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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노래 |
김늘무(가명) | 생명의전화 상담사 |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한강을 찾은 이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모든 한강교량에 설치한 SOS생명의전화. 한국생명의전화가 48년간 펼쳐온 자살예방 활동의 하나다. [사진 한국생명의전화] 전화벨이 울렸다. "생명의전화입니다. 어떤 도움을 드릴까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자 중년의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젊은 나이에 우울증에 걸린 그녀는 피나는 노력으로 오랜 세월을 견뎠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를 쉽게 맺지 못해 홀로 살며 외로워했다. 30분간 최선을 다해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판소리에서 장단을 맞추듯 중간중간 "그랬군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하며 추임새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경청과 공감은 상담의 핵심이다. 이야기를 이어 가던 그녀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른 상담사분의 권유로 우리 가락을 배우고 힘들 때마다 연습했어요. 괜찮으시다면 한 곡 불러도 될까요?" 흔쾌히 승낙하자 그녀는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했다. 5분가량 이어진 그녀의 노래에는 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 노래를 마친 그녀는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며 자신도 언젠가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녀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통화를 마친 뒤에도 노랫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처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전화가 하루 평균 70통 정도 온다. 용기를 내어 1588-9191로 전화를 건 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나를 비롯한 상담사들은 늘 최선을 다한다.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더는 전화가 오지 않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 는 것.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사랑의 마음으로 전화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생명의전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생명의전화(Lifeline)는 1963년 호주 시드니에서 알렌 워커(Alan Walker) 목사가 설립한 국제기구로 전화상담을 통해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76년 9월, 국내 최초의 전화상담기관으로 문을 열어 지금까지 24시간 365일, 밤낮없이 자리를 지키며 삶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만의 작은 천국 오래되고 허름한 아파트만 월세로 전전하다 이 집으로 이사한 지도 10년이 흘렀다. 긴 고생 끝에 마침내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정말 꿈만 같아서 구름 위를 나는 기분으로 집안 구석구석 청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던 이 집에도 어느새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았다. 손때 묻은 나무 책상이 자리한 거실엔 미술 작업을 하고 남은 빈 상자와 빈 병이 가득하다. 깨끗하진 않아도 예술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 소중한 아지트다. 방마다 놓인 책꽂이는 책으로 빈틈없고 벽엔 내가 써놓은 시와 글귀로 채워져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다. 집 밖으로 눈을 돌리면 계절의 축복을 선사해 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인사한다. 봄이면 하얀 매화꽃이 피어나 연약한 내게 스러지지 않는 인내심과 의지를 심어 주고, 벚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동화 속 같은 신비감을 안겨준다. 단아한 미를 뽐내는 목련은 그윽한 향기를 퍼뜨리고, 자목련의 고운 자태는 우수에 젖게 만든다.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찜통더위를 날려준다. 그런 순간이면 '집이 천국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상쾌한 바람에 더위를 식히노라면 아기자기한 연분홍 백일홍이 첫사랑을 비롯한 지난 연인들과의 추억을 머릿속에 씨앗처럼 퍼뜨린다. 아파트 담벼락엔 내 영혼에 정열을 심는 붉은 장미가 돋아나 그 아름다움에 나는 매년 속수무책으로 매혹된다. 간간이 보이는 자작나무도 독특한 매력으로 즐거움을 준다. 가을이면 아파트 단지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피어 사진작가라도 된 듯 예술혼을 불태우게 만든다. 어느 화단엔 수국이 유난히 수북하게 피어 시선을 붙잡는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많아 겨울의 푸른 잎에 눈이 내려앉은 광경이 제법 운치가 있다. 중년의 내게 소나무가 푸른 꿈과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면, 귀여운 솔방울들은 유년 시절의 향수에 젖게 한다. 시베리아 벌판 같은 찬바람이 불어 혹독한 추위도 느껴지고 집이 응달이어서 조금 어둡지만 사계절의 숨결이 오롯이 느껴지는 이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인생사가 좋은 일만 있진 않듯이 이 집에도 밝은 기억만 담긴 것은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수없는 불면의 밤을 지새웠고, 웃풍이 심해 곧잘 감기에 걸리곤 했다. 만성 비염까지 있어 콧물 묻은 휴지 조각이 수북하게 쌓이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뒤로는 갱년기까지 걸쳐 깊은 우울감에 자주 눈물을 흘렸다. 곰팡이를 제거하느라 2주간 비지땀을 흘리고는 결국 병이 나 약을 먹으면서도 하혈까지 했던 날은 조금 서글펐다. 고생한 기억이 적지 않지만 서툴고 미흡한 작가 지망생에게 결핍은 또 결핍대로 삶의 애환을 불러일으켜 시심을 키워준 집이다. 이곳에서 나는 수없이 꿈을 꾸었고 수없이 좌절했으며 곧잘 아팠다. 그러면서도 '시를 쓰면 이미 시인이다'라는 글귀 한 줄에 건 희망은 한 번도 놓은 적 없다. 나이가 든 만큼 내겐 결실도 있지만 서글픈 비애도 함께한다. 나의 젊음이 사라져 가면서 기쁨과 슬픔의 나이테도 빽빽해진다. 내 인생만큼 연륜 쌓인 이 아파트. 이젠 오래되어 닳은 곳이 많지만 테이블의 목조 다리가 굳건하고 화단의 낮은 돌담도 아직 건재하다. 시원한 숲과 다채로운 꽃이 여전히 사시사철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 아파트가 나는 정겹다. 앞으로도 이 집에서 꿋꿋하게 희로애락을 겪어내고 싶다. 집도 나도 청춘은 사라져 가지만 서로에게 안락한 휴식처가 돼줄 수 있도록 내 터전을 정성껏 가꾸리라. 이 집이 오래오래 나만의 아담한 천국으로 남길 간절히 소망한다. 백영례 충남 보령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서른세 평 공간에서 연필꽂이를 만들거나 그림과 뜨개질을 즐기며 소박한 예술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취미입니다. 그러다 답답해지면 집에서 나와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갖습니다. |
Music Box Dancer Frank Mi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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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인간사..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다 겪는 것이 인생입니다.
물론
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모두가 어렵고 왜롭고 아프고
그렇습니다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 속에 살면서
버티며 견디며 사는 것입니다
내 몸이 아니니 결단적 선택을 내리면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코멘트 남기신
정읍 ↑ 신사 님 !
감사합니다 ~
오늘도 기쁨이 있는
좋은 하루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봄나들이 시즌
즐거운 나날들 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어제 못 본 글을 읽어봐죠...ㅎ
우리 망실봉님이 정성껏 올리신 글인데 말이죠.
요즘 공중전화를 보기가 참 힘들죠?
지나 다니다가 보기만 하면 저는 꼭 한번 가서 만져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전화번호가 299번 이었지요.
물론 수동으로 돌려야만 되는 전화지만요.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우리나라에 한국 생명의 전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참, 좋은 것이네요.
고맙게 잘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망실봉님!
반갑습니다
바다고동 님 !
어릴 적 집 전화번호까지
기억하시다니요 ~ ㅎ
그때는 전화기 있는 집이
별로 없었지요 ~
시골에서는 공중전화도 없어
면소재지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전화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보내시고
건승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