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m.or.kr에서 퍼온 네멋리뷰

[punchdrunk]

사실, 현재 이 시점은 “네멋대로 해라”(이하 네멋)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무색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몇 개월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네멋에 대해 다시보며 이야기했고, 그 만큼 더 이상 그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시각의 드라마칼럼도 나올 수 없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칼럼으로 언급된 드라마들도 네멋 만큼이나 당시를 풍미했던 작품들이다. 사람들의 화제에 숱하게 오르내렸으며, 시청률 또한 네멋에 뒤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드라마들은 지금까지도 여러사람들에게 추억되고 있다. 추억.... 과거의 드라마인 만큼 그 추억이란 과정은 향수를 느끼게 하고, 아울러 또 다른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아쉽게도 현재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추억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복학습밖에 될 수 없음이 뻔한 “네멋”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드라마들 같이 추억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남의 글을 베꼈다는 오해를 받을지라도 항상 TV를 켜면 네멋이 방송되고 있을 거 같은 기대감속에서... 혹은 지금 당장 길거리에 나가면 복수와 경이가 데이트를 하고 있을 거 라는 착각 속에서라도 네멋을 붙잡고 싶다.

과거에 MBC가 만든 ‘질투’란 드라마가 있었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모호한 상황의 두 남녀가 밀고 당기기를 하며 결국에는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이제와 다시 본다면, 전혀 새로울것이 없겠지만, 당시 젊은층의 기호를 민감하게 포착하여, 매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였다.
‘질투’는 당시 ‘트렌디 드라마“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이후에는 많은 드라마에서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드라마의 구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종종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하여, 현재적인 기획을 하지 않고, ”질투“가 보여주었던 인물과 이야기의 패턴만 빌려온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경우에는 ’질투‘와 비슷한 드라마를 원한 시청자의 몫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10여년 후 MBC는 “네멋대로 해라”를 제작,방송한다. 누구나 쉽게 결말을 알수 있을 “소매치기와 부잣집 막내딸의 사랑이야기”라는 외피를 덮고, “오해된 트렌디”일거라는 짐작을 확신케 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야기는 종전에 보던 드라마만큼 친절하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은 예상에서 어긋나는 대사들만 한다. 누가 나쁘고 누가 착한지도 구분할 수 없으며,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만 놓여져 있다.
예를 들어, 기존 드라마들에서는 “좋아해요” 그러면 상대방이 안아주고,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면서 그들의 행복을 만끽하라는 듯 보여준다. 그런데 이 종잡을 수 없는 드라마에서는 “좋아해도 되나요?” 라고 배려하는 듯 물어보고, 상대방은 “네, 저도 좋아해도 되죠?”라고 말하며 소심하게도 양자적 합의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네멋대로 해라”는 그렇게 다른 드라마들과는 매우 다른 영역에 있었다. 그만큼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 괴이한 드라마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으며, 첫 몇 부분만을 보고 더 이상의 시청을 거부한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 거부는 일정량의 여지를 남겨놓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정확히 ”싫다, 틀렸다“는 평가가 아닌 ”이상하다“라는 말로 ”네멋“의 새로움에 조금은 맛을 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시간과 함께 점차적으로 상황이 조금씩 역전되어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적응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누가 나쁜놈인지 찾던 사람들은 정달이마저 사랑하게 되고, 항상 엇박을 치던 대사들속에서 그것이 등장인물 자체의 필임을 깨닫고 오히려 다음 대사를 기다리게 된다. 또한, 기쁠 땐 웃고, 슬플땐 눈물을 보여야만 하는 연기에 적응되었던 시청자들은 키스씬 하나 없는 복수와 경의 관계에서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부터, “네멋대로 해라”에 대한 이해는 빨라진다.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 같던 대사와 행동들이 이성보다도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여진다. “인어아가씨”가 1+1=2 도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 “네멋대로 해라”는 1+1=3도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시청자들 적응시킨 드라마”
이제 까지 우리를 적응시켰던 드라마가 있었던가? 항상 중학생의 지적수준에 맞추어 제작되는 드라마를 보던 사람들은 이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에 방점을 찍게 되었다.

