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4일 토요일 맑음.
사과와 주스로 아침을 대신하고 숙소를 나섰다. 터미널을 향해 걸어가다가 일직 나온 노점상에서 토마토를 샀다. 버스터미널까지는 5분 거리라 걸을 만 했다. 가게들도 이제 막 문을 연다. 커피가 있는 풍경이라고 알려진 보케테라는 마을을 향해 간다. 터미널에서 보케테 행 버스를 만났다. 치킨버스다. 하얀 바탕에 연보라색으로 꾸민 아주 예쁜 버스다. 나이들어 보이는 중년의 백인 부부도 함께 탄다. 차는 동쪽으로 달려간다. 도로도 넓고 완만한데 직선으로 계속 올라간다. 4차선 도로다. 다비드 시내가 생가보다 넓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구시가지이고 신시가지가 동쪽에 만들어지고 있다. 파나마에서 가장 높은 산 볼칸바루는 해발 3475m로 우리가 찾아가는 보케테는 산의 동쪽에 위치해 있다. 보케테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꽃과 커피의 계곡이라고 알려져 있다. 파나마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표적인 커피는 게이샤(파나마 보케테 게이샤) 커피랍니다. 파나마 북서쪽에 위치한 보케테는 CHIRIQUI 지방에 위치한 마을이다. 가까운 코스타리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해발 고도 4000피트(1200m) 높이에 위치해 있는데 이 지방을 ‘영원히 지지 않는 무지개’라고 불린다. 그만큼 기후 조건이 좋아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신이 건립한 나라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파나마 커피는 에스메랄다 게이샤 외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메니아들은 보케테 게이샤가 더 맛있다고 한다. 커피 정보를 검색해 보면 파나마 부케라는 말이 나오는데 보케테(boquete)와 부케(bouquet)는 엄연히 다르다. 부케는 커피의 전체적인 향을 일 컷 는 말을 뜻한다. 파나마 보케테 게이샤는 강한 과일의 신맛이 나지만 묵직한 바디감이 받쳐주면서 단맛이 커버해 준다고 전문가가 평했다.
파나마에서도 가장 높은 마을로 미국이나 콜롬비아, 유럽인들이 노후에 정착해서 살고 싶은 곳인 보케테. 보케테는 최근 떠오르는 파나마커피의 생산지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맛’이라고 일컬어지는 보케테 커피는 질 좋은 커피로 유명하다. 1시간 정도 달려 보케테 마을에 도착했다. 아침이라서 조용하고 신선하다. 자기 차 뒷문을 열고 빵에 햄과 소세지를 구워 파는 영감님이 보인다. 귀티 나는 백발의 할아버지다. 아침이 부실한 터라 햄과 빵을 사서 먹었다. 든든하다. 1911년 Boquete 라는 글씨가 보인다.
슬슬 마을을 산책하며 언덕을 올라간다. 삼거리에서 교회가 나온다. 마침 장례식이 있나보다. 교회 앞에는 검은색 리무진이 버티고 있다. 교회 안에 들어서니 20여명의 하객들이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정말 살고 싶은 마을에 사는데도 목숨은 영원하지 않나보다. 교회를 나와 왼쪽 길로 걸어간다. 어린이 유치원 같은 작은 집이 보이는데 잔디가 있는 정원에 놀이시설이 있고 벽에는 예쁘고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는 꽃들이 가득하다.
