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와 파죽지세의 ‘앙팡테리블’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없는 틈을 타 ‘황제의 안방’ 접수에 나선다. 최경주와 앤서니 김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미국 오하이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CC(파70·7455야드) 사우스코스에서 열리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총상금 800만달러에 우승 상금이 자그마치 135만달러나 된다. 그런 만큼 출전티켓 또한 얻기도 하늘에 별따기다. 출전 선수는 세계 최정상급인 85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컷 없이 4라운드 스트로크 플레이를 펼쳐 우승자를 가리게 되는데 꼴치를 해도 3만달러의 상금을 받게 되는 초특급대회다. 따라서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각축은 그 어느 대회보다 치열하다. 그러나 1999년에 타이거 우즈가 이 골프장에 첫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대회의 결과는 그의 ‘원맨쇼’나 다름없었다.
타이거 우즈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내리 3연패에 이어 2005년부터 작년까지 또 다시 3년 연속 정상에 올라 이 골프장이 자신의 ‘텃밭’임을 입증했다. 사할리 골프장으로 장소를 옮겨 열렸던 2002년 대회를 포함해 아홉 차례 이 대회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는 우승 여섯 차례, 준우승 한 차례 그리고 공동 4위 두 차례 등 ‘톱10’ 밖으로 밀려난 적인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접은 타이거 우즈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나 우승 후보가 될 수 있다.
브리티시오픈에서 스윙 감각을 되찾기 시작한 최경주는 장기인 페이드샷의 위력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그린 플레이만 뒷받침된다면 우승 욕심도 무리가 아니라는 각오다. 다만 파이어스톤에서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한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린다. 이에 반해 앤서니 김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예상된다. 파이어스톤이 요구하는 장타와 정교한 롱아이언샷이 장기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회 개최 코스는 지난해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네 번째로 어려운 코스에 선정된 바 있다. 오죽했으면 1960년 PGA선수권 이후 아널드 파머(미국)가 이 코스를 ‘몬스터’라 불렸을까.
브리티시오픈 2연패에 성공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우승 ‘0순위’로 지목되는 가운데 필 미켈슨, 짐 퓨릭(이상 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2인자’ 미켈슨은 1996년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데 이어 1997∼1999년까지 내리 3년간 준우승에 그칠 정도로 이 코스에서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