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서미화 의원이 뉴스공장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펑펑 울었다는 글에 많은 벗들이 반응을 해서 깜짝 놀랐어.
사실, 서의원의 발언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울 정도는 아니잖아.
그런데 내 글이 여기저기 공유되고 댓글도 많아서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겠다 싶어서 해명을 하기로 했어.
내가 나이 먹고 호르몬 변화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잘 우는 것으로 오해 받으면 안되잖아. (쿨럭)
지난 달,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업가를 만나서 같이 식사를 했어.
서울대 출신의 교회 다니는 사업가인데 내게 전광훈류나 듣는 유튜버를 권하더라고 내가 페북에도 썼던 거 기억나지?
다단계에서 파는 영양제를 내게 권한 것도 그 사업가야.
그날 식사 자리에서 내가 충분히 불쾌감을 드러냈는데도 내게 극우유튜버 방송 링크를 보내면서 참고 들어 보라고 하더라.
“위에거 좀 긴데 나중에 시간되시면 한번 들어 보세요. 처음에 잘 안맞으면 듣기 거북한 것도 있으실 텐데 참고 듣다 보면 익숙 해 지실 거에요”
답을 해줬지.
“안 그래도 그날 알려주셨던 유튜버들 다 확인해 봤습니다. 극렬 혐중주의자부터 전광훈 집회에 참여하는 인사까지 등장해서 전 보는 내내 기겁을 했습니다. 잘 안맞아서 듣기 거북한 정도가 아니라 어디 신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절 어떤 수준의 사람으로 여기시기에 이런 이들을 권해 주셨나 싶어 상당히 불쾌하기도 했구요. 사장님께서 몰두해 계신 분야가 이런 쪽이라면 앞으로는 비지니스 관련된 이야기만 했으면 합니다.”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사업가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는 건 앞으로 두번 다시 보지 말자는 거잖아. 실제로 그렇게 할 생각이야.
사실 내가 그리 모진 사람은 아니라서 극우유튜브에 빠졌다는 이유로 이렇게 사람을 처내지는 않아. 이유는 따로 있어.
너무 말도 안되는 일인데다 괜한 분란을 만들기 싫어서 당시 페북 글에서는 그 사업가의 극우성만 이야기 하고 말았는데, 그와의 식사 자리에서 충격적인 일이 하나 더 있었어.
그날 식사 자리에 나 말고 친구 둘이 더 있었거든. 극우적 발언을 이어가던 그 사업가가 갑자기 이렇게 묻는 거야.
“여기 계신 분 중에 전라도 출신은 안계시죠?”
난 귀를 의심했어. 이게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 천만대행으로 같이 간 두 친구는 다른 지역 출신이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 발언 이후 그 자리가 어떻게 끝났을 지 짐작이 가지? 두번 다시 안 볼 생각으로 대놓고 면박을 준 다음 그 자리를 정리하고 헤어졌어.
그 후로 생각만 하면 화가 나서 어떤 식으로 그 사업가에게 경고를 할까 생각하고 있는 중에 그 사업가가 내게 극우유튜브 링크를 또 보냈으니, 저 사람은 어떻게 해도 사람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끊어 낸 거야.
난 고향이 부산이야. 거기서 나고 자랐지. 지금도 부모님은 경남 진주에 살고 계셔서 한국 갈 때마다 진주로 가.
아내는 전북 완주가 고향이야.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전라도에 가 본적도 없던 내가 처가에 가게 되면서 전라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지.
그 정도로 알게 된 전라도에 대해 내가 뭘 얼마나 깊이 알겠나마는, 고향이 부산이라는 걸 굳이 감출 이유가 없었던 나와는 달리, 아내는 고향이 완주라는 걸 굳이 밝히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됐지.
내가 오늘 아침에 뉴스공장에 출연한 서미화 의원이 계엄 당시 국회 담을 넘어서 들어간 이야기를 하는 거 보고 울었다고 했잖아.
서의원은 시각장애인이라 그 담을 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담을 넘어 국회 의사당에 들어 갔고, 국회의장석을 몸으로 지켰어.
하지만 그 정도 이야기에 내가 울지는 않아.
그 이야기를 서의원은 전라도 사투리로 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사프로에 나온 국회의원이 걸러지지 않은 전라도 사투리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 봤어.
아니, 조폭영화나 개그 프로그램 말고 전라도 사투리를 이렇게 대놓고 들은 적은 아예 없는 것 같아.
경상도 출신의 국힘 의원이 방송 토론 같은데 나와서도 굳이 경상도 억양을 감추지 않는 것과는 비교가 되잖아.
처음엔 서의원의 그 사투리가 너무 구수해서 박수를 치며 웃었는데, 그 사투리를 들을수록 속에서 뭔가가 울컥 하며 솟아 나더라.
그래서 서의원이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조사부러야”한다고 할 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지.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며 당당하게 그 날의 이야기를 하는 서의원의 모습을 보며, 저게 당연한 건데, 저 당연한 걸 방송에서 보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필요했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던 거야.
부산 출신인 나도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이 나는데, 전라도가 고향인 벗들은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나서 더 울었던 것 같아.
그래서야.
내가 자청해서 서미화 의원의 팬클럽 싱가포르 지부 임시 의장이 되겠다고 한 거 말야.
서미화 의원 같은 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뱀발 : 서미화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고향이 전남 무안이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서의원 손을 잡고 국회 마당을 함께 뛰어간 임미애 의원은 경북 영주 출신의 비례대표고. 전남과 경북의 두 여성 국회의원이 손잡고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가서 계엄을 막아낸 거야. 아… 또 눈물 나려 하네. 진짜 호르몬 변화 때문인가…
회사 가는 버스 안에서 뉴스공장 보다가 울었어.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서미화 의원이 12.3 계엄 당시 국회를 월담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더라.
고향이 전남 무안인 서의원이 전라도 사투리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데, 처음엔 마냥 웃다가 나중엔 결국 눈물까지 흘리며 펑펑 울었어.
“조사버린다”는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 말인줄 몰랐어.
왜 울었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나도 사실 잘 모르겠고.
그냥 다들 찾아 보기 바라.
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오늘부터 서미화의원 팬클럽 싱가포르지부 임시 의장을 내 맘대로하기로 했어.
첫댓글 무심하게 웃고만 말았는데 저렇게 생각할 수 있겠군요. 참고로 전 빛고을 광주 출신입니다. ^^
올~~~
저도 웃으면서 들었고요
사투리가 구수하고 정겨운데 조폭의 언어로만 쓰여서 아깝다
고정도 생각은 했어요
이봉렬기자의 감성까지는 못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