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공원에서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허영자 님의 시 '감' 중 첫 연이다
그저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없다고 했다
시 '감'의 둘째 연이다
젊은 날 떫고 비리던 피도
저 붉은 감으로 익어갈 수밖에는 없다고 했다
시 '감'의 마지막 연이다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라고 한다
어느 시인은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남으라고 절규했는데(김수영)
종당엔 알맹이마저 썩어야
싹이 트는 법이다
쓰레기 더미를 공원으로 만든
난지도가 그렇지 아니한가
어제는 난지도 공원을 둘러보았다
가을 햇살은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고
햇살 따라 불그레한 단풍잎도
시나브로 떨어져 내리더라
파란 하늘에 선연한 감이
유난히 말갛던데
젖가슴 열고 아기를 달래는 모습
그건 새들을 위한 것이려니
이 가을, 다 가기 전에
담 모퉁이에 벌거벗고 기대서서
햇볕 바라기나 하고 싶다.
카페 게시글
수필 수상
난지도 공원에서
석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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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23
24.11.11 07:04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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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제는 말띠방 주관 산행이 있었죠.
회원들을 둘러보다가 혹시...^^
찐빵 님이 반갑게 다가와 태평성대 님 안부를 묻데요.
태평성대가 석촌님과 함께 수필수상방에서 활동하고 있다는거를 찐빵은 알고 있군요
좌우간 반갑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태평성대 어제 다른데로?
나라 곳곳에 아름다운 곳이 참 많이 늘었습니다. 바쁘게 성장한 나라에 생활문화 또한 급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마름모꼴로 보이던 난지도 산을 매일 보고다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마름모꼴이라니~
하긴 자연산이 아니라
수제품이니까요.ㅎ
천고마비의 계절에
때 맞추어
말띠방 주관 산행이었군요.
난지도가
쓰레기 산이었다는 것은
생각할 이유가 없이
서울 도심에서
멋진 가을 산이 되었습니다.
하늘공원의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멋에
취하고 싶습니다.
사진의 하늘이
그야말로 쪽빛이네요.
어제는 산을 오르는게 아니어서 따라 나섰는데
가을볕이 참 좋데요.
쓰레기무덤을 공원화하여 시민들 휴식처로 만든것은 아주 기발한 발상이였어요.. 그럼에도 작년에 가보니 사람들 많이 다니는 걷는길에서는 엄청난 메탄가스 냄새가 구멍에 따라 나더군요.. 아마 고칠 방법이 쉽지 않을겁니다.
폭발위험도 있어서 여기저기 구멍을 뚫었답니다.
11월 중순인데 아직 가을 햇살이 참 포근합니다.
가을이 가기 전 가을 햇살과 바람. 하늘을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른 땐 눈도 내렸는데..
참 좋은 때입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누구의 것이기도 한 때
많이 즐기길 바라요.
난지도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던 쓰레기 산 에서
이제는 맑고 푸른 호수와 하늘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주신 글 감사합니다.
저 맑은 호수도 쓰레기가 발효되어 흘러 모여진 물이라 생각하니 자연의 신비가 더해지데요.
몇년전 저도 그곳에 가 보았습니다 .
쓰레기산은 온데간데 없고 억새(갈대) 밭이
아름답게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
저는 대단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
그게 자연의 조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