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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봤다. 그린북은 유쾌하면서 따뜻한 느낌의 로드무비이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어서 자세한 감상평을 쓰기로 했다!
줄거리 (스포o)
- 인물 소개
배경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62년.
토니 발레롱가, 일명 떠버리 토니는 뉴욕의 큰 술집 직원이다. 그런데 이 남자... 첫등장부터 뭐랄까 거친 향기가 난다. 덩치, 허세, 주먹 다 갖췄다. 떠버리 토니라는 별명답게(?) 적당한 입담과 껄렁껄렁하고 부정확한 발음의 말투까지.
주로 하는 일은 고객관리인데 예를 들면 매장 안에서 싸움이 났을 때..
부르면 달려와서 주먹으로 해결해주는.. 뭐 이런저런 여러가지 두루두루 고객 관리
그러던 어느 날 일하던 술집이 두달동안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고 토니는 임시 직장을 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돈 셜리의 운전기사이다.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와 달리 돈 셜리는 우아- 그 자체이다. 천재 피아니스트 셜리는 그 당시 대부분의 흑인들과는 조금 다르게, 높은 수준의 교양과 경제력을 갖고 있다.
카네기홀 꼭대기,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그는 꼭 밀림의 왕 같은 옷을 입고 왕좌같은 의자에 앉아 있는다.
사실 앞 장면에서 토니가 자신의 집에 온 흑인 정비공들이 쓴 컵을 그들이 나가자 고민하다가 찝찝해하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토니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대놓고 무안을 주거나 폭력을 가하는 것만이 차별인 건 아니다. 유색인에 대한 그의 적대감이 드러난 장면.
그래서 처음엔 흑인 셜리 밑에서 일한 다는 것에 꽤나 자존심 상해 하지만 어쩌겠나. 당장의 가족들 생활비가 더 급한걸.
사실 간절한 건 셜리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 전 8주동안 남부에서 음악 순회 공연을 도는데, 남부는 인종차별이 심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운전자 겸 보디가드 겸 해결사가 필요했고 토니가 그 적임자였기 때문.
결국 이렇게 서로가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지만 나름 윈-윈인 거래가 성사된다.
- 여행의 시작
차가 너무 예쁘다.. 첫 포스터 속 하늘을 닮은 파란 색의 바로 그 차! 이 영화 또다른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오는 다른 차들도 보면서 이 시대 자동차들이 다 예쁘구나..생각했다.
토니는 출발할 때 책자 하나를 받게 된다. 바로 이 영화 제목인 '그린북'이다. 남부를 여행하는 유색인을 위한 가이드북인데 숙소, 식당, 화장실 등 흑인 차별이 없는 곳만을 모아놨다. 그들만의 가이드북이 필요할 정도로 차별이 심각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상징물이다.
아무튼 두 사람, 일단 여행을 시작하긴 했으나 인종, 말투, 교육수준뿐 아니라 ..성격과 취향까지도 달라도 너어어무 다른데,
셜리는 예민, 까칠, 엄격
때론 새초롬,,,ㅎ
반면 이 시대의 진정한 쾌남 토니 (앙)
(단순)(해맑)(๑❛ᴗ❛๑)
이런 두 사람은 당연히 시작부터 사사건건 부딪친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냥 다 안 맞는다.
1.
맛이 어떠냐 묻는 셜리
짜네여(끝)
혹시 음식 평론가 될 생각 없어요?
별롱 왱
(비웃음)
(아놔...)
2.
반격 시작하는 토니
자기 기준 회심의 농담 (웃기지)(재밌딩)
.
.
(개정색)
(+ 경멸의 눈빛)
ㅎㅎㅎ이렇게나 안 맞는 두 사람이지만...! 놀랍게도 점점 친구가 된다.
토니는 셜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감동을 받기도 하고
(괜히 내가 뿌듯)
그런 천재적 재능을 가진 셜리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 받을 때 자신이 더 답답해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땐 많이 외롭고 슬퍼 보이는 그가 어쩐지 불쌍하기도 하다(맴찢)
내가 뽑은 베스트 씬 1
-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이렇게 두 사람이 드디어 소통이란 걸 하게 되는데 내가 뽑은 첫번째 씬은 바로 이 장면이다.
우선 치킨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๑❛ڡ❛๑
그리고 켄터키.프라이드.치킨!!!!!하고 외치는 토니 발음이 너무 정직하고 선명하게 귀에 박혔기 때문에 ㅋㅋㅋ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냥 들고 뜯는 멋진 사람
본인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눠 먹으려는 착한 토니
(사실 그는 한 번에 핫도그 26개 먹는 동네 신기록 소유자)
평생 먹어본 적이 옶오영..(최고 충격 먹은 토니)
흑인이라고 다 같은 음악이나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며 토니의 편견을 지적하는 셜리
누가 나보고 이태리놈들은 다 피자랑 스파게티 좋아한다고 그래도 나는 기분 안 나쁘다며 반박하는 토니
싸우다가 치킨으로 하나 되는 두 사람 ♥
뼈는 어떻게 하죠?
