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31 11:11
2주 동안의 시범 경기를 통해 앞날이 기대되는 유망신인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지난해 유난히도 신인들의 활약이 저조했던 터라 더욱 인상적이다.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선수는 LG의 김태완이다.
경남고를 거쳐 중앙대를 졸업하고 계약금 1억1000만원에 LG 유니폼을 입은 김태완은 이번 시범 경기에서 0.333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3홈런에 12타점. 대단한 활약이다.
김태완은 첫날인 지난달 13일 대구 삼성전 5회초에 대주자로 나갔다가 7회초 첫 타석에서 댓바람에 우전안타를 때려 첫 타점을 올렸다. 16일 다시 대타로 출전해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렇게 되자 이순철 감독은 18일 한화전에 선발 유격수로 출전시켰고 신이 난 김태완은 2회초 2점짜리 홈런을 터뜨렸다. 21일에는 두산전에서 2회초 2점, 6회초 3점짜리 홈런을 쏘아올려 5타점을 쓸어담았다.
시범경기 동안 주로 3루를 지켰는데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보여 올 시즌 3루수로 자리를 굳힐 듯하다.
기아의 투수 임준혁은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초등학교(인천 숭의)시절 투수로 뛰다가 동산고에 진학해서는 송은범(SK)에게 밀려 포수를 봤고 지난해 기아에도 포수로 입단했다. 계약금 1억1000만원. 고작 5게임에 백업 요원으로 출전했을 뿐이었다. 올 시즌 투수로 발탁돼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세차례의 연습게임에 나가 8이닝 동안 24타자를 상대로 1안타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13일과 14일의 두산전에서 잇달아 세이브를 따냈고 18일 롯데전에서 8·9회초 6타자를 범퇴시켜 첫 승리를 기록했다. 20일 삼성전에서 세이브, 마지막날인 28일 한화전에서 승리를 각각 추가해 2승 3세이브의 호성적을 거뒀다. 시속 145㎞∼148㎞의 스피드를 유지하고 변화구 컨트롤도 믿을 만하다. 김진우가 부상으로 빠진 기아 마운드가 큰 힘을 얻게 됐다.
송창식 김창훈 정종민 등 한화 고졸 투수 트리오의 활약도 화제였다.
송창식은 세광고를 나와 계약금 2억원을 받았는데 유승안 감독이 선발 기용을 고려 중이다. 13일 현대전과 17일 두산전에 나가 패전을 기록했으나 23일 롯데전에서 첫 승리를 기록했다. 구질이 무겁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슬라이더가 수준급. 시범 경기 5게임에서 1승 3패였으나 삼진 17개를 뺏는 등 경험을 쌓으면 대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북일고 출신으로 계약금 4억2000만원의 좌완 김창훈은 6게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다가 27일 기아 심재학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정종민은 안산공고 출신으로 계약금 겨우 5000만원에 입단했으나 뱃심이 두둑하고 센스도 있어 16일 두산전 홀드 등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 밖에 SK 내야수 박정권 현대 투수 오재영 두산 내야수 김재호 등도 나름대로의 기량을 선보인 신인들이다.
올 시즌 패기 발랄한 이들 신인들의 풋풋한 활약을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