알려진 1920년 카페 루이즈(Cafe Ruiz)를 만났다. 만나는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먹거리들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곳에 왔으니 먹어봐야지, 물론 아내는 커피를 좋아해서 얼굴이 환해졌다. 여러 가지 커피가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재배하고 수확하여 제조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나온다. 부드럽다는 카프치노 한 잔을 주문해서 정원에 앉았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다는 독특한 맛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커피 맛 보다는 분위기가 더 맛이 느껴진다. 젊은 아가씨가 조용한 미소로 커피를 갖다 준다. 아내는 너무 좋아한다. 커피도 몇 개 샀다. 아가씨와 사진도 찍었다. 참 쾌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바로 위에 있는 야르딘(jardin)식물원을 들어갔다. 입장료가 있을 법 한데 사람도 없다. 입구부터 각종꽃들로 가득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색, 노랑, 흰색, 분홍, 주황, 보라 등 없는 색이 없을 정도로 풍성하고 다양하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다. 다양한 색을 칠한 젖소 모형과 버스, 커다란 새 모형도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았다. 작은 폭포도 있고 예쁜 새집도 만들어 놓았다. 산책길을 돌아 나오니 커다란 커피 샾이 나온다.
산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가 보았다. 귤나무가 많이 있다. 제주도 느낌이 난다. 커피나무도 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커피나무를 많이 보다니 신기하다. 커피열매가 붉은색 푸른색 다양하게 달려있다. 나무에 달린 커피열매에서는 아무리 코를 가까이 해도 냄새가 없다. 그래도 무심결에 코로 가지고 간다. 고개를 ㄴ든 언덕에는 커피나무 가득한 농장이 이어진다. 주변의 산에는 나무들이 가득하다.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슬슬 걸어내려온다. 삼거리에서 이제 오른쪽으로 올라가보니 오래되 보이는 Panamonte 호텔이 나온다. 더 걸어가니 길이 막혔다. 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둥근 자갈돌이 냇가에 가득하다. 주변에 집들이 아름답다.
걸어내려오는 길에 커다란 돌에 칼라풀하게 색을 칠한 작품이 마당주변에 가득한 곳을 발견했다. 말과 여인, 새, 샌드위치, 백조, 사자 등 돌의 형태에 색을 입혀 여러 가지를 표현해 놓았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예쁜 것들만 가득한 마을이다. 반가운 파파야 나무도 열매를 가득 매달고 서 있다. 다시 마을을 걷는다. 주택을 빌려준다는 광고문이 붙어있다. 한 달 랜탈비가 70만 원정도 하고 매매는 1,2억 정도로 다양하다. 한 달 빌려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동쪽으로 향하는 다리가 있다. 다리위로 꼬마를 태운 작은 말이 간다. 다리도 귀여운데 말도 귀엽고 꼬마도 귀엽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니 식물원이 보이는데 각종 꽃으로 잘 꾸며 놓았다. 식물원 방향으로 가니 이곳에는 입장료가 있다. 다리위에서 보면 훤히 보이는데 입장료를 받는 것이 이상하다. 조각상과 바위와 더불어 어우러진 꽃들을 잘 가꾸어 놓았다. 봄 느낌이다. 마을로 들어오니 노란색 치킨 버스가 보인다.
그늘에 앉아서 아내는 주워온 귤을 까먹는다. 아주 맛있단다. 혼자서 마을을 내려가며 구견한다. 커다란 투어 사무실이 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각종 투어 종류가 가격과 함께 안내되어 있다. 지프타고 가는 사파리는 25불, 온천 투어는 35불, 승마체험은 35불, 래프팅은 65불, 커피 투어는 29불, 산악자동차 투어는 50불, 하이킹은 35불, 지프라인 캐노피는 60불이다. 그림을 보며 상상만 하다가 웃으며 돌아섰다. 마음은 젊은데 시간도 없고 늙었나보다. 마을 복판에 있는 공원에 오니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 있다. 초등과 중등 정도의 학생들 50 여명과 교사들이다. 깃발을 들고 있는 대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자니 폼을 잡아준다.