이렇게 하죠 (창밖으로 던진다)
데헷?
오예(알고보니 일탈을 좋아하는 새초롬씨)
영화 시작하고 처음으로 둘이 같이 웃는 장면이 창밖으로 닭뼈 던지고 좋다고 ㅋㅋㅋㅋ아이처럼 웃는 둘
그래도 처음으로 행복해보이는 셜리 ㅋㅋㅋ
(그렇게 매일 좀 웃어여...♥ )
내친 김에 이번엔 차도에 콜라까지 던지고는 좋아하는 토니 ㅋㅋㅋ
But 이건 아니지 (또 정색)
결국 후진으로 돌아가 줍는 토니 ㅎㅎㅎ
이 장면이 나는 참 유쾌하고 좋았다. 사랑, 우정과 같은 것들이 생각을 나누는 깊은 대화 속에서만 생겨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론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나눌 때 생겨나더라. 서로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소중한 감정들은 일상 속 이런 소소한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것 같다.
꼭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금 치킨이 너무 먹고싶은 나..
사실 셜리는 경계선 위에 있는 인물이다. 흑인 사이에서도 백인 사이에서도 그는 이방인이다.
흑인 전용 숙소에서는 어딘가 딱딱한 태도와 옷차림의 그가 거만하다며 흑인들이 시비를 건다. 덕분에 술 땡겨서 또 혼술하러 근처 바에 간 셜리.
하지만 거기선 또 흑인이란 이유로 백인들이 시비를 건다. 두드려 맞고.. 뒤늦게 달려온 토니의 도움으로 겨우 빠져 나온다.
무대에선 수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항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 외롭다..
내가 뽑은 베스트 씬 2 - 편지
내가 뽑은 두번째 장면은 토니가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셜리가 도와주는 장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단순무식해보이는 토니지만 사실 아내와 아이들에게만큼은 사랑꾼이다.
가끔 아내가 보고싶어 사진을 보고 입맞추기도 하고 ㅋㅋㅋ (이렇게 로맨틱하다니)
그래도 식욕을 잃지는 않음. 피자는 한 번에 이정도는 먹어줌. 한판 반으로 접기 스킬. (자꾸 이럴거면 제목을 토니의 먹방여행으로..)
처음엔 편지 안쓴다더니...
막상 여행 시작하고는 틈틈이 편지 쓰는 토니 ㅎㅎ
(맞춤법은 엉망이지만 정성 가득가득)
문제는 그 내용이 갈수록 일차원적이다 ㅋㅋㅋ 거의 다 먹는 얘기
-무슨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립다..뭐 그런 소리
그럼 그렇게 써요! 대신 아무도 한 적 없는 방식으로
자, 받아써요
(오글오글ㅎ)
우리 사이의 거리가 내 영혼을 무너뜨리고..(와우)
당신 없는 시간과 경험은 아무 의미 없어.
당신과 사랑에 빠지는 게 내 인생 가장 쉬운일..★
(알고보니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 아니고 로맨티스트...)
-혹시 추신 애들에게 키스해줘 이건 써도 될까용?
-잇츠 펄풱 토니!
실제로 저런 내용의 편지를 받는다면 오글거리고 웃기긴 하겠지만 아마 하루종일 기분이 좋을 것 같다 ㅎㅎ 쓰는 것 자체도 고마운 일인데 내용까지 정성 가득하다면
아니나 다를까 살짝 심하게 감동받으신 아내 ㅎㅎ
친구들 모아놓고 읽어주기까지 ㅋㅋㅋㅋ (귀엽)
사실 영화 내내 두 사람은 남부에서 온갖 끔찍한 대우를 다 받는다. 초대받은 화려한 저택에서는 마당의 흑인 전용 화장실 사용을 강요받기도 하고, 양복점에서 착용을 거부 당하기도 하고, 비오는 날 경찰에게 이유없이 잡혀서 고초를 겪기도 한다.
유치장에 갇혀있다 돌아오는 길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두 사람은 크게 다툰다.
나는 백인이지만 사는 환경은 당신보다 흑인에 가까울 거라고. 내가 더 잘 안다고. 카네기홀 꼭대기에 사는 당신이 뭘 아냐며 화를 내는 토니
그러자 참아온 울분을 쏟아내는 셜리
그래 난 성에 살아 혼자서!!ㅜ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으면..
