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 1월 7일 무장 괴한들이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있는
시사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을 습격해
언론인 등 12명을 살해한 충격이 유럽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성역 없는 풍자’를 모토로 내세운 <샤를리 에브도>는 2012년 무함마드를
나체로 묘사한 만화를 게재해 무슬림들의 거센 시위를 촉발시킨 바 있습니다.
역사상 유래가 없는 사건 앞에 "이것은 프랑스판 9.11사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프랑스 전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추모와 반테러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1일 160만명이 참여한 파리 집회에는 프랑스, 독일을 비롯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 세계 34개국 지도자들이 함께 행진을 했습니다.
7일 파리에서 수천 명이 모인 추모집회. '겁먹지 마'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보인다. ⓒ AP
‘표현의 자유’인가, ‘문화적 몰이해’인가
“어떤 야만적 행위로도 언론의 자유를 격추시킬 수 없다”
_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이들 테러리스트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두려운 것”
_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이번 사건에 대해서 서구 언론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입니다.
사건 이후 이어진 추모행렬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 손에는 펜이 들려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평등한 ‘서구의 이중잣대’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1,400년 이슬람 역사의 신성불가침 영역이었던 무하마드가
(샤를리 에브도 만평처럼)누드화로 풍자됐다면
무슬림은 ‘영적인 살인’을 당했다고 느꼈을 것”
_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유럽 사회에 침투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불편함을 만평이라는 형태로 공격한 것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공격은
같은 사회 내부의 마이너리티를 향한 것이었으며
약자들에 대한 선동이었다”
_ 인남식 교수 | 국립외교원
다른 문화의 특성은 간과하고 ‘표현의 자유’만 앞세우는
서구 언론의 방식은 ‘문화 몰이해’의 극치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에서는 “이번 공격이 프랑스의 문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으나 이번 사건 뒤
유럽 곳곳에서 모스크 방화 등 반이슬람 공격이 뒤따랐다”며
“책임이 ‘이슬람’에만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프랑스 파리 도심 한복판, 경찰들이 테러 용의자를 잡기 위해 순찰하고 있다 ⓒ AP
극단적인 증오의 연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제난과 차별에 분노하고 좌절한 무슬림들,
극우파의 자극과 보복테러,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이제 ‘패턴’이 됐다.”
_ 구정은 | 경향 신문 기자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모두 프랑스 국적의 무슬림 이민 2세입니다.
현지 언론은 외부단체의 공격이라기 보다는 자생적 테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무슬림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인구의 8%, 약 500만명)
“이민 1세대들이야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 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차별을 참아냈지만, 이미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랐음에도
국민 대접은커녕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자라난
2·3세대들의 좌절과 분노는 엄청나다”
_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계속 되는 경제위기에 불만의 화살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고
최근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등 이민자에 대한 증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9.11이라는 사상 초유의 참사 이후
미국의 벌인 지난 10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생겨난
중동 이슬람 지역의 좌절과 분노가
IS(이슬람 국가)라는 극단세력을 키워냈듯이
최근 벌어지는 연이은 테러사건들이
또 어떤 악순환을 만들어 낼지 세계는 두려운 마음으로
지금 이 사건과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5년 유럽에서 가장 크게 기록될지 모를 사건.
이번 사태에 대해 균형 있게 사태를 바라보며
깊이 숙고할 수 있게 해주는 추천 기사들을 소개합니다.
“인구 10%가량이 무슬림인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여학생들의
헤자브(머리수건) 착용 문제를 비롯해 온갖 문화적 마찰이 일었다.
경찰의 무슬림 소년 사살로 촉발된 파리 소요를 강경 진압했으며
무슬림 난민촌을 무자비하게 철거했다.
무엇보다 올랑드 정부는 지난해 이라크·시리아 공습에 참여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결합해 테러공격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택광 | 경희대 교수, 문화평론가
“세계화로 이주노동자들과의 공존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약자는 표현할 것이 있더라도 쉽게 표현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장치였던 셈이다.
이번에 발생한 프랑스의 비극은 오늘날 상식으로 굳어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희수 | 한양대 교수·중동학
“한편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 석학 군테르가 2010년
이스라엘의 평화위협과 핵무기 은닉을 고발하는 시를 발표했던 적이 있었다.
반유대주의를 표방했다고 해서 그는 거의 문단에서 매장당하는 수모를 겼었다.
2011년 미국의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주미 이스라엘 대사의 강연 때
학생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을 외쳤다는 이유로 유죄평결을 받았다.
누구든 예외없이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하면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
...
서구사회가 반유대주의와 똑같은 잣대로 의도적인 이슬람포비아를
유포하는 행위를 제재하지 않는 한 이로 인한 폭력사태는 악순환을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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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