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9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요한8,31-42)
-반영억 신부
복음:요한 8,21-30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21 이르셨다.“나는 간다. 너희가 나를 찾겠지만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22 그러자 유다인들이 “‘내가 가는 곳에 너희는 올 수 없다.’ 하니, 자살하겠다는 말인가?” 하였다.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24 그래서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25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누구요?”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처음부터 내가 너희에게 말해 오지 않았느냐? 26 나는 너희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도, 심판할 것도 많다. 그러나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참되시기에, 나는 그분에게서 들은 것을 이 세상에 이야기할 따름이다.” 27 그들은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가리켜 말씀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다. 28 그래서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29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30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많은 사람이 그분을 믿었다.
「성경대로 생각하고 성경대로 살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다워지는 일입니다. 사랑하면 그를 닮게 되고 상대방의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맞춰주기보다는 나에게 맞추려 하고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면 아직 깊은 사랑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의 삶의 모습에 이끌려 그분의 모습으로 바뀌게 됩니다. 나를 사랑하는 그분의 사랑을 안다면 그냥 함부로 살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갈라2,20) 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얼마나 마음에 새기고 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 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음에 주님의 말씀을 새겨 두지 않았다면 그는 겉모양만 제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17,21.)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10,30). 이제 우리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천하여 주님과 하나 되어야 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내 아버지에게서 본 것을 이야기하고, 너희는 너희 아비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한다”(요한8,38). 고 하셨습니다. 결국 주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참된 제자가 됩니다. 예수님은 자나 깨나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을 생각하고 당신의 삶으로 오직 그 말씀이 실현되게 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고 하면 하루에도 수없이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실행해야 합니다. 성경에는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하는 일마다 잘 되리라”(시편1,2-3) 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소홀히 하여 깨닫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의 흐름, 세속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써 우리에게 죄악으로부터, 그리고 그 세력이 가져온 죽음에서의 해방과 자유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말씀을 경청하고 깊이 새겨 말씀 안에서, 말씀과 함께, 말씀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는 것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살아야 합니다. 실천을 요구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랑의 메시지인 성경, 성경대로 생각하고, 성경대로 살아가는 삶이 우리의 소명입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과 성경을 공부만 하는 사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납니다”(요하네스 타울러). 그러니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사실 누가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는 사람과 같습니다. 자신을 비추어 보고서 물러가면, 어떻게 생겼는지 곧 잊어버립니다”(야고1,25).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고 무엇이 흉하게 묻었으면 지워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말씀에 마음을 비추어 무엇이 잘못되었으면 고쳐야 합니다. 우리 영혼을 비추는 거울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그 말씀에 비추어 영혼이 자유롭게 되기를 바랍니다. “아비에게서 들은 것을 실천”함으로써 주님과 하나 되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넌 내 마음 몰라. 좋으면서 싫은 척하는 내 마음 몰라. 떨리면서 떨리지 않는 척하는 내 마음 몰라. 겉으로는 차가운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통 열병을 앓고 있는 내 마음 몰라.”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나를 아는 분은 누굴까? 참새 마음은 참새가 알고, 비둘기 마음은 비둘기가 안답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속을 알게 됩니다. ‘주님께서 저를 알고, 저도 주님을 압니다.’하고 고백하고 싶습니다.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합니다.
[신을 벗어라 :청주교구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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