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 밤
젊은 시절엔 누우면 잠이 쏟아졌다
할 일로 벅찼으니
그래서 머리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니 할 일도 줄어들었다
그저 쉬는 시간으로 벅차니
잠이 올 리가 없다
신체를 혹사시키면 잠이 잘 온다
책을 보면 그렇고
뛰거나 걸으면 그렇다
하지만 시력이 좋지 않으니 책 보기도 어려워라
다리가 시원치 않으니 뛰기는커녕 걷기도 어려워라
이런 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불러내는 거다
오래 전의 화양연화를 불러내고
그제 있었던 일을 불러내고
어제 있었던 일을 볼러내느라면
잠이 스르르 찾아오기도 한다
기억은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여러 기억 중에서 좋은 것만 불러내보지만
나쁜 기억들도 끼어 나오게 마련이다
그걸 만지거나 건드리면 사달이 나는데
그래서 평소에 좋은 인연을 쌓아 갈 일이다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다
길을 가는데 조그만 사과가 길에 놓여있더란다
발로 툭 차니 사라지진 않고 가만있더란다
더 세게 차니 딱딱하게 굳어져 더 커지더란다
발은 아프고 화가 나서 안절부절못하는데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나타나더니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주더란다
그걸 듣고 있는 사이에 사과는 다시 작아지고
헤라클레스는 그때에야 길을 다시 걸었다 한다
이솦 우화의 이야기지만
깊은 밤
만지면 커지고 건드리면 덧나는 게
뾰루지만은 아니다
좋은 인연을 쌓아 갈 일이다
그리고 잠이 오지 않는 밤
그걸 조용히 불러내보는 거다
그러면 스르르 잠에 빠지게도 된다.
*사진은 나의 화양연화를 떠올리는 이미지다
카페 게시글
수필 수상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석촌
추천 1
조회 154
24.11.12 07:0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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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만질 수록 덧나고 아프기도
그냥 버려두고 잠시 시선을 거두는게 약일 때도 있습니다.
비우고 내려놓고
지금의 우리 모습에서는 아등바등은 어울리지 않으니요.
초저녁부터 잠자리 드시는 석촌님 보다
늦도록 잠 못 드는 사색과 성찰의 석촌님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인간의 심리는 더 크거나 더 높은걸 생각하거나 이룰때 위안과 안정을 찾게 된답니다.
스피노자의 말인데, 더 크거나 더 높은게 없다하더라도 가만히 누워 상상이라도 해보노라면 노여움도 사라지지요.
어머나~ 헤도네님~
제가 석촌님이었다면,
댓글에 만점을 드리겠습니다.^^
@콩꽃
콩꽃님이 주신 만점도 좋습니다.
사양하지 않고 접수했습니다.
콩꽃님 쵝오 ^^
귀뚜라미 소리도 그치고
잠이오지 않는 밤이면,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도
늦가을 낭만이라는 시절도 있었지요.
요즘은
불면의 밤이 괴롭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누워 있으면
내일 걱정을 미리 생각지 않으면
나도 몰래 잠이 들기도 하지요.^^
가을 고독에 빠지지 않도록,
몸을 적당히 써는 것도 약이기도 합니다.^^
네에, 몸을 적당히 쓰는게 약입니다.
저 석촌호수에 떠있는 배는 모타로 가는 배인지?
아니면 바람의 힘으로 가는 배 인지?
요새 새로 나온 자전거 페달 돌리는 힘으로 가는 배인지?
석촌 호수 갈때 마다 아무리 보아도 그게 궁금합니다
충성
기계기사는 알텐데
건축기사라서 모르나봅니다.ㅎ
저도 기계기사가 아니라서~ㅎ
어쩌다 잠이 안오는 밤이면
그럭저럭 견딜수 있겠지만,
수시로 자주 그러면 그것참
보통일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사진이 석촌 호수였군요~ ㅎㅎ
저도 잠을 스타트 하는건 잘 되는데
가끔씩 새벽에 깨면 다시 잠을 이루기
힘들때가 있습니다.
거실에 나와 티브이 1시간쯤 보면
도로 눈이 무거워져 잠을 잡니다.
스타트만 잘하면 반은 성공하는거죠.
나이들면 잠이 적어진답니다.
저는 일단 잠자리에 들면
좋은 기억 , 나쁜 기억을 떠 올리지 않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 그게 실타래처럼 풀려지면
날밤을 새는것이 무섭습니다 .
주로 유투브의 재미없는 인문학을 들으면서
잠 속으로 빠져 듭니다 .
저의 화양연화는 언제 였을까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
그것도 좋은 습관이겠네요..
저도 불면증 넘넘 두렵고 무서워요.
잠이 보약이라고 하는데요.
백세시대 유병장수는 재앙이라서요.
그래서 생각 해 낸게 아무 생각없이
유튜브를 봐요.
요사이는 황창현 신부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분 입담 참 좋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