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조명연 신부 어렸을 때, 아침이면 집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6남매이다 보니, 회사 출근과 등교 준비로 늘 바쁜 아침이었습니다. 이렇게 바쁜 아침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문제입니다. 가족 모두 이용해야 하는데, 화장실 숫자는 마당 구석에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앞에 줄이 서 있을 때, 저는 곧바로 앞 건물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이 앞 건물이 바로 성당이었습니다. 1분만 뛰어가면 바로 성당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성당 화장실을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 집처럼 편한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우리 집 화장실보다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 집에 들어가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정 급하면 사정을 이야기하고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이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성당은 제게 너무나 편한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편한 곳이 된 것은 그만큼 성당에 자주 갔기 때문입니다. 매일 미사를 했고, 또 복사를 서면서 성당은 집처럼 편해졌습니다. 주님과 편한 관계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많이 주님을 만나야 하고, 주님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과 가깝고 편한 관계가 되는 길입니다. 즉, 기도를 통해 대화하고, 신앙생활을 통해 주님을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어렵고 힘들 때, 주님께 얼른 달려가서 그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가 주님 안에서가 아닌 세상 안에서 위로와 힘을 얻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동료 순교 복자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들은 아직 성인품에 오르지는 않으셨지만, 주님을 증거하기 위해 자기의 목숨까지 바치셨으며 이로써 지금의 한국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신 우리의 선조들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고 말씀하시지요. 실제로 우리 순교 선조들은 자기 죽음을 통해 이 땅에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신 분이셨습니다. 자기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생명을 기꺼이 주님을 위해 내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님께 대한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너무 크기에 배신할 수 없었고, 그 사랑이 너무 편안해서 주님 뜻에서 벗어나는 것을 행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과거 우리 순교자들이 보여주셨던 주님께 대한 사랑을 우리 마음에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랑을 가득 담을수록 주님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편한 분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過猶不及/과유불급)(논어 선진 편). 사진설명: 김형주(이멜다), 새벽빛을 여는 사람들.
[인천가톨릭대 성깁대건 안드레아성당/조명연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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