이토록 적응하기 힘든 드라마지만, ‘네멋대로 해라’는 10여년 전 “질투‘가 만들어 졌던 당시의 기획의도와 맞물려 있다. 소구대상은 젊은층, 그러므로 드라마 속에서도 현재의 젊은 정서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 진정한 ”트렌디“는 이것이다. 시대의 경향을 읽고 그것을 드라마속에 담아내는 것이 ”트렌디 드라마“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편안함의 유혹 때문에 드라마가 드러내는 과거의 정서에 빠져온 것이며, 그만큼 현재 우리의 모습들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멋”속의 인물들을 보자. 그들에겐 어떠한 강박관념도 콤플렉스도 없다. 성공을 향한 야심도, 세상을 사는 조급함도 없이 어느 상황에서나 그때 그때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또한, 죽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죽을 땐 죽어있고 살아있을 땐 살아있어요”란 대사가 말해주듯 “현재는 그가 (혹은 내가)살아있다”는 사실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 시대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 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도 있는 거겠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기쁨을 만드는 독자적인 방법들을 깨닫고 있으며, 웬만한 것에는 죽자고 집착하지도 않고, 생각은 진실되게 말과 행동은 쿨하게 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현실과 “네멋”의 교집합이 수많은 복수와 전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네멋에 열광한 많은 복수와 경이들은 이제 다른 드라마들을 어떻게 보냐며 아쉬운 투정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직도 많은 드라마들 속에서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 오던 패턴들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가운데 “네멋대로 해라”가 “새로운 트렌디“의 축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 2, 3의 ”네멋대로 해라“를 기대하면서 그에 어긋나는 드라마들은 ”이상하다, 이해가 안간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쿨 하지 못하고 있다. 실망을 두려워한다. 만일,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네멋의 트렌디”가 이어진다면, 결국에 가서는 또 다시 나타날 새로운 드라마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네멋대로 해라”를 부여잡고 싶은 마음에 오직 그 한편으로서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건 내가 내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바램이다.




ⓒ 영상틀
13기 강병진 (2003년 3월 27일)



나는 ‘드라마’를 잘 모르겠다. 어떻게 보는 것이 옳은 드라마 감상법인지 알지 못 한다. 말하자면 나는, 모래시계와 마지막 승부의 막간, 1회와 2회, 5회와 6회를 잇는 수시간의 공백을 참아 본적이 없는 셈이다. 시트콤은 물론 부담이 없다. ‘이어지는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도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에피소드들이 따로 놀았던 ‘우리들의 천국’을 즐겨 봤던 기억도 있다.

요약하자면, 나는 드라마적인 드라마 감상법에는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는 중이다. 더 충격적인 고백을 할게 있다. 난 근본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있다. 내가 만나본 드라마들은 거의 대부분 단 한 순간도 내 눈을 붙잡은 적이 없다. 즐겨 봤다고 고백한 ‘우리들의 천국’ 역시 영상적인,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스토리에 관심이 가고, 가끔은 눈물도 흘려가면서 봐왔던 그 드라마들이, 마음속에서는 별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드라마를 볼때마다 시큰둥한 마음이 앞서는 편이다.

네멋대로 해라 역시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 별다른 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놈의 드라마는 이상하게도, 강렬한 인상을 창출한다. 스토리가 이미지화되어 가고, 대사들이 음조가 되어간다. 시각을 넘어서는 문학적 인지의 시작이다. 캐릭터들이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 이건 ‘드라마’ 그 자체의 힘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과연,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작가의 작법을 떠나서 존재하는 작품이란게 가능할 것인가. 연출의 통제하에 모든 스탭, 배우들의 노력이 아우러진게 영상예술 아니던가. 그러나, 가능했다. 유심히 눈을 뜨고 드라마를 쳐다보고 있는 시청자와 티비 브라운관 앞의 어떤 지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흥.