난 대체 뭐죠?
(앞에 셜리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왔다.)
(미안..) 너무나 외로운 인생을 사는 듯한 샬리가 짠하다
사실 토니는 여행 내내 셜리가 받는 대우를 옆에서 바라보며 이미 많이 변화했다. 셜리의 인생을 알게 되고 그를 이해하게 됐다. 왜 흑인 밑에서 일하느냐며 봉급의 두배를 주겠다는 친구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셜리와의 의리를 지키는 모습도 보여준다.
흑인으로, 백인으로, 여자로, 남자로 혹은 직업으로, 나이로. 편견은 이렇게 상대방을 자꾸 뭔가로 규정하고 바라볼 때 생기게 된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가까이서 보면 자기만의 역사를 가진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다.
틀을 벗어던지고 바라본다면, 마음을 열고 그 사람과 대화해본다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기 귀찮을 때, 우리는 편리하게 상대방을 그렇고 그런 어떤 부류의 사람으로 집어넣어버린다.
- 여정의 끝
드디어 여정의 끝, 마지막 레스토랑 공연을 앞두고 있는 셜리
하지만 여기서도 어김없이 참기 힘든 모욕을 당하는데, 공연은 되지만 식사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흑인은 원래 출입할 수 없으니 식사는 알아서 해결하고 한 시간 뒤 공연만 해달라는 말.
400명이 넘는 손님이 셜리의 연주를 보러 예약하고 왔음에도 이런 대우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사실 영화 내내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항상 셜리는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오늘만은 참기 싫었던 셜리!! 여러 계약과 돈 관계가 얽혀 있지만.. 토니의 동의를 구하고 나서는 박차고 이 곳을 나와 버린다!!(굳👍)
내가 뽑은 베스트 씬 3
- 오렌지 버드 연주 장면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을 나와 대신 근처 흑인들이 주고객인 식당에 들어간다.
아까 그 레스토랑에서 잡친 기분 여기서 회복하고 있는 두 사람. 여기 손님들은 셜리를 모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편하게 피아노 앞에 앉아본다.
오늘은 재즈 말고 자기가 늘 하고 싶었던 클래식으로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의 환상적인 연주에 깜짝 놀란 사람들 (띠용)
혼신의 박수 (손 안보임)
즐거워하는 사람들 ㅎㅎ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 즉흥 합동 공연도 시작 ㅎ
이렇게 행복해하며 공연하다니! 그의 일탈이 너무도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 장면이었다 ㅎ
(영화 속 피아노 곡들이 다 굉장히 좋다 ♥)
- 크리스마스
이렇게 모든 여정이 마무리되고..
고단해하는 토니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꼭 가족에게 가게 해주고 싶어 이번엔 셜리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누가 운전대를 잡았고 누가 뒷자석에 앉았는지, 백인인지 흑인인지. 그런 건 이미 전혀 중요하지가 않다.
잠깐 올라와 가족들을 보고가라 했지만 괜찮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셜리 .. (눈 내린 거리가 너무 예쁘다)
따뜻하게 맞이하는 가족들이 있는 토니와 달리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텅 빈 넓은 집에 덩그러니 남겨진 셜리 ㅜ
그런데 잠시 후.. 띵똥!!
결국 돌아온 셜리!! (๑❛ᴗ❛๑)
와인 하나를 쥐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그를
토니는 따뜻하게 맞아준다 ㅎㅎ
그의 아내 돌로레스와도 인사
앗.. 알고 있었던 아내!!ㅎㅎㅎ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ㅎㅎ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를 보다보면 대체 왜 굳이 차별이 심한 남부를 가서 저런 차별과 상처를 받나. 보는 내가 다 속상하다.
알고보니 북부에서만 공연을 한다면 훨씬 좋은 대우 속에서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셜리는 남부공연을 자청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흑인에 대한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이 여정은 셜리의 도전이자 용기이자 열정이었다.
토니가 갈수록 정감이 가는 따뜻한 캐릭터라면 셜리는 뭐랄까 보는 내내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이다. 따뜻함을 나눠 주고픈 캐릭터.
중간에 나오지만 셜리에게도 동생이 한 명 있다. 여러 사정으로 지금은 멀어졌지만.. 기다리지만 말고 먼저 연락해보라고 말해주는 토니
좋은 대사가 은근히 많이 나온다
인생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닌 것 같다. 물론 혼자 감당해야하는 순간과 감정들이 많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전부 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셜리가 이제는 부디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살길 바라며..! 두 사람의 우정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 ♥
무겁지 않고 유쾌하면서 따뜻한 영화였다. 아직 안봤다면 적극 추천한다🎥
첫댓글 '폭력의 역사' '동방의 약속' 의 비고 모텐슨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