복합 타운 롯폰기힐스에 연 대형 서점이었다. 쓰타야 롯폰기점(店)은 카페와 서점을 결합한 세련된 공간으로 도쿄 젊은이들을 끌어모았다. 본격적인 성공은 2011년 도쿄 다이칸야마점이 크게 히트하면서부터였다. 4000평(1만3200㎡) 부지에 책과 차(茶)·음식·여행·쇼핑 등을 테마로 한 고급 복합공간을 꾸몄다. 신간이라도 비싼 양장본을 앞에 전시하고, 수입 서적·희귀 고서(古書)를 신간과 같은 서가에 올렸다. '공짜 손님'만 끌어모은다며 줄이던 잡지 코너를 오히려 넓혔다. 전문가들은 "절대 돈을 벌 수 없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번화가도 아닌데 하루 방문객 3만명, 책·잡지 판매 월 1억엔의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하코다테(홋카이도)·쇼난(가나가와현)·후타코다마가와(도쿄)·우메다(오사카)점 등이 연이어 히트했다. 소비자들은 쓰타야를 '일단 가 보고 싶은 곳' '가면 뭔가 사고 싶은 곳'으로 기억하기 시작했다. 쓰타야 서점은 현재 일본 전역에 804곳. 점포 수로 일본 서점 체인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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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타야의 모기업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64) 사장은 도요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쓰타야는 아마존과 경쟁하려 하지 않았다"며 "대신 인터넷에선 체험할 수 없는 고급스럽고 아늑한 공간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였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공 덕에 쓰타야는 2013년 오프라인 서점 매출 1위에 올랐다. 작년 일본의 책 판매액은 2조6600억엔으로, 정점이었던 1996년의 60% 수준. 20년도 안 돼 1조엔 이상의 시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다.
쓰타야는 안 팔리는 책은 싸게 살 수 있는 포인트를 더 줘서라도 빨리 팔아치웠다. 베스트셀러 조짐이 보이면 그 책을 순식간에 전국 매장에 대량 전진 배치했다. 덕분에 업계 평균 40%에 달하는 책 반품률을 30%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다른 서점에 없는 고가 사은품을 끼워주는 대신, 잡지값을 2~3배 비싸게 받는 '쓰타야 특별판'을 만들어 이윤을 높였다.
쓰타야는 최근 공공 도서관 위탁 경영에 새로 뛰어들었다. 마스다 사장은 "'구글·아마존 시대에 도서관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쓰타야가 운영 중인 사가현 다케오시(市) 도서관은 연중무휴, 매일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1층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책을 꺼내와 맘대로 볼 수 있다. 쓰타야 서점처럼 고급스럽게 꾸몄다. 도서관을 경영하는 데 모자라는 부분은 식음료·물품 판매 등으로 벌충한다. 사가신문은 "도서관 이용자 87.6%가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다케오에 이어 가나가와현 에비나시(市) 등에서도 도서관 위탁 운영을 시작한 쓰타야는 이를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도서관 경영 전문인 이토가 마사루 게이오대 교수는 "쓰타야가 공립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