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19혁명이 일어난지 64주년되는 날입니다. 당시 저는 서울의 종로구 명륜동에 살았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주변입니다. 1960년 4월 19일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저의 부모님이 제 형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단속했고 형들은 그런 부모님의 지시를 듣지 않고 바깥으로 나간 뒤 며칠동안 소식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형들 두명의 연락이 두절됐고 부모님과 삼촌들이 나서 종로경찰서 등으로 찾아 나섰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형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다른 나라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형들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오늘 4.19혁명 64주년을 맞아 당시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한국 현대사의 최초의 혁명입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한국의 제 1공화국을 마감시킨 민주주의 시민 혁명의 시초가 되는 기념비적인 혁명입니다. 국제적으로는 프랑스 대혁명에 비유되는 대단한 혁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28 대구학생 민주의거와 3.15부정선거로 인한 시위가 4.19혁명의 신호탄이 됐습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이 저지른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며 전국으로 번집니다. 마산 시민시위에 참가했던 당시 17살 김주열 학생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 떠 오릅니다. 그의 왼쪽 눈에는 경찰이 쏜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산의 모든 시민들이 규탄하고 궐기했으며 3일에 걸친 격렬한 시위를 펼쳤습니다. 이런 상황이 전국으로 번지며 드디어 4.19 혁명을 이뤄낸 것입니다. 4.19일 현재의 청와대 당시에는 경무대 앞에서 경찰들이 총을 마구 발사해 시위에 참가했던 186명이 사망하고 1,500명 이상이 다쳤습니다. 부정선거의 원흉인 당시 2인자였던 이기붕과 그의 부인 박 마리아는 그들의 큰아들이자 이승만의 양자인 이강석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이승만은 대통령에서 하야하고 하와이로 망명길에 오릅니다.
한국에는 혁명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굳이 1919년 3.1독립 운동과 1926년 11월 3일 광주학생 항일운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4.19혁명과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전두환 정권에 맞서 전국에서 일어난 6월 민주항쟁, 박근혜 국정논란으로 일어난 2016년과 2017년 사이 광화문을 촛불로 뒤덮게 한 촛불혁명까지 결코 적지 않은 혁명들이 존재합니다.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켰으며 6.10 민주항쟁은 전두환으로부터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해냈습니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정권은 몰락했고 그해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습니다.
한국의 혁명은 프랑스 혁명과도 맥을 같이 하고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행됐다면 한국의 혁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대혁명 한번으로 완결을 짓지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왕과 왕비는 단두대에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혁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이냐는 방법론을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사이에 마찰과 갈등이 생기고 결국 사회는 혼란에 빠지에 됩니다. 이때 혼란을 진압하게 위해 등장한 것이 나폴레옹의 군부입니다. 한국의 4.19혁명과 참으로 흡사합니다. 한국도 4.19 혁명이후 이런 저런 혼란기를 틈타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차지한 것이 아닙니까.
프랑스는 나폴레옹 집권 이후 나폴레옹의 과도한 전쟁으로 인해 민생이 피폐해지자 이를 틈파 왕정파들의 나서 다시 왕정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그 왕정이 오래갈 수가 없었습니다. 1830년 프랑스에서는 7월 혁명이 일어나 사회를 다시 뒤엎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왕정이 이뤄지고 1848년 2월 혁명으로 또 다시 왕정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프랑스 혁명은 거의 백년동안 진행됐으며 아직도 미완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혁명적 사안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의 촛불혁명때 프랑스 언론들은 대거 한국으로 몰려들어 그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직도 이루지 못한 혁명적 성과를 한국이 이뤄냈으면 좋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혁명도 프랑스와 너무도 흡사합니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켰지만 1년후 박정희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게 되고 서울의 봄을 거쳐 전두환의 군사독재시절을 참다못한 시민들이 6.10 민주항쟁을 일으켜 꺼져가는 민주주주의의 불씨를 겨우 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속에 민주주의는 회복되지 못하다가 김영삼정권들어 겨우 민주화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노태우 정권을 거치며 민주주의에 대한 기틀을 만들었지만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 이르면서 다시 권위주의적인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촛불혁명으로 박정권은 붕괴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지만 코로나사태와 부동산 급등사태 그리고 검찰 개혁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정권은 바뀌었고 혁명정신은 다시 붕괴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오늘 4.19 혁명 64주년을 맞아 여러가지 착찹한 생각이 듭니다. 제가 참가해 보았던 6.10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그 혁명적 정신들은 아직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고 사회도 변화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말아야 할 기본 정신은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인간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하는 점 말입니다. 정의로운 사회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요. 내가 정당하게 벌어 내가 쓰고 가끔 이웃도 바라보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마구 대하지 않고 측은지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불편한 것일까요. 상식적인 선에서 법이 집행되고 판결도 이뤄지는 사회가 그렇게 실현 불가능한 사회일까요. 부정부패가 단절되고 권력자가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며 정치를 펼치는 그런 풍토를 희망하는 것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일까요. 저처럼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능력도 없는 인간으로서는 그렇게 힘든 게 아닌데 역사적 그리고 세계적으로 봐도 실제로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 희망이나 신기루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진 양심과 도덕적 토대만 갖춰져 있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4.19 혁명을 비롯한 이 땅의 혁명들은 아직 미완이며 앞으로 계속될 진행행이라고 여겨보고 싶은 것입니다.
2024년 4월 19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