그래서 나는 네멋대로 해라 팬카페에 가입하고, 이나영, 양동근에 열광한다. 버스 정류장에 가보고도 싶고, 명대사 명장면들을 수도 없이 다시 본다. 잠 잘때도 전경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복수처럼 살자꾸나 다짐도 해본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성공에 인정옥 작가의 공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얘기가 오갈 때 마다 난 다시 시큰둥해진다. 인정옥 작가의 대사들이 정말, 그렇게 뛰어난가. 강병진 드라마 칼럼리스트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예를 들어, 기존 드라마들에서는 “좋아해요” 그러면 상대방이 안아주고, 카메라는 점점 멀어지면서 그들의 행복을 만끽하라는 듯 보여준다. 그런데 이 종잡을 수 없는 드라마에서는 “좋아해도 되나요?” 라고 배려하는 듯 물어보고, 상대방은 “네, 저도 좋아해도 되죠?”라고 말하며 소심하게도 양자적 합의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그랬나. 우리 드라마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어왔나. “좋아해도 되나요?”라는 대사는 어쩐지 (내게 있어서는) 대단히 익숙하다. 그럭저럭의 수많은 드라마들에서 저, 좋아해도 되나요. 저는 **씨가 마음에 들어요. **씨, 우리 결혼할까요.라는 대사를 들어본 것 같다. 김수현이라는 작가의 드라마에서 들어본 것 같다. 서로 존댓말을 써가며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배려하는 것. 나는 어쩐지 그것들에서 느끼하단 기분이 들어왔다. 좀 더 강렬하게 사랑할 수는 없을까. 김수현 작가의 대사들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느끼할 수 밖에 없는건, 예의바른 그 배려에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네멋대로 해라” 대사들도 다른 드라마처럼 참을 수 없이 느끼하다는 것이다. 강병진씨가 얘기했던 “죽을 땐 죽어있고 살아있을 땐 살아있어요“라는 대사도 대단히 선언적으로 들리며, 명대사가 되기 위한 웅변조의 언어들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강병진씨가 얘기하는 ‘시청자를 적응시킨 드라마 론’에 동의하기가 힘들다. 나는 오히려,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이 괴이한 드라마는 '받아들이기 힘든 어떤 것'이 아니라 '너무 쉽고 낯익은' 존재였다. 고 생각한다. 어디서 본듯한 설정과, 감동창출을 위한 선언적 대사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트랜디. 내 생각엔, 그래서 시청자들이 일단 외면한 감이 있는 것 같다.(낯설어서가 아니라 너무 낯익어서) 그런데, 여기서부터 놀라운 체험이 시작된다. 살아남은 시청자들은 웅변조의 연설 따위를 뛰어넘는 요상한 감흥을 발견하기에 이르른다. 복수 아버지가 살짝 쳐다보는 금붕어에서 갑자기 현실이 끌려 나온다. 복수 어머니의 슬리퍼에서도 그렇다. 그 수많은 낯익음과 어디선 본듯한 모든 것들이 비빔밥처럼 비벼지는 순간 전혀 다른 맛을 낸다.

펄프픽션. 펄프픽션은 영화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어떤 평론가는 영화역사상 가장 새로운 발명이라고도 했었던 것 같다. 그 새로움은 어떤 것인가. 삼류 소설의 흔해빠진 설정들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새로웠다. 시간을 비틀어 편집한 부분 역시, 흔해빠진 설정이 아니던가. 펄프픽션은 가장 낡은 것들로 가장 새로운 것을 창조한 셈이다.

네멋대로 해라 역시 새롭지 않다. 그러나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나는 가장 큰 이유가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공식을 어느 정도 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두 번째 이유는 네멋의 드라마 그루트기에 있을 것 같다. 작가와 연출가가 절반 정도 박수를 받아야 하고, 배우들이 또 절반정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 이 드라마는 일반적인 공식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드라마가 시작하고, 감정들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이건, 비빔밥효과다.

그러고 보면, 사실 이건 반박문이 아니다. 드라마 칼럼리스트 강병진씨의 글을 읽고난 감상문인 셈인데, 결론을 낼쯤에 오니까 역시 같은 얘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나는 아직 쿨 하지 못하고 있다. 실망을 두려워한다. 만일,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네멋의 트렌디”가 이어진다면, 결국에 가서는 또 다시 나타날 새로운 드라마만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네멋대로 해라”를 부여잡고 싶은 마음에 오직 그 한편으로서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건 내가 내 스스로를 기쁘게 만드는 바램이다.

라는 강병진씨의 마지막 문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네멋2는 보고 싶다. 나는 의지가 약하며 앞날을 대비할 줄 모른다. 양동근 이나영 공효진 이동건 신구 윤여정 이세창 등이 출연하는 네멋2가 “네멋의 트랜디”만을 답습해 나가더라도, 그래서 실망하게 되더라도, 지금 당장은 네멋2를 보고 싶은 것이다.






ⓒ 영상틀
13기 이태안 (2003년 3월 30일)




이글을 읽고 타드라마는 무엇인가를 시청자에게 강요한반면,
네멋은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한 그런 드라마인것 같다는 생각이들엇습니다...

[sunga0612]

아...뭐라고 할말이...너무 좋네요...

[내멋대로할래]

읽으면서도 제대로 이해를 못한 부분이 많네요..글이 어찌나 어려운지.. 음.....이란 신음소리를 내면서 읽긴 했는데... 음... 어쨌뜬 좋은 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