마을을 호흡하다가 다시 돌아가는 치킨 버스를 탔다. 내리막 이라 금방 달려간다. 다비드 터미널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고기에 밥과 야채가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사람들이 많아 맛도 있고 신선했다. 여기서 바로 바르게타 해변을 찾아가기로 했다. 버스터미널에 죽 서있는 버스를 보면서 바르게타를 외친다. 한 곳에서 우리를 부른다. 바르게타 해변을 간단다. 우리는 버스에 올랐다. 차는 서쪽으로 가는데 금방 마을을 벗어나 펼쳐진 벌판을 달린다. 사탕수수 밭이 많다. 차장이 내려주는 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가야한단다. 노블레자 과르말 이라는 곳에 내렸다. 한 젊은이가 함께 내려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기다리니 택시가 왔다. 노란색인데 너무 낡아 경운기 같다. 택시비는 5불이다. 농촌 마을을 돌면서 간다. 우리를 안내해 주던 총각도 내렸다. 우리만 남았다. 10여분을 더 달려 우리도 내렸다.
바다 소리가 들린다. 짠 냄새도 느껴진다. 검은 모래사장이 우리 앞에 펼쳐지는데 태평양이다. 빈집 같은 새로 지은 리조트 건물만 야자나무 숲에 버티고 있다.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나보다. 태양빛이 너무 강렬하고 뜨겁다. 화상을 입을 것 같다. 해변에 조각난 나무들과 헝겊 조각으로 겨우 그늘을 만들어 예쁜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다. 엄청 넓은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사장은 탁 트여있다. 늘씬하고 작은 새들이 해변에 무리지어 걸어간다. 아내는 양산을 쓰고 바닷물로 들어간다. 바닷물이 자꾸만 도망가는 것 같다. 야자수 그늘을 찾아간다. 대나무와 야자수 잎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그늘에는 서너 가족이 모여 쉬고 있다. 아이스박스에 음식을 잔뜩 담아와 해변을 즐기고 있다. 역시 노는 데는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들 주변에 앉아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앉아서 잠시 쉰다. 별로 할 일이 없다.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리조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택시를 기다려도 아무것도 움직이는 것이 없다. 마침 자가용한데가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재빨리 손을 들고 도움을 청했다. 지나가던 차가 멈춘다. 아내를 급하게 불러 가서 태워줄 것을 부탁했다. 고맙게도 문을 열어준다. 젊은 총각이다. 택시보다 훨씬 좋은 새 차다. 에어컨도 빵빵 나온다. 20여분을 달려가 우리가 버스를 탈 수 있는 과르말에 내려 주었다. 사례를 하려고 했더니 웃음으로 대신해 준다. 고마운 청년이다. 길 건너편 나무 그늘에는 3대의 노란색 택시가 쳐 박혀 있다. 잠시 후에 미니버스가 들어왔다. 다비드로 가게 되었다.
날이 저물어간다. 뜨겁던 태양도 긴 그림자를 만들며 넘어간다. 아내와 다비드 시내를 산책했다. 근처에는 공원이 하나 있다. 가운데 분수가 뿜어져 나와 시원해 보인다. 나무 그늘에는 사람들이 모여 시원함을 즐기고 있다. 고원 주변으로 도로를 끼고 호텔과 교회 시장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피카딜리라는 커다란 슈퍼, 백화점이 보인다. 들어가 보니 물건도 많고 사람들도 바글바글하다. 재래시장 같은 기분이다. 길가에 어 있는 트럭에서 귤을 한 봉지 샀다. 시장에서 파파야를 3개 샀다. 2불로 참 싸다. 해가 넘어가면서 얼음을 대패로 깍아 빙수를 만드는 총각의 손놀림이 바쁘다. 식당에 들러 밥과 물을 사가지고 숙소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노란색 옥수수 가루로 만든 만두도 하나 사고 소고기와 닭고기를 얹은 밥이다. 파파야도 함께 깎아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다. 내일 아침은 남은 파파야를 먹고 파나마시티로 이동해야할 것 같다. 파나마시티에 있는 호텔을 검색했다. Latino 라는 호텔을 예약했다. 주소를 수첩에 메모했다. 자리에 누우니 피곤이 잠과 함께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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